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론] 여러분의 감각은 안녕하십니까?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에서 감옥에 갇힌 뫼르소는 ‘감옥에서 담배와 정욕을 금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교도관에게 말합니다. 하지만 교도관은 ‘그러자고 감옥에 가둔 것’이라고 대꾸합니다. 사회가 범죄자 뫼르소에게 범죄의 대가로 뺏은 것은 바로 ‘자유’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정도만 해도 다행(!)입니다. 자유는 빼앗았지만, 감각까지 빼앗지는 않았으니까요.

감각과 불안의 상관관계

캐나다 맥길대학교(Mcgil University) 교수인 심리학자 벅슨(Berkson) 박사가 사람에게서 감각을 빼앗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눈을 가려 시각을 차단하고, 일정한 소음으로 청각을 마비시켰으며, 장갑을 끼워 촉각을 빼앗았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은 이 상태로 침대에 누워 자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죠. 참가자들에게는 적지 않은 보수도 지급했습니다. 돈도 받고 가만히 누워서 잠만 자면 되는, 어떻게 생각하면 아주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아르바이트 거리였을 겁니다. 참가자들은 스스로 아주 운 좋은 사람들이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몇 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안대를 하고 자는 경우도 있으니까 자는 건 별로 어렵지 않을 거로 생각했는데, 시각 외에 촉각도 빼앗긴 상태에선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었습니다. 잠을 잘 수 없으니 불안하고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외부에서 어떤 자극이 오지 않을까 기대했고, 조그만 자극이라도 있기를 바랐습니다. 보고 싶고, 만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불안한 채로 잠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은 집중력과 판단력이 떨어졌고, 시간이 지나면서 환각을 보는 사람들도 생겨났습니다.

게다가 실험이 끝난 이후에도 참가자들은 원래 상태대로 바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한동안 집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감각도 제대로 찾을 수 없었습니다. 감각을 잃은 상태로 오래 버려두면 정신 건강이 손상될 수도 있다고 연구팀은 경고했습니다.

세상과 소통하는 중요한 방법, 감각

감각은 사람이 세상과 소통하는 중요한 방법입니다. 이런 감각을 빼앗으면 사람은 외부와 소통하지 못하고 단절됩니다. 좋은 경치를 볼 수 없고, 맛있는 냄새와 맛을 볼 수 없으며,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고, 부드러운 피부의 감촉을 느낄 수 없습니다. 감각을 통제당한 삶이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불행할 것입니다.

감각이 살아있는 자연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삶, 감각이 없는 삶이 불행하다면 반대로 감각이 있는 삶이란 참으로 행복한 삶입니다. 게다가 감각은 사용하면 할수록 더 발달하는 법! 어린아이들의 감각 경험이 다양할수록 뇌가 발달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육아의 기본 상식이 됐습니다.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감각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장난감을 사주고 체험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요즘 우리들의 감각은 과연 안녕한가요? 우리는 공해와 인스턴트에 찌들고, 소음과 불평에 시달리며, 자연보다는 인공에 익숙합니다. 이러다가 더는 감각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요? 요즘 우리 삶이 행복하기보다 불행하다고 느끼는 건 건강하고 아름다운 감각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감각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입니다. 감각을 사용하지 않거나 무시하면 그만큼 삶은 불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혹시 요즘 불행하다 생각이 든다면, 감각을 자극해 보세요. 좋은 경치를 보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건강한 땀을 흘려 보고, 자연의 맛을 찾아봅시다. 감각이 살아나면 행복도 반드시 살아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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