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Voice Phishing) 전화, 받아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전화로 송금을 요구하거나 신상정보를 수집하는 사기수법인 보이스피싱은 최근 들어 그 피해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데요. 자칫 큰 피해로 번질 수 있었던 보이스피싱 현장에서 직접 범인을 붙잡은 SK인이 있습니다. 고객을 향한 진심으로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은 SK증권 WM지원팀 문정민 차장과 팀원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보이스피싱 의심 경보! 신중하고 대범하게 대처하다
지난 7월 15일 오후 12시경, 평소와 다름없이 금융사기 예방을 위한 모니터링 업무를 진행하던 문정민 차장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바로 안산 지점에서 걸려온 보이스피싱 의심 신고 전화였는데요. 어제 만든 계좌인데, 잔액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출금을 시도하는 것이 이상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전날 계좌를 개설할 때부터 이상한 점이 있었다고 했어요. 증권에 대한 지식이나 관심이 거의 없는 사람 4명이 와서 CMA 계좌를 개설하는데, 그때부터 의심스럽게 봤던 거죠. 그런데 바로 다음 날 그 계좌에 돈이 없는데 은행 CD기에서 출금이 계속 시도되고 있던 겁니다. 보통 본인의 계좌라면 잔고가 얼마나 있는지 알고 있을 텐데 돈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상태로 출금만 하려고 하니깐 오류가 떴던 거죠.
문정민 차장은 곧바로 보이스피싱과 연결된 ‘대포통장’이라 판단하고 신속히 본인 확인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오후 12시 20분경, 통장의 계좌주들이 모두 전화를 받지 않는 가운데 한 계좌에 돈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1,560여만 원의 금액이 입금되었고, 10분 후 1분 단위로 100만 원씩 총 400만 원에 대해 출금이 이어지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를 심각하게 지켜본 문정민 차장은 더는 지체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 즉시 지급 정지 조치를 취했습니다.
하루에 5~6건씩은 의심 계좌들이 보여요. 그런데 선뜻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것은 보이스피싱 범죄자 사이에 진짜 고객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확인하는 과정에서 고객이 불쾌감을 느끼실 수도 있고, 중요한 금융 거래 중인 고객에게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지켜보고 행동하고 있는데요. 그렇게 조심하다가도 의심 계좌가 보이스피싱 피해에 이용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더 강력하게 조치를 취하지 못했던 게 항상 후회돼서 이번에는 단호하게 절차를 밟았습니다.
보이스피싱 현장으로 직접 출동한 사연
지급 정지 후 출금이 이뤄지는 곳을 확인해보니, 공교롭게도 회사에서 도보로 2~3분 거리에 있는 A 은행이었습니다. 범인이 가까운 곳에 있다는 생각에 문정민 차장은 두려움도 잠시 잊고 같은 팀의 김진웅 차장, 권상준 과장과 함께 A 은행으로 한걸음에 달려갔는데요. CD기 앞에 수상한 행동을 보이는 20대 후반의 조선족 남성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에게 다가가자, 출금을 멈추고 급하게 밖으로 나가려 하는 모습에 범인임을 직감한 문정민 차장과 동료들. 밖으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그 남성을 둘러싸고 작은 몸싸움을 벌인 끝에 붙잡아 경찰에 인도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저희가 수사 기관도 아니고 이런 범인을 잡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 당시에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무작정 뛰어간 것 같아요. 갔더니 정말 그곳에 범인이 있었던 거죠. 처음에는 선뜻 다가서기 조심스러웠는데, 마침 가방 안에 수십 개의 통장과 카드가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절대로 보내면 안 되겠다 싶어서 저희 셋이 그 사람을 무조건 붙들고 있었어요. 범인을 잡고 난 후에 다시 생각해 보니, 위험한 상황이었을 수도 있더라고요. 하지만 피해를 본 분들이 대부분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분들이 많고, 피해를 당하더라도 돈을 돌려받지도 못하기 때문에 그분들의 심정을 담아 범죄에 악용되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어요.
경찰 조사 결과, 체포된 범인은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현금 인출책이었고 피해자는 72세 할아버지로 밝혀졌는데요. 이번에 범인을 체포함으로써 4,300만 원의 큰 금액을 지킬 수 있었고, 범인이 보유한 타 증권사 카드로 발생 됐을 2차, 3차 피해까지 막을 수 있었습니다.
우선 자식들에게 불의를 참지 않는 아버지가 될 수 있어서 자랑스럽고, 이번 일을 계기로 SK증권의 신뢰도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어 뿌듯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피해를 예방하고, 그로 인해 피해자가 없었다는 점 같아요. 전 이것이 금융기관이 진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SK증권에서는 대포 통장을 만들지 못하겠다 할 정도로 금융 사기 예방 시스템이나 대응 방안을 더욱 개발하고 보완해 고객의 피해가 없도록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그동안 금융기관 직원이 의심스러운 상황을 감지하고 입금을 저지해 보이스피싱 범죄를 막은 일들을 많았지만, 실제로 보이스피싱 조직을 직접 잡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하는데요. 이 공로로 경찰서에서 표창까지 받았답니다. 금융기관 직원으로서 고객의 정보와 재산을 보호하는 일에 충실하고, 내 가족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한다고 말하는 문정민 차장. 고객을 향한 그의 진심이 만들어 갈 더 안전하고 믿음직한 내일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