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다. 사람(人)은 혼자 설 수도, 혼자 살 수도 없다. 시작점부터 그렇다. 사람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분명 사람(남자)과 사람(여자)이 필요하다. ‘함께’는 사람의 본질이고, 인간관계는 모든 것의 중심일 수밖에 없다. 직장생활이 힘든 이유도 일이 아닌 사람 때문이고,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는 주요 이유도 공부가 아닌 또래 때문인 경우가 많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건강하고 행복한 인간관계를 맺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심리학자들은 자존감(self-esteem)을 꼽는다. 자존감이란 스스로를 존중하며 가치 있는 존재로 평가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행복한 대인관계를 위해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하니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대인관계란 ‘나’를 중심으로 ‘너’와 맺는 것이다. 분명히 그 기준은 자기 자신일 수밖에 없다. 기준이 확실해야 모든 일이 잘 풀리듯, 대인관계 역시 그 기준이 되는 ‘나’가 확실해야 한다.
나를 통해 너를 본다
사람들은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이러하니 상대방도 이러할 것이라고 이해한다. 타인의 접근을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은 자연스레 ‘남도 내가 접근하면 불편하겠지’ 생각하고, 타인의 관심에 목말라 하는 사람은 ‘저 사람도 내가 관심 가져 주면 좋아할 거야’ 생각한다. 이처럼 자신을 통해 타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은 대인관계 갈등의 씨앗도 된다.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면 타인도 믿지 못한다. 이런 사람은 상대의 호의를 겉치레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상대에게 불편을 느껴도 표현을 못한다.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스스로를 존중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타인에게 불편을 느꼈을 때 적절한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다. 스스로를 믿듯 상대방도 믿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만큼 상대도 그렇게 바라보기 때문에, 행복한 관계를 충분히 즐긴다. 결국 높은 자존감은 행복한 인간관계의 필수요소다.
자존감을 높이는 전략
자존감은 어떻게 만들어지며 또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전에는 상당수의 심리학자들이 어린 시절의 경험을 강조했다. 물론 어린 시절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다. 다행인 것은 자존감이 과거에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현재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삶의 태도 역시 자존에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아보자.
1. 과거에 얽매이지 말라.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과거의 영향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과거의 영향 아래 무기력하게 놓여있을 필요도 없다. 낮은 자존감을 갖게 했던 과거의 경험을 딛고 일어나겠다고 결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이 자꾸 과거의 경험으로 돌아가려 할수록 끊임없이 현재가 중요하다고 다짐하자.
2. 현실에 근거한 긍정적 자기대화(self-talk)를 하라.
혼자 있을 때 스스로 하는 말을 자기대화라고 한다. ‘난 왜 이렇게 못났지?’, ‘난 이래서 안 돼’ 등의 부정적 이야기를 한다면 빨리 바꾸라. 이 때 ‘난 무조건 잘 될거야’ 같은 막무가내 긍정이어서는 안 된다. 현실에 근거한 긍정이어야 한다. ‘이번에는 부족했지만, 다음에는 더 잘하면 돼’, ‘잘 하지는 못했지만 최선을 다했어. 이 점이 정말 마음에 들어’처럼 현실을 인정하면서 한편으로 자신의 노력을 긍정하고, 미래에 희망을 가지는 자기대화가 필요하다.
3. 타인과의 비교를 멈추라.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비교하고 비교당하며 산다. 키나 몸무게가 정상인지 알기 위해서도, 어느 정도 공부를 했는지 알기 위해서도 타인과 비교한다. 물론 필요한 비교도 있지만, 성인이 된 이후의 비교는 상당히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특히 ‘누가 누가 잘하나’식의 비교가 그렇다. 타인과 비교해서 평가하기보다는 자신의 독특한 점이나 장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행복한 삶을 살려면 행복한 인간관계가 필요하고, 행복한 인간관계를 맺으려면 건강한 자존감이 필요하다. 지금 당신의 자존감은 어떠한가? 행복한 인간관계를 맺을 준비가 되었는가? 바로 당신에게 달려 있다.
누다심 / 심리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