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대기업이 사회적 기업을 만났을 때

사회적기업 2탄 대기업과 만났을때 시작(최종)

왜 글로벌 대기업들이 사회적 기업과 협력하기 시작했을까요?

최근 사회적 기업과 손을 잡고 따뜻한 경제를 만드는 데 앞장서는 대기업최근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기업은 전통적으로 사회의 경제적 가치를 생산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우리가 누리는 편의와 부에 기여하고 있지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회 문제의 해결은 정부나 비영리 영역이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2008년의 금융 위기는 이윤 창출에만 몰두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오늘날 자본주의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는데요. 금융 위기로 중산층의 삶의 기반이 무너지자 사람들은 더이상 두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미국의 상위 1%만을 위한 경제에 반기를 들며 99%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슬로건으로 촉발된 월가 점령 시위(Occupy Wall Street)는 비난의 화살을 금융기관에 겨누었지만, 넓게 본다면 기업의 활동이 사회와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 피해를 입게 되는 사람들의 분노가 표출된 사건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난 1편에서는 사회적 기업 영역의 미래 성장을 점치며 오늘날 일반기업들이 사회적 기업 영역과 접점을 넓혀가는 이유에 대해 ‘사회를 외면하지 않고 이윤도 창출하기 위함’이라고 언급했는데요. 이는 기업이 더는 사회적 영역을 간과할 수 없게 되었으며, 이런 변화를 어떻게 관리하고 대처할지 고민하게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지난 편(사회적 기업이란 무엇인가) 다시 보기 >>

 
 

공유가치, 기업과 사회적 기업을 만나게 하다

 
 
세계적 경영 석학인 하버드 대학의 마이클 포터 교수는 2011년 1월, Harvard Business Review에 전 세계 경영 리더들의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새로운 개념을 내놓습니다. 바로 공유가치창출(Creating Shared Value, CSV)입니다.
 
CSV는 기업이 사회 문제 안에서 비즈니스의 기회를 발견하여 전략을 세울 때,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동시에 기업 입장에서도 이윤을 달성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입니다. 의무나 책임 때문에 사회적으로 옳을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죠. 공유가치의 궁극적인 목적은 기업의 이윤을 창출하고, 전략적인 우위를 점하고, 성장을 달성하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사회 문제를 기회로 인식한다는 것이죠.
 
사회적 기업과 협력을 통해 기업은 공유 가치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이윤 추구 과정에서 사회 문제를 고민한다면, 사회적 기업은 사회 문제 해결을 목표로 기업적인 방법을 활용하기 때문이죠. 기업은 경제적 가치 생산에 가장 특화된 비즈니스 역량을,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문제에 접근하고 이를 해결하는 본연의 역량을 서로 주고받아 ‘이윤 창출과 사회 문제 해결’이라는 각자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기업을 돕는 시스템

기업과 사회적 기업이 서로 교환하고 학습할 수 있는 역량

 
 
매우 이상적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실제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사회적 기업과의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엔 주목해야 합니다. 지금부터 그 사례를 살펴볼까요?
 
 

혁신적인 인큐베이터, 얼마일까? GE와 Embrace

 
 
세계적인 기업 GEHealthymagination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적정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면 영아 사망률과 같은 문제에 기여하는 것이죠. GE는 자사의 기존 인큐베이터 가격의 10%인 2천 달러짜리 인큐베이터 개발에 성공합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의 병원들에는 여전히 비싸고, 이들이 위치한 지역은 대부분 전력 수급도 불안정해 기계가 꺼지는 문제를 겪습니다.
 
한편, 매년 2천만 명의 아기들이 저체중 상태로 태어나 그중 4백만 명이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저체온증으로 사망한다는 사실을 접한 스탠퍼드 대학교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영아를 일정한 온도에서 보호하는 인큐베이터가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연구를 통해 기존 가격의 1%인 200달러짜리 인큐베이터를 만들고자 합니다. 전기 공급이 지속적이지 않아도 작동하며, 세탁이 쉬워 청결 유지가 쉽고, 잘 고장 나지 않아야 하는 등의 제품 원칙을 세우지요.
 
사회적기업의 인큐베이터

2만 달러의 일반적인 인큐베이터(좌)와 200달러 인큐베이터 Embrace의 구성(우)

 
 
그리고 아기 포대와 같이 생긴 획기적인 인큐베이터 ‘Embrace’를 만드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작은 사회적 기업에서 탄생한 Embrace는 제품의 보급과 영업에 필요한 유통망을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Embrace는 GE와 2012년 파트너십을 맺으며 그 어려움을 해결합니다. Embrace는 GE의 유통 채널을 이용하여 필요한 곳에 제품을 판매해 영아 사망을 막는 본래의 목표를 달성한 것이죠.
 
