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론] 대화가 안 통하는 부부 사이, 해석체계를 맞춰라!

사람이 다른 사람의 언어와 행동을 해석하는 방식을 ‘해석체계’라고 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해석체계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당연하겠죠. 살아온 경험이 다르고,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고, 처한 상황이 다 다르니 해석체계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같은 사람의 해석체계도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러니 인간관계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서로 다른 해석체계를 맞추며 살아야 하니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불화는 이 해석체계가 달라서 일어난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서로를 잘 모르는 부부?

하물며 살을 맞대고 사는 부부 사이의 해석체계는 더 어려운 문제입니다. 오죽하면 이런 유머가 나왔을까요?

외출했던 아내가 호들갑을 떨며 집으로 들어오면서 남편을 소리쳐 부릅니다. “여보, 내가 로또에 당첨됐어요. 얼른 가방 싸요.” 어리둥절했지만 덩달아 기분 좋아진 남편이 물어봅니다. “그래? 가방은 어떻게 쌀까? 외국으로 나갈 거에요?” 아내가 대답합니다. “알게 뭐에요. 가방 싸서 당장 이 집을 나가요!”

알쏭달쏭한 서로의 말, 말, 말

아내 처지에선 통쾌하고 남편 처지에선 씁쓸한 유머입니다.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고 함께 살면서 많이 겪어봤을 텐데도, 여전히 남편과 아내는 서로 잘 모른다는 안타까운 세태를 반영했죠. 어쩌면 이 대목에서 웃지 못하는 남편들이 꽤 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똑같은 가방인데, 목적지가 다르네

오스트레일리아 심리학자 페트리샤 놀러(Patricia Noller)가 부부 사이의 해석체계를 알아보는 실험을 했습니다. 부부가 일상생활에서 대화를 주고받을 때 서로의 말이 어떤 뜻인지 해석하도록 한 것이죠.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세탁기 앞에 세탁물이 쌓여 있네.

물론 아내가 말을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안에 담긴 뜻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도대체 빨래가 왜 이렇게 많이 쌓여 있는 거야’ 처럼 불평일 수도 있고 ‘어유, 무슨 일이 있었나? 누가 빨랫감을 내놨지?’ 하는 궁금함일 수도 있죠. ‘누가 나를 위해 빨랫감을 잘 모아 놨구나!” 하는 고마움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말하는 방법과 상관없이 이 말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남편들이 있었습니다. 예로 든 것 외에 다른 대화에서도 이 남편들은 아내가 불평한다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어요. 원래 이 남편들의 해석체계 자체가 부정적인 건 아닐까 싶어서 이번에는 다른 부부의 대화를 들려주고 무슨 뜻인지 해석해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 남편들이 다른 부부의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자기 아내의 말에 대해서만 특별히 부정적으로 반응했던 겁니다.

이렇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비율이 높은 부부들을 살펴봤더니, 부부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습니다. 즉, 행복하지 못한 부부일수록 해석체계가 부정적이었다는 것입니다. 뒤집어 보면 해석체계가 부정적이어서 행복하지 않았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이 부부들이 처음부터 해석체계가 부정적이진 않았을 겁니다. 그랬다면 애당초 결혼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해석체계를 맞추려면 공감도를 올려야

‘마음읽기’의 저자 윌리엄 이케스는 처음부터 부정적인 건 아니었지만, 지금은 부정적으로 변해버린 이 해석체계를 그대로 내버려두면 관계가 극단적으로 변해간다고 경고합니다. 상대방의 관점에서 바라보려 하지 않을뿐더러, 결국에는 바라볼 수조차 없어지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정확한 공감’이라고 조언합니다. 서로 공감하는 것을 찾아 마음을 열 때 부정적인 해석체계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말입니다.

굳이 부부 사이뿐일까요? 누군가와의 의사소통에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잘 돌아보면 그와 나 사이에 공감대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마음을 나누는 공감이 처음부터 쉽지는 않겠지만, 음식이나 취미 같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공감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부정적인 해석체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 누군가와 공감할 그 한 가지 아이템을 지금 바로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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