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년 차 주부인 김지영은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담는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산후우울증을 극복해보고자 취미로 잡은 색연필이었지만, 이제는 육아생활을 병행하면서 틈이 날 때마다 작품을 그리고 있다. 처음에는 그저 인물과 닮게라도 그리고 싶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자신의 스타일을 잡아가는 것 같다고 말하는 그녀. 확고한 자기 만의 일러스트 세계를 표현하고 싶다는 그녀는 앞으로 인정받는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전시회도 가져 보고픈 소망을 비친다.
타고난 그녀의 손재주
김지영은 어릴 적 만화작가나 캐릭터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초등학교 시절, 그림을 곧잘 그렸던 그녀는 반 친구들에게 당시 유행이던 만화 캐릭터를 그려서 인기를 한 몸에 받곤했다. 그녀의 타고난 미술솜씨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미술을 전공한 아버지는 지금 교육자의 위치에 서서 한 대학에서 미술을 가르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접하고 살았던 그녀는 자연스럽게 진로를 미술로 정했지만, 의외로 아버지의 반대가 너무 확고했다. 세상에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에 미대를 졸업해서 화가를 직업으로 하기에는 너무나도 어렵다는 것이었고, 그런 아버지의 말에 그녀는 잠시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학교를 다니며 친구와 함께 소소하게 스카프를 만들어서 오픈 마켓에서 팔았다. 나름대로 디자인을 한 다음 원단을 사서 박음질을 하고 스팽글도 붙여 4천원에서 1만원 사이의 가격으로 팔았는데 그 반응이 생각보다 괜찮았다고 한다. 중고 옷을 매입해서 빈티지 스타일로 리폼해 판매하는 조그마한 가게도 열었다. 대학로에 괜찮고 예쁜 빈티지 옷가게가 있다는 소문은 금방 돌았다. 장사는 성공적이었으며 어느덧 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본격적인 패션 시장에 뛰어들게 된다. 한 니트 공장에서 니트 디자인을 의뢰하면서 그녀의 사업은 더욱 커져만 갔다.
바빴던 생활을 뒤로 하고 일상을 도화지에 담다
<그녀가 직접 디자인한 옷들>
25살에 본격적으로 패션시장에 뛰어든 그녀는 사업을 하면서 니트 스케치만 수 천장에 가깝게 했다. 그렇게 탄생한 그녀의 니트들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 패션의 흐름을 직접 보기 위해 명동에 자주 나가던 시절, 자신의 니트를 입은 사람들을 볼 때마다 마음은 설레기만 했다. 사업은 승승장구해 백화점에도 입점했으며 전국적인 체인이 있는 의류편집매장에 자신의 브랜드로 니트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그녀는 사업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정신 없이 바빴고, 본인 만의 시간은 줄어만 갔다. 그렇게 점점 힘에 부치던 때, 니트 공장 사장이 캐나다로 이민을 가면서 본인도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결심했다.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무작정 벅차게 쫓던 일을 접게 되면서부터예요. 더불어 결혼을 하면서 제 삶도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죠. 지금 생각하면 일로 바빴던 그 시기가 무척 혼란스럽고 또 허탈하다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일을 즐기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적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땐 뭔가 그냥 억울하고 우울했었어요. 헌데 이렇게 일을 다 내려놓고 나니 시간적으로도 가족과 더 많이 있을 수 있고 일에 얽매이지 않아 너무 자유롭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 무렵 임신을 했고 아이를 낳으면서 소위 말하는 산후우울증을 겪게 됐어요.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마저도 슬퍼지더라고요. 그때 당시 그럼 나는 무엇을 즐기면서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결론은 금방 났어요. 그림이었죠. 어떤 목적이나 수단으로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그냥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었죠.
그저 보기만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작품을 위해
시작은 자신의 아기 얼굴을 그리는 것부터였다. 하루하루 갈 수록 성장해가는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그렸던 것이 동네에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우리 아기도 좀 그려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또한 자신의 작업물을 소셜 미디어에 올리면서 대중들로의 주문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주문자가 그리고 싶은 인물의 사진을 주면 그녀는 도화지에 연필로 인물을 스케치하고 색연필로 채색한 후, 컴퓨터로 마무리를 해서 파일로 전송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작품을 보내준다. 왜 캐리커처로 인물을 표현하지 않는가 묻자, 캐리커처의 방식보다는 일러스트가 훨씬 표현의 영역도 넓고 때로는 신비로운 분위기마저 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제가 그리려는 대상의 사진을 계속 쳐다보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어요. 그걸 저만의 작풍으로 소화해내는 건데요. 살짝 촌스러운 빈티지스러운 느낌이랄까요. 그게 제 스타일인 것 같아요. 일단은 이렇게 제 방식대로 일러스트를 그려도 많이들 좋아해주시니까 앞으로도 이 스타일을 더욱 더 디테일하게 발전시켜나갈 것 같아요. 그냥 딱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난해하고 어려운 그림들은 제 스타일은 아니고요. 그런 그림들이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제 취향으로는 그렇게 크게 감정이 동요되진 않더라고요. 저는 앞으로 동화책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글도 직접 쓰고 일러스트도 예쁘게 그려 넣고요. 그래서 어른과 아이가 모두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어요.
행복이란 어제였고 지금이고 내일이라고 생각한다는 김지영. ‘지나고 나니 지금의 내가 아니었다면 알 수 없었던 소소한 행복이 너무 많더라’라는 그녀는 사소한 즐거움에도 행복하다고 느끼는 지금이 좋다고 말한다. 또한 행복은 자신이 찾고 있는 것이자 결국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 남편의 아내로서 한 아이의 엄마로서 행복하다는 김지영. 그런 행복함으로 그려내는 그녀만의 독특한 작품들이 세상을 서서히 물들이며 아름답게 만들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