그렇다면 GE는 무엇을 얻었을까요? Embrace가 주로 보급될 인도와 서남아시아 지역은 수억 명의 인구와 미래에 엄청날 의료 서비스 구매력을 갖춘 거대 시장입니다. Embrace와의 사업을 통해 GE는 이 시장의 특수한 환경소비자 니즈를 배우고 향후 사업에 필요한 영업, 유통 채널에 미리 접근하게 됩니다. 이는 GE의 미래 전략제품 혁신에 있어 큰 도움이 되는 자산으로,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경쟁 우위강화합니다. GE와 Embrace의 파트너십은 이렇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핸드폰과 모기장, 요구르트와 신발까지, Grameen을 찾아오는 글로벌 기업들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고, 2013년 8월 최태원 회장의 초대로 한국을 방문한 무하마드 유누스. 그는 그라민 은행의 무담보 소액대출로 방글라데시의 빈곤 퇴치에 기여한 사회적 기업가입니다. 그런데 유누스 박사가 그라민 은행 외에도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마을’이라는 뜻의 ‘그라민’은 빈곤으로 고통받는 방글라데시의 많은 주민이 가난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유누스 박사의 마음을 담은 이름인데요. 이들에게 적절한 금융을 제공하는 것이 그라민 은행의 목적이듯, 유누스 박사는 그라민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글로벌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이를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그라민 폰’은 노르웨이의 통신기업인 Telenor와 합작 설립한 회사로, 낙후된 지역 주민들이 휴대전화로 소득을 얻는 것은 물론, 인터넷 접근과 금융, 농사 정보 등을 얻는 서비스를 함께 제공합니다. 그라민 폰은 현재 방글라데시 내 시장 점유율 1위이며, 4천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자랑하고 있지요.
 
또한, 프랑스의 식음료기업인 Dacenter과 합작한 ‘그라민 다농’은 비타민과 칼슘 같은 영양소를 특별히 더 넣은 어린이용 유제품을 생산하는데요. 보다 많은 어린이가 이를 먹을 수 있도록 백 원 이하의 가격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낙후된 지역에 공장을 운영하고 지역 주민들을 재료 공급 농장 및 유통 채널 등에 참여시키는 방법으로 고용을 창출합니다.
 
매년 7만 명 이상의 방글라데시인들이 말라리아에 감염되고 있는 상황에서, 화학기업인 BASF‘바스프 그라민’을 통해 자사 보유 기술을 적용한 말라리아 퇴치 모기장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1달러짜리 신발’을 목표로 2009년 아디다스와 함께 설립한 ‘그라민 아디다스’의 사례도 주목할 만합니다.
 
사회적기업과 아디다스 협력

그라민 아디다스의 1달러 운동화(좌)와 그라민 다농의 영양 요구르트를 먹고 있는 아이 (우)

 
 
이처럼 글로벌 대기업들이 그라민을 계속 찾아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그들은 유누스 박사 및 그라민 그룹과의 협업을 통해 사회공헌을 실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이 방글라데시와 같은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에 진입하는 방법이자, 미래 소비자들을 미리 만날 수 있는 일종의 투자라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회적 기업과의 협업이 새로운 전략과 노하우를 발견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요.
 
만약 ‘그라민 아디다스’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아디다스가 과연 신발의 가격을 그만큼이나 낮추는 전략을 다년간 연구하고 결과를 거둘 수 있었을까요? 무엇보다 이렇게 얻게 된 기술과 노하우는 미래에 아디다스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요?
 
 

사회적 기업, 대기업에게 무엇을 가르쳐줄 수 있는가?

 
 
살펴본 사례들은 우리에게 ‘사회적 기업과의 협력이 왜, 어떻게 중요한지’를 시사합니다. 사회적 기업과 협업이 단순히 착한 일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업 또한 이를 통해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인데요.
 
특히 아직 개척되지 않은 시장 혹은 산업으로 진출 시, 이러한 실험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견, 혁신적 기술 개발, 효율적인 공급망 구축, 비용 절감 등 전략적인 측면의 다양한 혁신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쌓을 수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과 파트너십은 더 이상 착하기만 한 일이 아닙니다. 오늘날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가치 창출 활동과 어떻게 연계하고 협력할지가 기업 본연의 가치를 증진시키는 전략이 된 시대입니다. 이제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새로운 고민을 시작해야 합니다.
 

글/ 임팩트스퀘어

 


임팩트 스퀘어 로고
임팩트스퀘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유가치창출 등의 영역에서 전략적으로 사회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컨설팅과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임팩트 비즈니스 전문잡지(Impact Business Review)를 발간하고, 국내 유일한 사회성과평가 전문 기관인 한국임팩트평가(KIIA)를 설립했으며, 사회 혁신가들의 글로벌 네트워크인 더허브(the-HUB)의 허브서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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