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를 달리는 라디오 DJ, 버스기사 고창석의 행복은 ‘버스’ 다.

서울 시내의 한 버스 정류장. 초록색 버스 한 대가 정차를 하기 위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취재진을 알아본 그는 씽긋 눈 인사를 보내줬고 우리는 가벼운 목례와 소개를 한 뒤 6211번의 승객이 되었습니다. 앞 문이 스르륵 하고 닫히는 찰나, 뒷문으로 내렸던 한 청년이 앞문으로 잽싸게 달려와 이야기 했습니다. “기사님! 정말 멋있어요! 짱!” 그 순간 직감했습니다. 우리가 찾던 행복을 전하는 행복피플이 바로 이 분이라는 것을.
 
버스기사 고창석

헬스를 할 때 땀 안 나고 대충하면 찝찝한 기분이 들죠. 땀이 나면 개운하고 행복하고. 그런데 만약 일을 할 때 땀을 흘리면서 팔이 파파르… 떨릴 때까지 일을 하면 그 때는 그러죠. ‘내 팔자가 왜 이런가.’ 하고 말이죠. 저는 버스에서 라디오 DJ를 하는 것이 ‘일’이 아닌 ‘운동’처럼 생각하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늘 행복하고 즐거워요.

도로 위의 DJ, 고창석의 6211번 버스

 
 
처음에는 승객들이 버스 스피커에서 나오는 방송국 라디오인지, 버스 기사가 하는 라디오인지 헷갈려 했어요. 처음에는 작은 핀 마이크로 했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았거든요. 승객들이 서로 내기를 했어요. 라디오인지 기사가 하는지. 라디오를 들은 사람이 첫날에 엄청 감동을 받아 하며 고마워하더라고요. 기분이 엄청 좋았어요. 저도 사실 큰 지식이 있어서 라디오를 진행 했던 것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소소한 기쁨과 행복을 느끼기 시작하니 멈출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집에 가서 검색도 하고 공부도 하고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거죠.
 
버스기사 고창석
 

승객과 나누는 교감. 그것이 ‘최고의 행복’

 
 
저의 아무것도 아닌 정성에 의해서 많은 분들이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 저는 참 좋았어요. 12년 정도 버스 DJ를 하면서 약 20권 정도의 원고가 있어요. 좋은 시, 영화 명대사, 삶의 이야기, 음악 이야기 등등 승객에게 들려드리고 싶은 좋은 이야기를 묶어 놓은 거에요. 차 안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이야기들을 묶어서 책자처럼 만들어서 항상 보고 또 보면서 승객분들께 전해드리고 있어요.
 
버스기사 고창석

<고창석 기사의 정성이 깃든 원고와 CD>

 
 
처음에 공테이프에 노래를 담아 라디오를 했었는데. CD플레이어가 나오고 난 뒤, 그 것으로 라디오를 진행했어요. 공테이프보다 훨씬 많은 노래가 들어가더라고요. 그래서 승객들에게 신청곡을 받기 시작했어요. CD에 들어가있는 노래 목록을 적어서 승객이 볼 수 있는 곳에 비치하고 신청이 들어오면 그 노래를 찾아 들려주곤 했죠. 지금은 모두다 추억이 되었어요. 지금은 노트북이 있기 때문에 가수 폴더를 만들어서 바로바로 노래를 들려드릴 수 있거든요. 참 편리해진 것 같아요.
 
버스기사 고창석

<승객들이 고창석 기사에게 준 팬레터의 일부>

 
 
가장 뿌듯한 것은 승객들의 고맙다는 인사에요. 12년 동안 많은 분들께서 팬레터를 보내주셨어요. 저로 인해 찢어졌던 부부가 다시 합치기도 하고, 어떤 분은 희망을 얻기도 하고. 제가 전하고자 했던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고 봐요. 제가 라디오를 하며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제 소임의 전부거든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삶에 적용시킬지는 그 사람의 몫인데 그것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것이 참 행복해요.
 
 

버스기사는 ‘내 운명’

 
 
원래 저는 버스 기사가 아니었어요. 전라북도 전주에서 나고 자랐고 돈을 벌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는 가족 뒷바라지를 위해 여러 일을 했어요. 출판사 영업부장부터 의류업체 지사장 등 제 열정이 닿을 수 있는 일을 하며 성실하게 살아갔죠. 하지만, 세상은 녹록하지 않았어요. IMF가 터지고 회사 부도나고 지인으로부터 사기를 당하는 등 참 어려운 과정이 많았어요.
 
버스기사 고창석
그러다 만난 것이 바로 이 버스기사 라는 직업이에요. 버스운전면허를 취득하고 단돈 40만원을 들고 서울로 올라와 버스 회사 공고를 보고 지원했죠. 지금 다니는 곳이 바로 그 곳이에요.
 
처음에는 많은 빚을 갚아야 해서 밤낮으로 운전하며 돈을 벌었어요. 그래서 제가 우리 회사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버스기사가 되기도 했어요. 참 열심히 산 것 같아요. 그러다 문득 제가 버스로 인해 받은 것들을 승객들에게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그래서 버스에서 노래를 가끔 틀곤 했죠. 라디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은 오디오 시설이 되어 있는 버스를 배정 받으면서부터예요.
 
 

제가 받은 이 행복, 모두에게 꼭 나눠주고 싶어요

 
 
요즘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버스 운전, 교통회관 강의, 책 집필 등 하루가 모자랄 정도죠. 지금 제 계획은 10년에 걸쳐서 책을 쓸 생각이에요. 제가 겪은 이야기들을 모두 엮어서 낼 예정이죠. 베스트셀러가 되어서 모든 사람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모두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게 꿈이에요. 버스 안에서 승객과 제가 나눴던 이야기들 그 누구도 하지 않은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요. 승객과 나눈 이야기가 베스트 셀러가 된다면 그 수익금으로 좋은 일에 쓸 계획이에요.
 
버스기사 고창석
달리는 버스의 DJ 버스기사. 원래는 고창석 기사님 외에도 많은 분들께서 하고 계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고창석 기사님은 포기하지 않고 승객 모두가 좋아할만한 그 무언가를 찾아 계속 공부하고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는 말합니다. 행복은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행복해지기도 하고 불행해지기도 하고. 모든 것을 감사하고 즐겁게 생각하는 자신의 마인드 덕분에 버스에서 DJ를 하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는 고창석 기사님.
 
 
정년이 1년 남짓 남은 그는 남은 기간 더 많은 이야기와 노래를 6211번 승객들께 전하기 위해 오늘도 펜을 꺼내고 노래를 찾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더 많은 승객들이 행복을 느끼길 SK가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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