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식가가 아닌 음식을 즐기는 사람이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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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은 우리 음식의 올바른 식문화를 지켜가는 첨병이다. 그는 바른 것이 아니라면 전 국민이 지금껏 옳다고 생각하며 먹었던 것도 ‘잘못 먹고 있는 것이다’라는 쓴 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낸다. 그가 말하는 것은 제대로 알고 먹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음식의 기본인 식재료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황교익은 음식 한 그릇에 담긴 인간의 본능과 철학을 들여다본다. 진정한 미식을 탐문하는 그의 인문학적 음식이야기를 들어본다.
 
 

바른 재료에서 바른 음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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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미식회’에 출연 중인 황교익(출처_ tvN)>

 
우리에게 맛 칼럼니스트라는 직함은 생소했던 표현이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맛 칼럼니스트라고 하면 황교익을 자연스레 떠올린다. 음식비평가, 요리연구가 등 많은 직함을 놓아두고 왜 그는 맛 칼럼니스트를 택했을까. 지금까지 자신처럼 음식에 접근했던 사람이 없었기에 오래 전 칼럼을 연재했던 신문사의 한 기자가 그에게 붙인 호칭, 맛 칼럼니스트.
 
그는 한글과 영어가 섞여서 그 당시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 호칭이었다며 싱긋 웃지만 현재에 와서 이보다 더 그를 잘 표현하는 단어가 있을까도 싶다. 그는 미식의 취향을 드러내거나 음식의 맛만을 평가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맛집 선정에 열을 올리는 것도 아니다. 그는 항상 요리에 있어서는 기본이 중요하다고 말을 한다. 이는 그가 농민신문의 기자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신념인데 수많은 농어민들을 취재하며 그가 느낀 것은 바른 재료에서부터 바른 음식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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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서 식재료 취재 중인 황교익>

 

저는 맛집 선정을 하지 않아요. <수요미식회>에서도 저는 ‘이 집이 맛있다’ 정도이지 선정을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 음식점을 선택하는 이유는 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점이 다루는 음식이 필요할 뿐이에요. 근데 시청자들은 방송에서 그 음식점 이야기를 하니까 선정했다고 생각하는 거죠. 음식의 취향과 기호는 사람마다 다 달라요. 하지만 이 집의 이 음식들을 기준으로 삼으면 분별력은 만들어 질 수 있다 정도예요. 기준을 설정하는 데는 기준점이 있어야 하잖아요. 요리란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의 설정인데 저에게 있어서 요리란 식재료가 가지고 있는 단점을 극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에요.

 
 
음식에 쓰이는 재료가 제철인지, 어디에서 재배되고 어떤 재배방법을 썼는지는 물론이고, 수확하는 시기가 적절한지도 살핀다는 황교익. 그는 음식을 만들 때 그 재료의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조리법을 쓰는지도 음식을 평가하는 기본기준이 된다고 했다.

 

197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한국 사람 대부분은 농민이었어요. 그때는 자기들이 직접 농산물을 재배했기 때문에 너무 잘 알아요. 상추가 자라면 몇 번째 잎이 맛있다부터 고구마를 캐면 크기에 따라서 맛있고 등을 다 알아요. 그러다 보니 파는 어떻게 요리해야 해, 양파는 이렇게 썰어야 맛있는 거야 하는 걸 아는 거죠. 지금은 농어민을 다 합쳐도 5%밖에 안 돼요. 요리사들도 생산지는 잘 몰라요. 생산지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어떤 농산물이 어느 계절에서 어떠한 품종으로 어떻게 재배되고 수확되는지 몰라요. 직접 가서 공부하질 않는 거죠. 그 중간다리에 제가 서 있는 거라고 보시면 돼요. 생산지에 가서 확인하고 요리사의 기술이 접목되면서 밥상에 놓일 때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이야기해주는 것이죠.

