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페이스북에 여러분들이 올린 질문들을 바탕으로 만드는 인터뷰 코너 ‘마이리틀블로그’의 이번 주인공은 정현주 방송작가입니다. ‘방송작가에 꿈이 있다면 정현주에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주제에 100개 이상의 많은 질문들이 올라왔는데요. 그중 여러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들을 골라 정현주 작가의 작업실을 찾았습니다.
정현주 작가의 이름 앞에는 ‘동시간대 청취율 1위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MBC ‘별이 빛나는 밤에’, KBS ‘최강희의 야간비행’, ‘장윤주의 옥탑방 라디오’ 등 맡은 라디오 프로그램은 모두 청취자의 사랑을 듬뿍 받았죠.
그녀는 <그래도, 사랑>, <다시, 사랑>,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 등 9권의 책을 출간하며 ‘베스트작가’ 반열에 올라서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연남동에 ‘드로잉북 리스본’이라는 서점을 열었고, 월 1회 매번 다른 주제로 펴내는 ‘리스본에서 보내는 편지’라는 간행물도 발간 중입니다.
20년간 매일같이 글을 쓰며 새로운 것을 기획하고 있는 정현주 작가. 글쓰기·말하기·기획력이라는 삼박자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요즘, 그녀는 좋은 멘토로 손꼽힙니다. 정현주 작가를 만나 방송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 남다른 기획력의 원천 등에 대해 물었습니다.
KBS ‘정재형 문희준의 즐거운 생활’의 메인 작가로 활동 중이세요. 라디오 방송은 매일 있는데, 쉬는 날이 따로 있으신가요?
정현주 : 작가는 방송의 모든 현장에 있어야 해요. 다행히도 한 번 출근할 때 녹음 방송까지 하기 때문에 주 3회만 출근하고 있어요. 보통 오전에는 라디오 원고를 쓰고, 오후는 방송 현장에 가요. 녹음까지 마치고 돌아오면 늦은 저녁이 되죠.
20년 차 라디오 작가인데, 어떻게 방송작가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정현주 : 대학원생 때 아르바이트로 방송 원고를 쓰게 됐어요. 그러다 작가로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게 됐죠. 마침 공부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던 터라 박사 과정을 포기하고 놀고 있었거든요. ‘노느니 뭐하나’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늘 혼자서만 공부했는데, 라디오를 하니 내가 쓴 글에 많은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반응을 하잖아요. 그 재미에 푹 빠져버렸죠.
작가로 활동하며 가장 힘들었던 시간은 언제였나요?
정현주 : 어느 직장이나 그렇듯 사람 문제가 어려워요. 라디오 방송은 특히 DJ와 잘 맞지 않으면 굉장히 힘들죠. 일을 하는 사이인데 너무 친해지는 것도 좋지 않아요. 그래서 DJ와 너무 가까워지지 않도록 스스로 거리를 두는 편이에요. 적당한 시기에 프로그램을 옮기는 것이 노하우랄까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라디오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정현주 : 라디오는 굳이 비교하자면 책 읽기 같아요. 눈에 바로 보이는 것이 없으니 친해지기 어렵고 친절하지 않죠. 하지만 목소리를 통해 감정과 생각이 공유된다는 것은 매력적인 것 같아요. 늘 그 시간에 거기 있다는 것도요. 친구가 카페를 운영한 적이 있는데, 언제라도 그 카페에 가면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았거든요. 라디오는 그런 친구 같은 매체라고 생각해요.
방송작가는 트렌드를 빨리 읽어야 하고, 대중의 니즈를 캐치하는 감각이 필요할 것 같아요. 새로운 아이디어도 많이 필요하고요. 그런 부분에서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시나요?
정현주 : 평소 TV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요즘에는 누가 인기 있나’ 알아보려 일부러 챙겨보죠. 신작 영화를 비롯해 공연, 미술전시 등 대중들에게 인기 있는 모든 것을 챙기고요. 처음에는 그게 힘들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보니 제 안에 쌓여 큰 재산이 되더라고요. 라디오 작가로 사는 시간은 나를 게으르지 않게 해서 좋은 것 같아요.
방송작가가 되기 위해 해야 할 다양한 경험 중 대표적인 것을 꼽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정현주 : 글쓰기 훈련이 필수죠. 하지만 방송작가는 문장력이 아주 뛰어나야 할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너무 화려한 문장은 말로 전환됐을 때 어색하거든요. 시청자, 청취자들이 들었을 때 이해하기 쉬운 문장을 쓰는 것이 좋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중이 원하는 방식으로 말할 수 있으면 되는 것 같아요. 지금도 저는 ‘작가님 이 말 이해가 안 돼요’라는 피드백을 받으면 바로 고쳐요.
콘텐츠가 중요한 시대인데, 좋은 콘텐츠의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정현주 : 반드시 필요한 것을 바탕으로 깔고, 그 위에 있어야 할 것을 얹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방송이라면 대중성이라는 것을 바탕으로 깔고 거기에 자신만의 색을 낼 수 있는 포인트를 주는 것이죠.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그 작은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라디오부터 책, 독립잡지 등 다양한 분야의 글쓰기를 하고 계세요. 각 매체에 따라 글쓰기 방식은 달라지나요?
정현주 : 방송작가는 프로그램에 따라 글 쓰는 스타일이 달라져요. 그래서 문장 전환이 빠르죠. 이제 매체에 맞춰 쓰는 것은 자신 있는데, 반대로 내 문장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게 느껴져요. 그래서 매일 조금씩이라도 일기도 쓰고 제 글도 쓰려고 하죠. 나만의 색이 담긴 글이 없어질까 봐요.
작가님의 2017년 계획이 궁금해요.
정현주 : 올해는 조금 더 여유롭게, 심플하게 살면서 ‘밥 해 먹는 삶’을 살고 싶어요. 저는 ‘적당히 벌어 즐겁게 살자’는 주의를 갖고 있거든요. 그동안 너무 정신 없이 바쁘게 살아온 것 같아요. 집에서 밥을 해 먹은 지가 언젠지 모르겠어요.(웃음) 기회가 된다면 계획하고 있는 책 작업을 마무리했으면 좋겠고요.
방송작가 정현주, 글쓰기의 즐거움
행복인터뷰
2017.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