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출장 다니는 여자, 김윤미의 행복은 나무팻말이다

행복피플-김윤미
길 모르는 타국에서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가, 해질녘 숙소 방향을 알려주는 팻말 하나를 만나면 참 반가울 겁니다. 여행과 사람이 좋아 일찍부터 ‘출장 많은 일’만 골라 했다는 김윤미 님도 사정은 마찬가지. 그녀에게 쉬지 않는 활력의 원천이 무엇이냐 물으니, 늘 자신에게 나아갈 방향을 알려준다는 ‘팻말’ 하나를 보여줍니다.
 
 


 
 

세 개의 여권, 삼십 개의 나라

 
행복피플 김윤미 님의 세 개의 여권
고등학교 때 공모전 부상으로 간 일본이 제 첫 해외여행지였어요. 그 느낌이 얼마나 강렬했던지! 그때부터 ‘어른이 되면, 꼭 해외에서 일하리라’ 매일매일 다짐했어요. 대학 때도 매일 ‘알바’를 하고, 그 돈을 모아 틈만 나면 다른 나라에 가서 두어달 씩 살다가 돌아오곤 했죠. 남들이 흔히 말하는 ‘보통의 삶’을 저는 절대 못 견딜 것 같았어요. 졸업하자마자 미국 시카고로 날아가 호텔 인턴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죠. 지금까지 머물렀던 나라는 대략 30여 개국이 되는 것 같은데요. 이게 세 번째 여권이에요. 북반구의 러시아부터 남반구 호주까지, 아프리카 대륙만 빼고 모든 대륙을 지나 다녔죠.
 
 

‘사건사고 24시’ 사회적응기

 
 
사회초년생 시절, 해외에서 사건사고를 달고 살았어요. 영어를 잘 못해 전화가 오면 도망가기 바빴죠. 남들은 쉽게 따는 운전면허시험도 저는 다섯 번이나 떨어졌어요. 무면허로 운전하다가 미국 경찰서와 법원에도 가 봤고, 어디선가 굴러 떨어져 병원에도 실려 가기도 하고, 마약하는 투숙객을 받았다가 범죄에 휘말려 벌벌 떨기도 했죠. 돌이켜 생각하면 다 황당해요. 나이도 어릴 때라 그저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살면서 조금씩 노련해지더라고요. 멕시코에선 현지인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고, 우리나라에 돌아오면 외국인이라 오해받기도 했어요. 미국에서 싱가폴, 말레이시아로, 회사도 한국 기업에서 독일계 기업, 일본계 기업으로 옮겨 다녔죠. 해외출장은 정기적으로 가고 있어요.
 
 

흔한 그 말 한마디. 팻말의 위력

 
힘을 주는 나무팻말
이 팻말은 제가 일곱 살 때 아빠가 관광지에서 사온 선물이에요. 방 어딘가에 그냥 계속 걸려있었는데, 크게 의식한 적은 없었죠. 더구나 ‘하면 된다’는 문구, 이거 무지 흔하잖아요. 그런데 선택을 앞두고 멀뚱히 앉아 고민하다가도, 이 팻말을 보면 ‘그래,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고, 늘 도전하는 쪽을 선택해 왔더라고요. 하하.
 
서른을 코앞에 두고 갑자기 아빠가 돌아가셨고, 이십대에 하고 싶은 걸 다 했다는 생각이 들자 극심한 슬럼프가 찾아왔어요. 그 즈음, 이 팻말이 제 인생에 다시 방향을 잡아주더라고요. 아빠의 갑작스러운 부재를 채워줬고, 내가 나를 믿는 힘이 곧 내 삶을 만든다는 생각을 이 팻말을 보며 하게 된 거죠.
 
 

그럼에도 하면, 어떻게든 된다

 
 
무역이라는 제 업무 특성상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니, 나이 터울 있는 친구들이 많아요. 국적과 나이 상관없이 삶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어떤 도전도 할 수 없고, 평생 무기력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것만큼 슬픈 것도 없잖아요. 그래서 중심을 지켜주는 팻말 하나 마음에 지니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도전하면 어떻게든 살게 되고, 세상에는 아직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아니까요. 이 팻말을 지니며 스스로를 믿는 마음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어요.
 
세개의 여권과 나무 팻말

나에 대한 작은 믿음을 하나씩 쌓아가는 게 중요해요.

 


 
 
‘하면 된다’는 작은 팻말을 의지 삼아 천리길을 여행 중인 김윤미 님. 다음 주에는 다시 태국으로 떠난다 하네요. 익숙함보다 생소함이 더 많지만, 일단 떠나보면 알게 되기에 걱정은 없다고 그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혹시 스스로를 믿지 못해 주저앉았던 아픈 기억이 발목을 잡고 있진 않나요? 그렇다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팻말 하나 만들어 세우고, 다시 시작하는 용기를 얻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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