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 간 한 번의 경험은 누군가의 인생 전반을 바꿔놓기도 합니다. 대학 2학년 때 처음 만난 한 번의 해외봉사를 통해 커리어의 청사진을 다시 그리게 되었다고 말하는 SK바이오팜 프로세스 리서치(Process Research) 팀 우지선 연구원을 만났습니다.
SK바이오팜 프로세스 리서치(Process Research)팀은 원가와 생산공정 등을 조정해 환자에게 효과적으로 신약을 공급하는 일을 담당합니다. 우지선 연구원은 신약개발팀이 개발한 원료의약품을 저렴하게 대량으로 생산해 소비자가 경제적으로 약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죠.
약을 개발하고 최종적으로 시장에 내놓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위해 수많은 팀원이 움직이는 업무 특성상, 문제해결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수입니다. ‘소통’은 우지선 연구원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한데요. 그 밑천이 된 것이 바로 대학생 때 만난 봉사활동이었습니다.
봉사활동, 인생의 나침반이 되다
방학이면 여행 가는 것을 낙으로 삼는 대학생이던 우지선 연구원, 여느 때처럼 방학을 앞두고 여행계획을 짜던 중 사촌 동생이 남긴 한 말이 그녀에게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사촌 동생이 한 단체 소속으로 캐나다에 봉사활동을 다녀왔는데 굉장히 좋았다며 제게도 권했어요. 처음에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감으로 동생이 추천해준 단체를 통해 캐나다의 외곽지역에서 첫 봉사를 시작했죠.”
봉사활동을 떠나기 전만 해도 우지선 연구원은 영어 실력을 쌓고 새로운 경험을 할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는데요. 하지만 첫 봉사지였던 캐나다 애드먼턴에서 2개월 동안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대상으로 캠프를 진행하면서 예상치 못한 수확을 얻었습니다. 스펙과 영어 실력을 쌓기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인생의 목표를 찾은 것이죠. 봉사활동을 할 때처럼 즐겁고 보람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는데요. 보다 구체적인 인생 목표를 세우기 위해 봉사활동 장기 플랜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다음 학기 방학이 되자마자 국내 NGO단체를 통해 또 다른 봉사활동에 지원했어요. 그 길로 필리핀, 네팔 등지를 다녀오며 본격적으로 봉사에 뛰어든 거예요.”
‘함께 건강한 삶’을 꿈꾸다
매 봉사에서 우지선 연구원은 교육 파트를 담당했습니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덕에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는 오지 아이들에게 수학이나 화학 기초지식을 가르칠 수 있었죠.
“네팔의 한 초등학교를 찾았을 때였어요. 시멘트벽은 다 갈라져 있고 학교 주변은 덤프사이트(dumpsite)라고 해서 산을 이룬 쓰레기더미 때문에 악취가 코를 찌르는 거예요. 대개 4~5세의 어린아이들이 이용하는 시설인데 정말 가슴이 아팠어요.”
우지선 연구원이 계속 해외봉사를 떠나는 이유입니다. 주변에서는 ‘우리나라에도 어려운 이웃이 많은데 왜 굳이 멀리 나가느냐’고 묻기도 하지만 해외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힘든 가정이 훨씬 많다고 합니다.
우지선 연구원은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꿈을 구체화 시켰다.
이런 해외봉사 경험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진로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화학전공자로서 제약분야에 막연한 관심이 있었는데, 봉사활동을 통해 만난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아이들을 보면서 제약사 연구원이 돼야 할 필연적 이유를 찾은 것이죠.
“저는 조금만 다쳐도 근처 약국에서 쉽게 약을 구할 수 있는데 이 아이들은 약 자체를 알지 못해요. 제 손으로 값싸고 좋은 약을 만들어 선물하고 싶었어요.”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우지선 연구원은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해 약학을 공부했습니다. 그 뒤 2013년부터 2년간 SK바이오팜 연구 계약직을 거쳐 석사전형으로 SK바이오팜의 정식 연구원이 됐죠.
“2년간의 연구 계약직이 끝나고, SK바이오팜 첫 공채에서 불합격했어요. 낙담하고 있는데 문득 봉사지에서 만났던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르더라고요. 이대로 포기하면 안 되겠다 싶어 회사를 더욱 철저히 조사하고 인·적성검사도 열심히 공부해 재도전했죠. 덕분에 제 꿈에도 한 발짝 가까워지게 됐어요.”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 경쟁력을 키우다
봉사활동을 통해 꿈을 구체화하고, 마침내 목표를 달성한 우지선 연구원. 봉사활동이 우지선 연구원에게 선물한 것은 이뿐만 아닙니다. 봉사활동 전 준비기간을 포함해 장기간의 단체생활에서 사람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특히 타 부서와 협업 업무가 잦은 프로세스 리서치팀에서 일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먼저 배려할 것.’ 우지선 연구원은 봉사활동을 통해 느꼈던 사소하지만, 중요한 삶의 교훈을 자주 되새기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방법으로 여행을 선택해요. 저도 그랬고요. 하지만 봉사를 경험해보는 걸 추천하고 싶어요. 사람 관계가 팔 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회사 생활 속에서 커뮤니케이션과 배려에 대해 많이 경험해보는 시간이거든요. (웃음)”
봉사활동을 통해 베푼 것 보다 받은 것이 많다고 말하는 우지선 연구원의 봉사는 지금도 현재 진행 중입니다. 학생 때 비해 시간이 부족해진 대신 금전적인 여유가 생기다 보니 봉사 방식도 달라졌는데요. 요즘은 NGO를 통해 이전에 다녀온 지역에 물품이나 후원금을 꾸준히 지원하고, 퇴근 후나 주말에는 체온조절이 필요한 신생아를 위한 모자도 뜨고 있죠.
우지선 연구원이 바쁜 생활 속에서도 부지런히 봉사활동을 이어가는 이유는 봉사활동이 남보다 나 자신을 성장시킨다는 생각 때문인데요. 실제로 우지선 연구원은 봉사활동을 통해 자긍심을 키우는 것은 물론 업무를 할 때에도 보람과 흥미를 더하게 됐다고 합니다. 또 봉사활동을 통해 얻은 긍정에너지는 회사 생활을 더욱 활기차게 만들어 주고 있는데요. 계속해서 세상에 따뜻한 온기를 더할 그녀의 앞날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