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치유하는 여자, 이지안의 행복은 플라워드로잉이다

일상을 치유하는 여자, 이지안의 행복은 플라워드로잉이다
하얀 화폭에 떨어지는 파스텔 가루들이 마치 별무리 같습니다. 그 위를 슥슥 문지르며, 꽃잎과 잎새를 돋구는 이지안 님의 손 끝은 마치 우주를 창조하는 주인 같고요. 하얀 화폭과 연필 한 자루, 그리고 마음속에 꽃 한 송이 살아 있다면, 누구나 내 안의 어지러운 세계를 정갈하게 그려낼 수 있다고 확신하는 이지안 님. 그 치유의 손길을 따라 ‘플라워드로잉’ 세계로 입문해 봅니다.
 
 


 
 

‘꽃’을 쫓아다닌 십 년의 여정

 
 
원래는 간호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그때는 제가 어렸는지 일을 하며 지치는 날이 많았죠. 직업의 사명감을 갖고 환자분들을 치유할 줄 알아야 하는데, 저는 오히려 환자분들에게 동화되어 같이 우울해 하고 슬퍼지곤 했거든요. 그런데 보호자들이 꽃을 들고 오시면, 환자들도 환하게 좋아하시는 거에요. 그 모습을 자주 보면서 ‘꽃을 다루면, 내 마음도 치유되지 않을까’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뒤늦게 플로리스트 과정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플라워드로잉 분야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는데요. 무작정 더 예쁜 꽃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에 영국까지 건너가서 원예 공부부터 시작했어요. 공부하는 중에 틈틈이 마을 문화센터에서 플라워드로잉 강좌를 열었는데요. 수강생들에게 반응이 무척 좋았답니다. 그 뒤로 한국에 돌아와 계속 배우고 경험을 쌓으며 지난 10년을 꽃과 함께 지냈어요. 돌이켜보면 정말 정신없이 시간이 지난 것 같아요.
 
행복피플 이지안 님
 

둥글둥글~ 마음을 어루만지는 꽃잎들

 
 
꽃 그 자체가 주는 행복감이라고 해야 하나요. 꽃에는 그 특유의 ‘치유’의 힘과 끊임없는 생명력이 있어요. ‘꽃’을 그린다는 건 ‘원’을 그린다는 말과 비슷해요. 꽃의 형태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기 때문에, 꽃을 드로잉 하면 뾰족뾰족 각이 진 마음을 둥글둥글하게 어루만지는 효과가 있죠. 실제로 곡선을 그릴 때 오는 긍정적인 마음의 변화가 여러 논문으로 입증되기도 했어요. 또 자연의 색채가 참 화려하고 명료하잖아요. 도시의 단조로운 색채 속에서 살다가 꽃이 가진 색채를 따라가면 마음이 유연해지죠. 기본만 배우면, 그릴 수 있는 것은 무한대로 늘어나요. 저는 그 기본을 가르치는 거고요. 드로잉은 완전한 묘사가 아니라 ‘대강’ 그린 그림이잖아요. 그래서 그림에 서툰 분들이 오히려 자기만의 느낌을 쉽게 찾아요. 생략과 여백의 미가 드로잉의 매력이라서, 조급할 때가 많고 스트레스 많은 분에게 정말 적합한 분야죠. 
 
이지안 님의 드로잉
 

백 명이 그리는 백 송이 장미

 
 
똑같은 장미를 보고 그려도, 학생들이 다 다른 장미를 그려내요. 백 명이 그리면 백 개의 장미가 탄생하는 게 참 재밌어요. 요즘 ‘색칠공부’라고 많이들 표현하시죠. 단지 그림을 그리고 공백을 색칠하는 건데도 사람들이 스스로 치유 받아요. 제가 뭔가를 보관하고 잘 쌓아두는 편이 아니라, 제가 그린 그림이라도 몇 달 뒤에는 모두 소각하곤 하거든요. 하지만 학생들과 같이 그린 그림은 모두 간직하곤 해요.
 
저에겐 정말 중요한 의미죠. 저기 벽에 붙어 있는 드로잉은 작년 말에 수강생들과 함께 전시회를 준비하며 그렸던 그림이에요. 제가 참 아끼는 것이죠. ‘리스’라고 부르는 영원을 상징하는 꽃장식인데, 캔버스를 조각조각 내어 학생들과 하나씩 나눠 그렸어요. 저는 저 그림이 정말 좋아요. 소재도 일부러 백합을 넣어 순수함과 영원함 등을 담으려고 했고요, 지금처럼 오랫동안 사람들과 함께 드로잉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 담겨있어요.
 
이지안 님의 드로잉
 

폴라로이드 사진에 남은 꽃 같은 얼굴

 
 
제가 카라꽃을 좋아해요. 평소에도 순수하고 깨끗하게 만드는 일상을 좋아하고, 흰색과 검정색 위주의 수수한 옷을 유독 많이 입죠. 곰곰이 생각해보면, 제가 간호학을 공부한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고 봐요. 제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들을 치유해주고 싶은,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조금 더 기존의 순수함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돕고 싶은 바람이 있었거든요.
 
여기 작업실에 학생들이 찾아오면, 가장 먼저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 저 나무에 걸어둬요. 한 과정을 함께 끝낸 후 다시 한 번 사진을 찍으면 많이들 놀라곤 해요. 표정이 많이 달라져 있거든요. 첫날의 어색함을 감안하더라도, 얼굴의 ‘근육’이 단기간에 변화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천천히 꽃에 집중해가는 시간 동안 얼굴이 좀 더 밝고 아름답게 변한다는 게 놀랍지 않나요? 저는 예전에 대학 논문 준비할 때, 그 점에 대해 써보고 싶을 정도였어요. 학생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볼 때마다 꽃을 통해 좋은 감정을 나누는 이 일이 평생 해야 할 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 분야를 많이 알려 나가는 게 앞으로의 꿈이에요.
 
행복피플 이지안 님

꽃을 그리는 동시에 마음의 여백도 그리는 것, 플라워드로잉의 매력이에요.

 


 
 
‘여백’은 담박한 비움이면서 아름다운 채움입니다. 또한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지요. 화폭 위에서는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이지안 님이 말합니다. 화려한 꽃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집 앞 화단, 돌 틈에 피어난 들꽃을 채집하러 외출해보는 건 어떨까요. 비록 상처 난 꽃잎이라도, 자유로운 화폭 위에서는 언제든 빛나는 이야기를 만들어 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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