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이끈 1세대 기업인 가운데 고(故) 최종현 SK 회장이 있습니다.
최종현 회장은 우리나라가 일등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술 발전과 이를 통한 해외 자원개발, 그리고 인재양성에 집중해야 한다며 이를 과감하게 실천했습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대한민국을 ‘무자원 산유국’으로 만들고, ICT 강국의 기반을 닦은, 늘 10년 후를 내다본 기업인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오는 26일 최종현 회장의 타계 20주기를 맞아 그가 남긴 경영철학과 업적을 되짚어 봅니다.
기업의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
최종현 회장은 자본, 기술, 인재가 없었던 1973년 당시 선경(現 SK)을 세계 일류 에너지∙화학 회사로 키우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섬유회사에 불과한 SK가 원유정제는 물론 석유화학, 필름, 원사, 섬유 등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선언합니다. 많은 이들이 ‘불가능한 꿈’이라 했지만 최종현 회장은 장기적 안목과 중동지역의 석유 네트워크 구축 등 치밀한 준비로 해외유전 개발 사업을 추진해 1984년 북예멘 유전개발에 성공합니다. 대한민국이 무자원 산유국 대열에 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1991년 울산에 합성섬유 원료인 파라자일렌(PX) 제조시설을 준공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수직계열화를 완성합니다.
또한, 최종현 회장은 1984년 미국에 미주경영실을 세워 미래산업 동향을 분석하고 정보통신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아 미국 ICT 기업들에 투자하고 현지법인을 설립해 이동통신사업을 준비합니다. 이후 세계 최초 CDMA 상용화에 성공하며 우리나라를 IT 강국으로 가는 토대를 다지게 됩니다.
인재를 키우는 꿈
최종현 회장은 인재양성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습니다. 비록 대한민국이 아직은 개발도상국이자 자원빈국 처지이지만 인재를 키우면 얼마든지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에서였습니다.
1973년, SK가 후원하는 고교생을 대상으로한 퀴즈프로그램, 장학퀴즈가 첫 전파를 탔습니다. 최종현 회장은 “열 사람 중 한 사람만 봐도 청소년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이라면 조건 없이 지원해도 괜찮다”는 신념으로 당시 후원사를 찾지 못하던 ‘장학퀴즈’를 단독 후원하기로 합니다. 최종현 회장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된 인재들이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해 역량 있는 일꾼으로 일하게 된다면 이는 국가뿐만 아니라 기업 측면에서도 보람된 일이라 여겼습니다.
2000년 장학퀴즈는 중국에 진출합니다. SK가 중국 CCTV와 손잡고 전국형 퀴즈 대항전인 ‘SK극지소년강’을 후원해 주말 고정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십년수목, 백년수인’(十年樹木, 百年樹人 10년 앞을 내다보고 나무를 심고, 100년 앞을 내다보고 사람을 키운다)의 뜻은 한국과 중국 양국 간의 교류 및 우호증진에 크게 기여해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1974년 최종현 회장은 사재를 출연해 순수교육재단인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합니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은 사회로부터 관심과 지원이 인색했던 사회과학, 순수자연과학 분야를 육성하여 사회발전에 기여할 고급 인력 양성을 목표로 두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젊은 인재를 선발해 해외 명문대학원에 유학시켜 각 분야의 박사 학위를 취득하도록 지원하는 해외유학 장학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장학금에 조건이 붙는 다른 장학금들과는 달리 한국고등교육재단 장학금 수혜자의 의무는 단 하나, 일체의 부업을 갖지 않고 학업에 전념하는 것입니다.
사람을 키우는 인재의 숲
최종현 회장은 장학사업 재원 확보를 위해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조림 기업을 설립합니다. 1972년 기업형 조림사업, 서해개발(現 SK임업)의 설립은 우리나라 최초의 시도였습니다.
