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삶을 디자인하는 남자, 정욱섭의 행복은 카메라다

여유로운 삶을 디자인하는 남자, 정욱섭의 행복은 카메라다
최근 하늘을 올려다본 적이 몇 번이나 되나요? 고개만 들면 보이는 것이 하늘이지만,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리는 우리에게 하늘을 볼 여유는 멀게만 느껴집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디자이너 정욱섭 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일주일은 월화수목금금금

 

정욱섭 님의 카메라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일하며 매일같이 야근에 찌들어 있을 때였어요. 처음에는 일이 힘들어도 디자인이 좋아서 열심히 하는 거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곤 했죠. 그러다 나중에는 내가 이 일을 정말 좋아하는지, 일이 좋아서 야근을 하는 건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여유 없이 하면 힘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지만, 대학에서 공부까지 했으니 하던 일은 계속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고민할 여지도 없었죠. 그러다 4년 전쯤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동료의 권유로 카메라를 시작하게 됐어요.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를 준 카메라

 
 
카메라를 쥐고부터는 하늘을 보는 횟수도 늘었고, 눈에 들어오는 것도 더 많아졌어요.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땅만 보고 다녔거든요.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긴 뒤로는 매일 습관처럼 노을을 기다려요. 어떻게 보면 일이 아니고 취미라서 재미있는 것 같기도 해요. 사진도 일이 된다면, 기계적으로 생산해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지금처럼 즐길 수 없겠죠?
 
정욱섭 님이 촬영한 하늘
 

도피도 하나의 목표다

 
 
‘내가 놓쳤던 여유가 이런 건가…’ 그 여유를 경험하고 나니 삶의 방향이 고민되더라고요. 결국, 지난해에는 직장을 그만두고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기로 했습니다. “지금 가도 괜찮을까?” 결정하기 전에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다들 회의적이었어요.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그거 도피 아니냐고, 특별한 목표라도 있느냐는 거였죠. 제가 실수했던 게… 안 해본 사람들에게 물어봤던 거였어요.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도피는 패배자들이나 하는 것처럼 나쁘게만 생각하지만, 해본 사람들은 되려 해보라고 해요. 워킹홀리데이든 뭐가 됐든 나이가 많고 계획이 없어도 괜찮아요. 도피도 하나의 목표고, 얻을 수 있는 것도 많으니까요.
 
도피도 하나의 목표라고 말하는 정욱섭 님
2~3년 차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 있어요. 이직을 해야 할지,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해도 괜찮을지. 혹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도 되는지. 굳이 직장인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친구가 있다면 말해주고 싶어요. ‘절대 안 해본 사람에게는 물어보지 말라’고…
 
 

시야를 넓혀준 호주의 여유로운 삶

 
 
호주에서의 삶은 굉장히 만족스러웠어요. 전문직은 아니었지만, 정해진 시간 동안 일하고 일주일에서 삼일 정도는 여유를 즐길 수 있었거든요. 무엇보다 내가 일한 만큼 보상이 정확하게 나오니까 더 즐거웠어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월화수목금금금 했던 게 즐거운 인생이었나, 밭에서 딸기 따고 주방에서 설거지를 할지언정 일한 만큼 받으면서 남은 시간을 즐기는 게 더 즐거운 인생인가… 전 후자에 가까웠어요. 물론 자신을 발전시키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자기계발도 결국엔 행복하게 살기 위한 거 아닐까요? 돌이켜보면, 일주일 내내 아무것도 못 하고 일만 하는 한국에서의 삶은 절대 즐겁지 않았거든요.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는 정욱섭 님
일하면서도 얼마든지 여유롭게 살 수 있다는 걸 몸소 체험하고 돌아와 보니 시야가 훨씬 넓어졌어요. 굳이 내가 항상 하던 디자인만 할 필요도 없어졌고요. 제가 ‘퍼블릭 디자인’이라는 분야에 새로운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살면서 틈틈이 행복을 느끼는 것도 결국은 여유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물질적인 풍족함에서 나오는 여유도 있겠지만, 통장이 가벼워서 생기는 여유도 있더라고요.

여유라는 게 꼭 돈이 있어야 생기는 건 아니에요.

 


 
 
영국의 한 분석기관에서 발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에는 매년 호주의 도시들이 상위권에 든다고 합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호주에서와 같은 여유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누구나 내 환경에 맞는 여유를 만들 수는 있습니다. 카메라에서 여유라는 걸 알게 되고, 호주에서 여유 있는 삶을 경험한 정욱섭 님은 이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또 다른 여유를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정욱섭 님의 사진을 더 보고 싶다면, ‘우쿠빵의 낭만사진관’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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