일상의 희로애락을 그리는 화가, 김수민의 행복은 종이컵이다

[행복 PEOPLE] 일상의 희로애락을 그리는 화가, 김수민의 행복은 종이컵이다
스물일곱까지만 해도 김수민 님은 미술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림은 잘 그렸지만, 자신이 화가가 될 것이라곤 생각해본 적 없었죠. 평범한 직장인이던 수민 님은 어느 날 문득 사표를 씁니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바람이 자꾸만 가슴을 쳤기 때문입니다.
 
 


 
 

유쾌한 생각을 끄적이는 스케치북, 종이컵과의 만남

김수민 님의 컵아트 작품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이십 대 후반의 나이에 그림을 그리겠다고 나섰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 결정에 후회는 없어요.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그림쟁이’의 길을 용기 내어 걸을 수 있게 됐으니까요. 하지만 화가이자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하며 고객에게 의뢰받은 그림을 바쁘게 그려내는 사이, 오롯이 나만을 위한 ‘끄적거림’이 간절했죠.
 
그래서 하게 된 것이 ‘컵아트(Cup Art)’입니다. 저는 매일 작업실 근처 커피전문점에 들러 하루 일정을 정리하고 잠시 머리를 식히곤 하는데요. 그렇게 쉬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테이크 아웃 종이컵 위에 끄적거렸던 것이 컵아트의 시작이었어요. 둥근 형태의 종이컵은 입체적인 그림의 바탕이 되어줍니다. 찬찬히 돌려 가며 봐야 하고, 보는 위치에 따라 그림이 달리 보이기도 한다는 점도 종이컵만이 가진 독특한 매력이고요.

 
 

상상력의 방아쇠를 당겨 준 ‘세이렌’

 
 
저의 컵아트는 한 커피전문점의 상징인 ‘세이렌(Siren,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요정)’을 모티브로 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하얀 종이보다, 어떠한 형태가 있는 것이 상상력을 펼치기에는 좀 더 쉽잖아요. 아리송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 상징을 보면 감정을 자제하며 ‘표정관리’ 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일상의 컵에 일상을 담다

 
 
제가 주로 그리는 것은 일상 속 소소한 순간인데요. 컵의 곡면과 3차원적 특성을 최대한 살려 한정된 공간에 풍성한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합니다. 생각을 풀어내는데 시간이 걸릴 뿐, 컵아트 자체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거든요. 한 손에는 종이컵을, 다른 한 손에는 초록색 펜 한 자루를 쥔 채 쓱쓱 그림을 그려 나가는 순간에는 기분 좋은 집중력과 더불어 슬며시 웃음 짓게 하는 해학이 있습니다.
 
김수민 님의 컵아트 작업
익숙한 커피전문점에 들어가 늘 마시던 커피 한 잔을 놓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컵아트 속에는 그 모든 순간과 감정이 다 녹아들어 있어요. 저는 이런 이유로 ‘빈 컵 협찬’을 받지 않고, 제가 마신 컵에 그림을 그리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컵아트 자체가 ‘커피 한 잔 마시고 싶다’는 일상적인 생각에서 시작되니까요.
 
 

그릴 수 있어서, 그리고 싶어서 행복합니다

 
 
직장 생활도 해봤고, 영화나 책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둔 덕분에 아이디어는 항상 넘쳐요. 그리고 싶은 것이 계속 떠오르죠.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행복하고, 그리고 싶은 열정이 항상 존재하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그림에 대한 이런 설렘을 처음처럼 이어가고 싶어요. 종이컵 가득 담긴 커피 한 잔처럼,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따스한 위로가 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요.
 
컵아트에 행복을 담는다는 김수민 님

웃음과 추억, 마음 가득 담은 ‘컵아트’ 한잔하세요!

 


 
 
다가오는 5월 1일 생애 첫 개인전을 연다는 김수민 님. 그는 그동안 혼자서 그려 온 컵아트를 세상에 내놓을 준비를 하며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커피 대신 ‘이야기’가 찰랑대는 컵아트 화가, 초록색 펜을 든 수민 님의 손길이 마치 바리스타처럼 섬세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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