SK임업에서 운영하는 인등산의 자작나무 숲을 ‘인재의 숲’이라고 부릅니다. 당시 최종현 회장의 구상은 회사 경영에 영향을 끼치지 않기 위해 30년을 내다보고 3,000만 평의 임야에 수익성 좋은 나무를 심어 1년에 100만 평씩 벌목과 식목을 반복함으로써 재단의 운영기금을 마련하는 선순환식 수목경영(樹木經營) 방식이었습니다. 단순 기부에서 벗어나 바로 인재양성과 ‘녹색공헌’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획기적인 사회공헌 활동이었습니다.
유학시절 북미대륙의 거대한 숲을 보고서 고국의 헐벗은 민둥산이 마음에 걸렸던 최종현 회장은 임학에 문외한이었으나 독학으로 지식을 쌓았고, 서울대 임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로부터 조언도 구했습니다. 수익성이 높고 산소 배출량이 많은 흑호두나무, 자작나무 같은 활엽수를 고집했습니다. 최종현 회장은 빨리 자라는 나무를 심어 빨리 수익을 거두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특용 활엽수로 조림하도록 했습니다.
이와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최종현 회장은 2010년 기업인으로서는 최초로 산림청이 주관하는 임업계 최고 권위의 상인 ‘숲의 명예전당’에 헌정됐습니다.
사회와 함께 행복을 키우다
故 최종현 회장에 이어 최태원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한국고등교육재단은 기존 장학사업뿐 만 아니라 아시아권에서의 지식경쟁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국제학술교류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은 설립 이후 지금까지 3,600여명의 장학생을 지원했고, 717명의 해외 명문대학 박사 학위자를 배출했습니다. 또한 베이징 포럼, 상하이 포럼 등 세계적 수준의 국제학술포럼을 개최하고, 아시아 7개국 18개 기관에 연구지원센터를 설립해 인재양성의 범위를 글로벌로 확장,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태원 회장은 선대의 뜻을 이어 받아 장학사업과 학술교류로 한미간 경제협력과 우호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2017년 ‘밴플리트상’을 수상했습니다. 밴플리트상은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지난 1995년부터 매년 한미 관계 우호 증진에 노력한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하는 상으로, 1998년 최종현 회장도 이 상을 받아 부자(父子)가 수상한 첫 사례가 되었습니다.
SK는 2012년 우리 사회의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 경제적 이윤도 낼 수 있는 사회적 기업 양성과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을 도입할 것을 제안, 2013년부터 카이스트에 ‘사회적기업가 MBA’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창업에 목표를 둔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더 큰 행복을 만들어가는 우리그룹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시대를 앞선 유언으로 화장(火葬) 문화 이끌어
최종현 회장은 폐암으로 갑작스레 타계하기 전 “내가 죽으면 반드시 화장(火葬)하고, 훌륭한 화장시설을 지어 사회에 기부하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묘지 난립으로 좁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 못하는 것을 평소 안타까워했던 최종현 회장은 사회지도층 인사 중 처음으로 화장을 택하면서 장례문화를 선도한 것입니다.
최종현 회장의 시대를 앞선 유언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최종현 회장 사후 한달만에 ‘한국 장묘문화개혁 범국민협의회’가 결성돼 ‘화장 유언 남기기 운동’이 전개될 정도로 국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SK는 최종현 회장의 유언에 따라 2010년 1월 500억원을 들여 은하수공원에 장례시설을 준공해 세종시에 기부했습니다.
SK는 故 최종현 회장 20주기를 맞아 최종현 회장의 업적과 경영철학을 기리고 있습니다. 구성원의 기부금을 모아 숲 조성 사회적기업인 트리플래닛에 전달하고 5만평 규모의 숲을 조성키로 했습니다.
최태원 회장은 이번 최종현 회장 20주기 사진전에 참석해 “선대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더 나은 SK 만들겠다”며 모든 SK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글로벌 SK, 사회에 공헌하는 SK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