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 경기. 초반 레이스는 다소 지루합니다. 맘만 먹으면 금방이라도 앞 사람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고, 조금만 방심해도 금세 뒷사람에게 따라 잡힐 것 같은데도, 반환점을 돌기 전까지 누구도 섣불리 앞서 나가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묵묵히 각자의 길을 달리고 있는 그들은 오직 결승점을 통과하는 승리의 순간을 위해, 인내하고 또 인내합니다.

빨리 들어오는 것이 유일한 목표일까?

후반 레이스는 좀 더 흥미진진해지는데요. 관전 포인트는 바로 누가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선두로 치고 나오는가 하는 것입니다. 승부를 걸어야 하는 최적의 타이밍을 잡기 위해 선수들은 고심합니다. 자신은 물론, 함께 달리는 선수들의 컨디션과 코스까지 고려해 최고의 스피드를 내야 하는 바로 그 순간! 자칫 오버 페이스로 레이스를 망칠 수 있으니, 그만큼 선택은 신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듯 마라톤 경기에서는 가장 먼저 골인 지점을 통과하는 것보다, 자신만의 레이스를 ‘어떻게 운용했는지’가 마라토너들에겐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마라톤은 인생이다’라는 말처럼 이는 우리의 인생에도 똑같이 해당하죠.

가야 할 때 가지 않으면, 가려 할 때 갈 수 없다

우리 인생에서도 모든 것을 걸고 전력을 다해야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해야 할 일에 대한 사명감이 최고조에 달하는 그 순간 말입니다. 하지만 이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지루해 보이는 레이스도 감내해야 합니다. 노력하고, 좌절하고, 다시 일어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야만 하지요. 앞지르는 다른 사람들을 따라 자기 페이스를 잃고 달려나간다면, 금세 지쳐 쓰러지고 맙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마라토너는 레이스 도중에 여러 번 체력적 고비를 만나게 되는데요. 자꾸 주저앉고만 싶은 그 순간, 작은 보폭으로라도 계속 걸어야만 완주할 수 있습니다. 이 작은 발걸음이 모여 다시 뛸 수 있는 힘이 되고, 큰 도약으로 이어집니다. 무언가를 향한 작은 발걸음, 즉 페이스를 지켜내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이죠. 

인생 마라톤, 페이스 유지가 성공의 관건

모두들 ‘삶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항상 남들보다 잘하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최선을 다하지 않은 스스로를 책망하곤 하죠. 그런 조바심에 무리하고, 안간힘을 쓰다가 자기 페이스를 잃고 맙니다.

지금 남들보다 뒤처지고 인생이 느슨해진 것 같으신가요? 괜찮습니다. 특별한 순간을 위해서는 지루한 시기도 보내기도 하고, 좀 더 멀리 좀 더 빨리 가기 위해 때를 기다려야 하기도 합니다. 변치 않는 삶의 목표와 완주하겠다는 열정만 잊지 않는다면, 기나긴 인생 마라톤에서 분명 환히 웃으며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