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의 내면을 어루만지는 사진작가, 이도성의 행복은 ‘필름카메라’이다

요즘처럼 많은 것들이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에도 ‘느림’을 추구하며 최고의 결과물을 위해 신중한 선택과 집중을 즐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필름카메라만 사용하는 사진작가 이도성씨 인데요. 필름을 인화하기 위해 ‘다크룸(Darkroom)’안에 있다 보면 눈을 뜨고 있지만 꿈을 꾸는 듯한 환상에 빠져든다고 합니다. 표면적인 아름다움 보다 내면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이도성의 카메라 렌즈를 속 이야기, 같이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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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와 우연한 첫 만남

 
 
중•고등학교 때 관심은 오로지 그림 그리는 것뿐이었어요. 그림도 특정 한 분야가 아니라 수채화, 수묵화, 만화 등 그림의 형태를 띠는 것은 다 좋아했어요. 그렇게 어릴 적 제 꿈은 ‘뭔가를 그리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의 지인분께 우연히 필름카메라를 한 대 얻었습니다. 그림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이것 저것 관찰하는 걸 좋아했는데요. 카메라가 생긴 이후, 관찰 대상의 사진을 많이 찍게 되었고, 그림을 그릴 때도 사진으로 기록한 후 그림을 그리게 되었죠. 사진을 좋아하게 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카메라를 진지하게 배울 생각은 없었는데요. 지금 생각해보면 지금 카메라를 업으로 삼고 활동하고 있다는 게 가끔 놀라울 때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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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때 그림 그리던 도구와 이도성씨가 직접 그림>

 
 

사진작가의 삶을 선택하다

 
 
사진을 본격적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2008년도에요. 군 제대 이후 웹 기획자라는 직업과 사진작가라는 진로를 놓고 깊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웹 기획자’는 안정적인 직업이었지만 사진이라는 매체에 대한 욕구가 정말 컸거든요. 사진을 포기하지 않는 방법은 하나 더라고요. 제가 잠을 줄여서라도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결론이었어요. 생계를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그렇게 그때부터 낮에는 웹 기획자로, 퇴근 후에는 사진작가로 활동하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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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성씨의 작품 ‘모녀’와 ‘고요’>

 
사진을 찍고 있는 그 순간이 정말 행복해요. 자신이 진짜로 좋아하는 게 있다면 아무 이유 없이 좋은 거 있잖아요. 사진은 제게 그런 거 에요. 한 컷 한 컷 찍을 때 마다 찰나를 기억하는 느낌은 시간이 멈춰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거든요.
 
저는 디지털 카메라가 있긴 하지만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주로 필름카메라를 쓰죠. 그런데 필름을 독학으로 공부 하다 보니 기초가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요즘은 필름사진을 인화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 인화를 할 수 있고, 필름 카메라를 배울 수 있는 곳이 더욱 절실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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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트 마스터 김도한 작가와 함께>

 
그때 프린트 마스터인 ‘김도한’ 작가가 운영하는 암실을 알게 되면서 무작정 찾아갔어요. 작가님을 만나 필름에 대해 이것 저것 배우면서 사진의 매력에 더욱 빠졌죠. 열심히 하다 보니 2012년에는 한 갤러리에서 신진작가로 선정되기도 했고요. 충무로 사진축제에 작가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내년을 목표로 사진과 에세이를 묶은 책을 출간하려고 구상 단계에 있기도 합니다.

 
 

소통의 창구, 대중과 호흡하는 사진작가 이도성

 
 
기획전과 단체전을 총 6번 했어요. 사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나서 4년 만에 <나의 여행, 너의 삶>이라는 기획전을 열었는데 제가 기획부터 총괄진행을 맡았죠. 친분이 있는 사진작가 분들을 섭외해서 30점 정도의 사진을 걸었던 전시였어요. 단순히 작품을 걸어두기 보다는 감상하시는 분들이 더 몰입하고 즐길 수 있는 전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인디 뮤지션의 공연과 함께 전시를 꾸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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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성씨가 직접 기획한 전시 기회전 / 사진전을 보고 외국인들이 남긴 방명록>

 
기획을 하면서 느낀 게 있었는데요. ‘사진 전시를 누구나 편하게 거부감 없이 봐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흔히 갤러리 전시라고 하면 어쩐지 특별한 분들만이 관람을 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의 전시 목적은 사진을 통해 대중과 함께 소통하는 것을 전제로 해요. 그래서 기획전을 준비 할 때 모든 사람들이 편하게 입장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나섰고, 잘 알려지지 않은 한옥채 한 곳에서 작품을 걸었습니다. 외국인 분들도 많이 와주셨어요. 한국으로 여행을 왔다가 둘러보시기도 하고 잘 봤다는 메일을 보내주시기도 하셨죠. 그런 반응들에 정말 많이 흥분되고 뜻 깊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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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 철공소의 사진 / 작품명 ‘묵음’>

 
이렇게 전시뿐만 아니라 사진을 찍을 때도 소통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침부터 철공소를 찍을 때였어요. 그곳에 계신 아저씨께 양해를 구하고 사진촬영을 다 마쳤는데 밤이 되니 또 다른 이미지가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셔터를 누르려는데 한 아주머니께서 역정을 내시면서 저를 쫓아내셨어요. 그분들의 공간을 침해했다는 죄송한 마음이 들어 음료수 한 박스를 사다 놓고 나오는 길에 아주머니와 딱 마주쳤어요. 문래동이 예술촌으로 변하면서 사람들이 급작스럽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사람들은 자신들을 동물원 원숭이 같이 취급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알게 되었어요. 내가 담고 싶은 이야기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된 시선으로 찍히는 사람의 마음까지 들여다 봐야 한다는 걸요.
 
 

내면을 전달하는 사진작가를 희망해!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표면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보여지지만 그 안을 자세히 보면 상실을 감추려고 하는 것 같아요. 한 번쯤은 그런 것들을 곱씹어 보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그래서 저는 리얼리티와 감성적 표현을 동시에 발휘할 수 있는 도구로써 카메라를 사용하려고 해요.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사진에 잘 녹여내는 사진작가가 되는 것은 제 숙제죠.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의 면면을 질기게 기록하고 가치 있게 남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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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성씨의 카메라와 작업한 필름사진>

결국 좋은 사진이란 구성적인 기술이 아닌 마음인 것 같아요.

 
따뜻한 시선으로 순간을 고스란히 기록해 내는 사진작가 이도성씨. 그는 사진의 폭을 더욱 넓혀 현대미술에 조금 더 다가 간 조형적인 작업을 하는 것이 최종 꿈이라는데요. 온기 있는 시선을 가진 그의 다음 기록이 벌써부터 궁금해지는데요. 그의 렌즈에 속 세상에 SK STORY가 힘찬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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