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작년에 사둔 운동화 생각이 났다. 2017년부터는 운동을 할 거라며 사놓고 한 번도 꺼내 신지 않은 새 운동화다. 친구 말로는 새해가 되자마자 헬스장이 터져나가더니 3일이 지나자 거짓말처럼 한산해졌다고 한다. 새해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실천하는 사자성어는 ‘작심삼일’이 아닐까?
마음을 먹는 건 쉽다. 하지만 마음이 풀리는 건 훨씬 쉽다. 어려운 건 먹은 마음이 풀리지 않도록 계속해서 다잡는 것이다. ‘신발끈을 질끈 묶는다’라고 하면 각오를 단단히 하고 마음을 굳게 다잡음을 뜻한다.
신발끈은 왜 있는 걸까?
신발끈은 신발 밑창을 발에 붙들어 매기 위해 있다. 그런데 신발끈은 단단히 붙들어 매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쉽게 풀리기도 해야 한다. 신발을 벗어야 하니까. 신발 중에서도 본격적인 운동을 할 때 신는 운동화는 발과의 결속력이 대단히 중요하므로 신발끈을 잘 묶어야 한다.
마라톤 하는 친구의 말에 따르면 뛰는 도중에 운동화끈이 풀려 버리면 일단 신발끈을 다시 묶는 데 시간이 소요되기도 하고 마음이 급해지기 때문에 페이스가 깨진다고 했다. 출발 전에 신발끈을 묶는 시간이 20초라면 달리는 도중에 신발끈을 묶을 때는 20초 훨씬 이상의 손실이 생긴다는 거다. 깨어진 집중력을 초조한 마음으로 다시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신발끈을 묶는’ 행위가 전혀 다르게 쓰일 때도 있다. 식사 끝내고 신발끈을 천천히 묶는 것은 시간을 끌며 계산에서 슬쩍 빠지려고 꼼수를 쓰는 걸로 통한다. 야구 선수들도 괜히 신발끈을 풀었다 묶었다 하며 고의로 시간을 끌기도 한다. 마라톤을 달리던 도중 풀려버린 신발끈을 묶을 때와는 정반대의 마음일 것이다.
자, 2017년이 밝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한 해로 보자면 아직은 신발끈을 묶으며 마음을 다잡을 시기다. (아직 새 운동화를 개시하지도 않은 스스로를 옹호하려고 시간을 끄는 발언인지도 모른다. 야구 선수가 신발끈을 묶듯이.)
2017년의 목표가 있다면, 벌써 작심삼일이 지나버렸다고 포기하지 말고, 신발끈을 묶듯 천천히 마음을 다잡아 보자. 그리고 한 걸음을 내디뎌, 조금은 오래 달려 보자. 한 해는 아직 새것처럼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