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대기업에 다니고 있지만, 평생 샐러리맨으로 살긴 싫어요. 직장 생활도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아 사업을 해보려 하는데, 괜찮을까요?
한 남자가 점집을 찾아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습니다. 잠시 후, 사주에 사업 운이 없으니 힘들어도 조금만 참고 견디면 분명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점괘가 나옵니다. 성에 차지 않았는지 남자는 용하다고 소문난 다른 점집을 찾았습니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그 분야에서 사업을 하면 재물을 모을 수 있다는 정반대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이 남자는 무엇을 선택했을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조언을 듣고 싶어 점쟁이를 찾습니다. 하지만 점을 보긴 해도 사실은 이미 머릿속에 어떤 결정을 이미 내려두는 것이 인간의 본성입니다. 그래서 자기 생각과 다른 말을 들으면 엉터리라고 흥분하고, 자신 결론과 비슷한 말을 들으면 용하다고 추켜 세웁니다. 결국 점쟁이가 무슨 말을 하든, 남자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겁니다.
자신의 생각은 때로 왜곡될 수 있다
사실 자기 신념, 자기 믿음은 중요한 것입니다. 하지만 항상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자부하는 신념 때문에 잦은 충돌이 빚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있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은 좀처럼 받아들이려 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미국 미네소타대학 심리학 교수인 마크 스나이더와 사회심리학자 스완은 실험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이 때론 왜곡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미리 정해둔 어떤 사람을 인터뷰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때, 한 그룹에게는 그 사람이 외향적인지 알아보라고 하고, 다른 한 그룹에게는 그 사람이 내성적인가를 알아보라고 주문합니다.
실험 결과, 두 집단 모두 제시된 가설을 바탕으로 편향된 질문만을 시도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면, 외형적인 사람인가를 알아보기 위한 집단은 “파티에 가는 걸 좋아하십니까?”라고 질문을 했고, 내성적인 사람인가를 알아보기 위한 집단은 “시끄러운 파티를 싫어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진 것입니다. 이미 인터뷰의 방향을 이미 정해 놓았기 때문에 질문 자체가 왜곡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질문에 모두 ‘그렇다’는 대답을 얻게 되면 그 결과 또한 왜곡될 것이 분명합니다. 이 실험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신념에 반박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맹목적 믿음을 깨라, 항상 옳은 생각은 없다!
사람들이 자신의 신념을 바꾸려 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스스로 옳다고 여긴 선택이었기 때문입니다. 오랜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은 물론이고 별 생각 없이 바로 내린 결정 역시, 자신이 설정한 나름의 기준에 의해 선택이지요. 그리고 일단 선택이 끝나면 제아무리 합리적 비판이 있다 하더라도 쉽게 무시하고 중요치 않게 생각하게 됩니다. 하나의 맹목적 믿음이 되는 것인데요. 애초에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며 그 믿음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와 예시만 모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죠.
이처럼 누구에게나 자신의 믿음을 의심하고 비판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을 한 번쯤 의심해 본다면, 개인적 관점에서는 합리적이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는 비합리적이고 불완전한 결정일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어떠한 문제든 각자 자기의 입장을 중심으로 생각해 모든 면을 두루두루 살펴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즉, 현실적으로 스스로 ‘완벽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설령 그런 판단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 판단에 자신만의 경험과 가치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어 언제나 반론의 여지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어느 누구도 언제나 옳은 사람은 없습니다. 다른 이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경청하는 자세와 나와 다른 의견도 너그러이 수용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더불어 무조건 동의하기보다 그 사람의 감정에 이입하고 그 사람의 생각 속에서 그 생각을 검토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가짐이 더욱 중요합니다. 유연함과 진심, 세상과 소통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