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필요한 ‘어른이’들에게, SUBSUB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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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장난감을 모으고, 컬러링 북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요? 팍팍한 현실에 흔들리는 어른 아이, ‘어른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 아닐까요? SNS에 올라온 일러스트 한 장에 수천 개의 ‘좋아요’와 댓글이 달리는 까닭도 그 때문입니다. 랜덤 좀 타본 인스타그래머라면 요즘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일러스트 작가 ‘SUBSUB’의 이름을 들어본 적 있을 텐데요. 그의 작품은 주로 사람, 오리, 악어, 수영장 등이 등장하고 파스텔 톤의 사랑스러운 색감과 아기자기한 그림이 특징입니다. 단순히 그림을 올리는 것뿐만이 아니라 일러스트를 그리는 과정을 영상으로 올리고 배경 음악을 까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한 작품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죠. 이런 인기에 힘입어 다양한 브랜드, 밴드 등과 함께 콜라보레이션 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남들보다 앞서가야 하고, 어른답게 행동해야 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가끔은 ‘어른이’들도 ‘어린이’들처럼 위로가 필요할 때가 있다고 생각했다”는 SUBSUB 작가는 어른들을 위한 일러스트를 모은 그림책 ‘섭섭한 그림책’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어른들을 위한 일러스트’를 통해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SUBSUB 작가를 만나 그의 행복 공감법에 대해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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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기억, 일상 속에서 공감을 찾다

 
 
Q. 인스타그램의 팔로워 수가 3만 3천 명이나 돼요. 인기를 실감하나요?

제가 인기가 많나요? 예전에 비해 팔로워 수가 많이 늘었다고 생각은 했지만 인기는 잘 모르겠어요(웃음). 어릴 때부터 그림은 꾸준히 그려왔고 시각디자인을 배우긴 했지만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이름을 달고 활동한 것은 약 일 년 반 정도 됐거든요.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꾸준히 늘다가 작년에 스포츠 브랜드 ‘배럴’과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하면서 많이 알려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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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인스타그램에 일러스트를 올리게 된 계기는 뭔가요?

원래 SNS를 하지 않았고 조금 내성적인 성격이라서 제 그림을 보여주는 것도 부끄러웠어요. 그러다 친구의 권유로 인스타그램에 일러스트를 올려봤는데 반응이 즉각 즉각 오는 것이 재밌고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사람들의 보내 준 의견과 아이디어를 다음 그림에 반영하기도 했는데 그러면서 소통의 즐거움을 느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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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많은 사람들이 SUBSUB 작가의 그림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제 일러스트를 본 사람들은 ‘귀엽다’’예쁘다’라는 반응이 많고 또 ’공감 간다’라는 말을 많이 해요. 저는 그림을 그릴 때 어린 시절에 겪은 경험이나 기억을 떠올릴 때가 많거든요. 예를 들어 ‘수영장’이란 키워드로 그린 그림이 있는데 어릴 때 물에 빠져서 위험했던 경험 때문에 물 공포증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물속에서 자유로움을 느끼고 싶은 이중적인 마음을 표현했어요. 제 그림에는 이런 이중적인 메시지들이 많은데 많은 사람들이 이런 감정들을 느끼고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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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림 속에 수영장 뿐 아니라 동물도 자주 등장해요. 많은 소재 가운데 왜 하필 오리, 악어 등을 선택했나요?

사실 대단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어린 시절에 좋아했던 것들이거든요. 악어는 어릴 때 즐겨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었는데 그것을 가지고 놀면서 겉껍질은 딱딱하지만 속은 따듯하고 부드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제게 악어란 무서우면서도 친숙한 존재이고, 저를 위로해주는 매개체인 거죠. 다른 사람들에게도 악어와 같은 위로의 매개체가 있을 테고 제 그림 속에서 발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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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인스타그램에 그림을 그리는 과정까지 올리고 있어요. 이유가 뭔가요?

처음엔 어려웠지만 사람들이 제가 일러스트를 완성해가는 과정을 보면 그림을 더욱 친밀하게 느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 그림을 통해 다양한 감정, 생각들을 공유하고 싶었고 그것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방식들을 시도해봤어요. 그중 하나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독자들에게 글귀나 등장인물의 이름을 받아서 그림책을 출간하기도 했죠. 책에는 QR코드를 넣어서 그림 제작 과정이나 관련 영상을 보면서 더욱 생동감을 느끼고 다양한 감정들을 경험하도록 했고요.
 
 
Q. 감성을 자극하는 영상이 많은 이들에게 힐링이 됐는데요. 아이디어와 영감은 어디서 얻나요?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책이나 영화 등을 챙겨서 보는 편은 아니에요. 거의 유일하게 좋아하는 감독이 영화 ‘수면의 과학’ 등을 만든 프랑스 감독 미셸 공드리인데 그의 영화처럼 비현실적 상황과 현실적인 표현을 접목하는 발상을 하려고 노력하죠. 주로 상상, 공상을 많이 하고 소재나 주제도 제 경험, 일상 속에서 찾으려고 해요. 한 번은 사람이 돗자리 위에 누워서 쉬고 있는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을 바깥에서 찍어 인스타그램에 실으려고 했는데 그림에 나뭇잎 그림자가 비치는 거예요. 산들산들 바람이 부는 곳에 그림 속 사람이 진짜 휴식을 취하는 듯 보였죠. 작품을 보고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제가 힘들 때마다 위로를 받았던 그림을 통해 다른 사람들도 위안을 얻는다는 것에 행복을 느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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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인기 일러스트레이터이지만 고민 많은 20대 청춘이기도 합니다. 같은 고민을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이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회사에 입사한지 얼마 안 된 사회 초년생 친구들을 봐도 마찬가지더라고요. 책임감 때문에 어깨가 무거울 때도 있지만 남이 원하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작업을 한다는 점은 만족스럽죠. 주변에 자신이 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꿈을 실현시키려면 자신을 믿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철저한 준비, 목표를 향해 꾸준히 밀어붙이는 열정도 중요하죠. 저 역시 이런 마음을 갖기까지 쉽지 않았지만, 꿈이 뚜렷하다면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후회하는 게 낫더라고요. ‘그래, 일단 한 번 해보자’하고 달려드는 자세도 중요하고요(웃음).
 
 
요즘 섭섭 작가에게 ‘한 번 해보자’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재밌는 프로젝트는 무엇일까요? 바로 일러스트와 음악을 접목 시키는 일인데요. 이전에도 일러스트에 배경 음악을 넣는 작업을 했었지만 이제는 그림에 어울리는 음악을 직접 만들기 위해 작곡 공부를 준비 중이라고 하네요.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를 넣은 두 번째 그림책과 전시회도 계획하고 있다니 섭섭 작가의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가 담긴 작품을 더욱 다양한 곳에서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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