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론] 소포모어 징크스? 기대치를 낮춰 만족도를 높여라!

대박 난 영화의 속편은 대부분 재미가 덜 하다고들 합니다. 뛰어난 활약을 했던 선수가 다음 시즌엔 슬럼프에 쉽게 빠지는 일도 종종 있죠. 처음 카지노에 갔을 땐 돈을 땄지만, 그 다음 번에는 처음 딴 것보다 훨씬 더 잃었다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마치 미리 정해 놓은 것처럼 성공 후엔 실패가 찾아오고, 행운 뒤엔 불행이 뒤따릅니다. 단순히 인생의 오묘한 진리라고 하기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이런 현상을 흔히 ‘징크스’라고 합니다. 징크스 중에서도 앞에서 예를 든 것처럼, 두 번째가 처음보다 못한 경우를 ‘2년 차(Sophomore)’라는 말을 붙여 ‘소포모어 징크스’라고 부릅니다. 운동선수의 시즌별 성적, 신인가수의 후속곡, 대박 영화의 속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포모어 징크스는 여지없이 일어나죠.

‘부진한 2번째.’ 어쩔 수 없는 운명일까요, 아니면 설명할 수 있는 과학적 현상일까요? 2년 차 징크스를 피할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요?

2년 차의 저주는 평균 회귀 효과일 뿐

원래 소포모어 징크스는 미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널리 쓰는 말입니다. 이전 시즌에 훌륭한 성적을 보여줬던 선수가 새 시즌에서는 좀처럼 활약을 보여주지 못할 때, 언론은 여지없이 소포모어 징크스라는 말을 쓰면서 온갖 분석을 내놓습니다. 잘해야 한다는 극심한 부담감 때문에 그렇다는 둥, 운동선수의 특별한 몸짓이 상대방에게 노출되었다는 둥,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는 둥,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렸다는 둥 별의 별 해석을 해댑니다.

행복론 소포모어 징크스

미국 심리학자 리처드 니스벳과 리 로스는 야구선수의 성공에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운도 작용한다고 말합니다. 본인의 실력, 때마침 도와주는 팀원들, 그날의 기분, 경기장 주변 환경 등이 다 영향을 끼치겠지요.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몇 가지 변수들이 선수의 플레이를 도와주는 건 운이 좋다는 말 말고는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문제는 이 운이 언제나 좋지만은 않다는 점이지요. 니스벳과 로스는 올해 운이 좋았다면 내년에는 운이 좀 나쁠 수도 있고, 그래서 진짜 평소 실력의 평균으로 돌아갈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소포모어 징크스가 생긴다고 설명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가리켜 ‘평균회귀 효과’라고 부릅니다.

음식점도 비슷합니다. 처음 갔을 때 기가 막히게 맛있었던 집을 두 번째 찾으면 처음 같은 감흥이 없습니다. 처음 갔을 땐 내가 유난히 배가 고팠을 수도 있고, 그날따라 재료가 좋았을 수도 있겠지요. 요리사가 꽤 기분이 좋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두 번째에서까지 그렇게 운이 좋을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지요. 운을 뺀 나머지, 결국 음식의 평균 수준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운이 작용한 첫 번째 음식을 먹은 사람은 두 번째 음식에 만족할 수 없는 것입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보다 좋은걸!

생각해 보면 소포모어 징크스가 사람들의 의식에 자리 잡게 된 이유는 바로 ‘걷잡을 수 없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첫 번째 결과물에 대한 인상적인 감명과 놀라움은 보는 이로 하여금 엄청난 기대를 품게 합니다. 그러나 처음에 보여줬던 최고의 퀄리티와 가치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높아질 대로 높아진 기대치를 계속 채우기엔 언제나 역부족이죠. 그리고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그에 대한 평가 또한 일반적인 수준에 비해 훨씬 낮아지게 되고, 이는 곧 징크스가 됩니다.

하지만 반대로 기대치를 초과하는 결과에 대해서는 호감과 칭찬이 늘어나고, 더욱 큰 긍정적인 평가를 얻게 됩니다. 생각지도 않은 의외의 결과에 대해 ‘생각보다 좋다’며 놀라워하거나 혜성처럼 나타난 루키의 뛰어난 성과가 더 큰 주목을 받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죠. 마치 무뚝뚝한 사람의 다정한 한 마디가 더한 감동으로 다가오고 자상한 사람의 무심한 한 마디가 더 큰 상처가 되듯, 이러한 기대치에 따른 서로 다른 생각은 징크스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징크스는 깨지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닐까요? 단순히 경험에 의존하여 내린 결론은 항상 평균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오류를 깨닫고, 경험에 따른 기대가 아닌 과학적인 통계에 의한 추론을 바탕으로 맞서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노력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지 않는다면 징크스는 쉽게 이겨낼 수 있습니다. 기대치를 낮추면 만족도가 높아지고 노력은 배신하지 않습니다. 마음먹기에 달린 징크스, 나 자신만이 징크스를 행운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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