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까지만 해도 김수민 님은 미술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림은 잘 그렸지만, 자신이 화가가 될 것이라곤 생각해본 적 없었죠. 평범한 직장인이던 수민 님은 어느 날 문득 사표를 씁니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바람이 자꾸만 가슴을 쳤기 때문입니다.
유쾌한 생각을 끄적이는 스케치북, 종이컵과의 만남
상상력의 방아쇠를 당겨 준 ‘세이렌’
저의 컵아트는 한 커피전문점의 상징인 ‘세이렌(Siren,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요정)’을 모티브로 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하얀 종이보다, 어떠한 형태가 있는 것이 상상력을 펼치기에는 좀 더 쉽잖아요. 아리송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 상징을 보면 감정을 자제하며 ‘표정관리’ 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일상의 컵에 일상을 담다
제가 주로 그리는 것은 일상 속 소소한 순간인데요. 컵의 곡면과 3차원적 특성을 최대한 살려 한정된 공간에 풍성한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합니다. 생각을 풀어내는데 시간이 걸릴 뿐, 컵아트 자체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거든요. 한 손에는 종이컵을, 다른 한 손에는 초록색 펜 한 자루를 쥔 채 쓱쓱 그림을 그려 나가는 순간에는 기분 좋은 집중력과 더불어 슬며시 웃음 짓게 하는 해학이 있습니다.
익숙한 커피전문점에 들어가 늘 마시던 커피 한 잔을 놓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컵아트 속에는 그 모든 순간과 감정이 다 녹아들어 있어요. 저는 이런 이유로 ‘빈 컵 협찬’을 받지 않고, 제가 마신 컵에 그림을 그리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컵아트 자체가 ‘커피 한 잔 마시고 싶다’는 일상적인 생각에서 시작되니까요.
그릴 수 있어서, 그리고 싶어서 행복합니다
직장 생활도 해봤고, 영화나 책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둔 덕분에 아이디어는 항상 넘쳐요. 그리고 싶은 것이 계속 떠오르죠.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행복하고, 그리고 싶은 열정이 항상 존재하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그림에 대한 이런 설렘을 처음처럼 이어가고 싶어요. 종이컵 가득 담긴 커피 한 잔처럼,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따스한 위로가 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요.
웃음과 추억, 마음 가득 담은 ‘컵아트’ 한잔하세요!
다가오는 5월 1일 생애 첫 개인전을 연다는 김수민 님. 그는 그동안 혼자서 그려 온 컵아트를 세상에 내놓을 준비를 하며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커피 대신 ‘이야기’가 찰랑대는 컵아트 화가, 초록색 펜을 든 수민 님의 손길이 마치 바리스타처럼 섬세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