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장르가 자신의 고유함을 버리고 다른 것과 합치는 것을 ‘퓨전’이라고 합니다. 퓨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울림. 가야금을 연주하며 재즈가수처럼 노래하는 정민아 님의 이야기도, 그런 어울림에 대한 것입니다.
나만의 노래를 시작한 곳, ‘바다비’
청소년 시절에는 국악뿐 아니라 록 음악도 즐겨 들었어요. 덕분에 홍대 라이브 클럽 문화에도 금방 익숙해 졌죠. 가야금을 전공하면서부터는 나도 라이브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다른 장르가 어우러진 실험적인 퓨전 음악을 좋아해서, 록 가수가 기타를 연주하듯 가야금을 연주하며 저만의 노래를 부르고 싶었어요.
그래서 찾아간 곳이 홍대 산울림극장 근처 클럽 ‘바다비’였습니다. 제 키만 한 가야금을 가지고 오디션 무대에 서자 사람들이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봤어요. 가야금을 연주하며 제 스타일로 편곡한 ‘풍년가’를 불렀더니, 바다비 사장님이 이렇게 얘기했죠. ‘거참, 소주 한 잔 생각나는 노래네. 좋아요! 공연 한번 해 봅시다.’ 그렇게 저와 홍대의 인연이 시작됐어요. ‘음악가 정민아’의 삶이 시작된 곳이 바로 클럽 ‘바다비’인 셈이죠.
음악을 알고 사람을 알아 외롭지 않네
제가 음악가로서 첫걸음을 내디딘 ‘바다비’는 놀이터이자, 잊을 수 없는 고향 같은 곳이에요. 친한 친구도 대부분 ‘바다비’에서 만났어요. 음악, 디자인, 노래, 그림, 연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친구들과 아이디어를 나누거나, 함께 앨범도 내고 여러 가지 작업도 했어요. 물론 수많은 날을 같이 둘러앉아 술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눴죠. 그 시간은 제게 행복을 가르쳐 줬어요.
어울림 속에 기쁨 있다
소통에서 싹트는 다채로운 행복
소중한 친구들, 무릎을 맞댄 채 같이 노래하고 공감하는 관객들, 이 모든 사람이 ‘우리’라는 이름으로 어울릴 때. 알록달록 다채로운 행복이 생겨나더라고요.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제 음악이 더 다양해질 수 있어 감사해요. 풍부한 감수성을 지닌 음악가로 살아가는 데,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없겠죠?
음악보다 중요한 건 지금 여기, 우리들의 ‘삶’이에요.
정민아 님은 자신의 음악이 사람들 사이에 ‘교집합’을 만들기를 바랍니다. 자신이 하는 음악보다도 중요한 건 지금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라 믿기에… 연주하고 노래하는 민아 님과 그 음악을 듣는 사람들, 서로의 마음 한 자락이 닿아 통하는 순간 ‘행복’이라는 이름의 교집합이 생겨나기를 꿈꿔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