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고 기분이 나쁘고 불행하다고 생각할 때 사람들은 대부분 축 늘어집니다. 어깨는 처지고 등은 구부러지고 고개는 저절로 바닥을 내려다봅니다. 다리도 풀려 똑바로 서지 못하고 걸음도 느려집니다. 이것만 봐도 사람의 감정이 신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럼 반대로 생각해 볼 수도 있겠네요. 기분이 나쁘고 우울할 때 등과 어깨를 펴고 고개를 똑바로 들며 다리에 힘을 주고 똑바로 서 있으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심리학과 리처드 페티(Richard Petty) 교수와 연구팀은 바른 자세가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자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상 취업 면접을 실시했습니다. 면접의 첫 단계는 설문지 작성. 자신이 지원한 업무 분야와 관련해서 자신에게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는지 기술해야 했습니다. 장단점 작성하기야 면접의 기본이니까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을 겁니다. 문제는 자세였습니다.
단지 자세가 구부정했을 뿐인데
연구팀은 학생 절반에게는 등을 펴고 똑바로 앉아서 작성하게 했고 나머지 절반은 구부정하게 앉아서 쓰도록 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똑바로 앉아서 쓴 학생들이 자기 장점에 대해 자신감이 더 넘쳤습니다. 똑바로 앉은 자세가 뇌에 자신감을 줬고 그 자신감이 글로 나타난 것입니다.
리처프 페티 교수는 똑바로 선 자세는 남들이 보기에도 좋지만 자기 자신에게 더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합니다. 올바른 자세로 서 있는 이미지가 자신감을 더 생기게 하고 실제로 삶에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굳이 실험 결과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주위를 조금만 둘러보면 자세와 자신감의 상관관계를 금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일에 자신 있고 열의 있는 사람은 자세가 꼿꼿합니다. 등은 곧고 어깨는 펴져 있으며 눈빛이 살아 있습니다. 반대로 자신 없고 열의 없는 사람은 구부정합니다. 반응도 느리고 모든 일에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땐 등이 펴집니다. 자세도 좋아지고 표정도 바뀝니다. 자세와 행복은 틀림없이 연관 있습니다.
감정에 치우칠 땐 육체를 다독여라
사노라면 언제나 행복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하고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산다 해도 때론 힘들고 우울한 게 인생입니다.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하지만 사실 감정은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북받쳐 오르는 슬픔을 억지로 누를 수도 없고 밀려오는 분노를 아무렇지도 않게 삼킬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장애가 없는 한 육체는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어려운 동작을 하라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등을 꼿꼿이 세우고 어깨를 올리고 시선을 들어 똑바른 자세를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감정을 통제할 수 없을 때 자세를 똑바로 한다면 감정을 완전히 감출 수는 없어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습니다.
바른 자세는 스스로 자신감을 갖게 하지만 남들이 보기에도 좋습니다. 자신감이 넘치고 행복한 사람에게 관심과 애정과 사람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바른 자세 하나로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건 어쩌면 작은 바늘을 몽둥이라고 우기는 ‘침소봉대’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등을 구부리고 어깨를 축 늘어뜨린 사람에게 작은 바늘은 영원히 작은 바늘일 겁니다. 자세를 바로 하고 자신 있게 사는 사람은 작은 바늘도 몽둥이로 만들 수 있습니다. 행복은 작은 바늘부터 시작하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