 
 

황교익이 맛 칼럼니스트가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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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은 ‘맛의 기본으로 돌아가자’를 말하고 있었다. 좀 더 포괄적으로 말하자면 ‘우리가 먹는 것은 자연이며, 자연에 대해 좀 더 민감해 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산과 들, 계절에 따라 다 달리 나오는 먹거리를 맛있게 즐기도록 해 주는 사람. 그 전달자가 바로 황교익이다. 그는 자연에 대한 관심을 끊임없이 야기하는 것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음식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궁극적인 관심사는 사람이에요. 재료이야기를 하고 그랬지만 결국 그 음식을 먹는 사람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거예요. 왜 저런 음식을 먹을까. 왜 저런 방식으로 먹지? 저는 음식인문학을 하는 사람이에요. 기본적으로 인문학은 사람에 대한 관찰이거든요. 내가 왜 이렇고 왜 그럴까. 거기에 대한 의문을 끊임없이 던지면서 ‘왜’라는 것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이에요. 저는 그 소통창구로 음식을 택한 거죠. 음식을 통하면 다 보여요. 인간도 세상도 보여요. 음식을 인간이 왜 저렇게 먹는가를 사색하면 인간 삶 전체가 그려지죠. 예술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예술을 두고 인간을 이해하는 통로라고 말하듯이 제게는 그것이 음식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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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를 연구하는 ‘끼니’의 창립대회>

 
왜 음식에 관한 글을 쓰게 되었는가 묻자 상당히 간결한 대답이 돌아온다. 아무도 개척하지 않은 분야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어려움도 있었다. 멘토가 아무도 없었기에 모든 것을 혼자 처음부터 시작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개척자 정신으로 이 일을 벌써 25년 째 해오고 있는 중이다. 더불어 그는 한국의 음식문화를 새롭게 만들어보자는 취지의 모임인 사단법인 ‘끼니’의 이사장을 맡으며 음식에 관한 다채로운 강좌를 정력적으로 펼치고도 있다.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음식에 대해 올바로 알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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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다큐멘터리를 촬영 중인 황교익>

 

맛있는 음식은 행복감을 주죠. 근데 행복감을 극대화 하는 것은 그 음식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그 음식이 아무리 맛있어도 입으로 들어오는 약간의 쾌감만 있을 뿐이에요. 음식이 나를 정말 행복하게 해주려면 같이 먹을 사람이 필요해요. 인간은 서로 감정을 공유하는 사회적인 동물이거든요. 사람은 상대방이 표현하는 감정을 다 복사해요. 그런 능력은 원래 인간의 뇌에 박혀 있어요. 거울신경이라고 하는 미러뉴런 때문인데요. 다른 동물과 다르게 굉장히 발달해 있어요.
 
 
내가 누군가와 함께 맛있게 음식을 먹잖아요? 그럼 그 음식이 맛있어서 내가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감정표현에 의해서 나도 맛있어지는 거예요. 행복해, 맛있어 하는 상대의 감정표현에 의해 나도 맛있고 행복해지는 거예요. 그러면서 다 같이 행복해지는 거죠. 젊은 친구들이 모여 앉아서 라면 끓여먹는 것을 생각해보세요. 인스턴트 라면 먹는데도 맛있어서 좋아하고 행복해하는 것이 그런 이유 때문이에요. 결국은 그 음식이 맛있다 맛없다라고 하는 것은 사람에게 있는 것이지 음식에게 있는 것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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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칼럼니스트로서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은 자신의 글이 다른 이에게 읽혀지고 그 생각을 공유하여 음식을 누구나 좀 더 잘 즐겼으면 한다는 황교익. 그럼으로써 스스로 희열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문화가 아니라 그냥 음식을 즐기는 것이다’라 말하는 그의 소신이 점점 더 글에서 빛을 발하는 날, 우리는 그로 인해 음식을 먹는 행위의 소중함을 더욱 느끼고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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