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기업과 사회가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블바텀라인(Double Bottom Line)’이라는 새로운 경영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이는 기업의 경영 활동 전반에서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고 측정해나감으로써 실질적인 행동의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기업이 이윤 추구에만 몰두하지 않고 사회적 가치 실현에 앞장서는 것은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특히 사회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은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눈여겨 보는 대목입니다. 경영학자들 또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지지 기반이 탄탄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낸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합니다. 기업이 사회문제 해결에 자발적으로 나서거나 성공하는 해외 사례 살펴보겠습니다.
비싼 의료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뭉친 기업들
‘아마존’과 ‘버크셔 해서웨이’, ‘J.P. 모건’은 미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이곳의 CEO인 제프 베조스, 워런 버핏, 제이미 다이먼은 우연히 미국의 비싼 의료비에 관해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과 전혀 관련 없는 분야지만 자발적으로 역량을 공유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의견을 모읍니다.
이들은 먼저 의료비가 비싼 원인을 파악합니다. 의료진의 높은 인건비와 비싼 의료 소송비, 과도하게 많은 검사를 요구하는 의료계의 관행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핵심은 ‘비싼 약값’이었습니다. 미국인이 1년 동안 쓰는 약값은 평균 1,162달러로 OECD 국가 평균 550달러보다 2배 가까운 수준이었습니다. 미국의 약값이 비싼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는데요. 과도한 리베이트와 고가의 오리지널 약 처방, 높은 유통마진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마존, 버크셔 해서웨이, J.P. 모건은 본격적으로 자신들이 가진 역량을 공유하기 시작합니다.
첫 번째, ‘과도한 리베이트’는 제약회사가 자그마치 약값의 40~50%를 보험회사에 주면서 생겨난 문제였습니다. 자사의 약이 보험 처리 되도록 하기 위함이었죠. 이에 버크셔 해서웨이는 오랜 기간 보험사에 투자한 경험과 우수한 인력을 활용해서 ‘리베이트 없이, 좋은 약만 권장하는 보험회사’를 설립하기로 합니다.
리베이트를 주는 제약회사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비싼 약을 처방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심지어 이들은 경쟁사의 저렴한 ‘제네릭 약(복제약)’이 출시되지 못하게 막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J.P. 모건은 미국 FDA와 제약업계 출신의 유능한 인력을 보험회사에 채용하고, 그들이 제네릭 약을 만드는 회사와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
비싼 약값을 유발하는 세 번째 원인은 ‘높은 유통마진’인데요. 대부분의 약은 제약회사-중간 도매상-약국을 거쳐 소비자에게 갑니다. 하지만 미국은 세 개의 중간 도매상이 전체 물량의 80%를 점유하면서 담합이 일어나 높은 마진을 취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마존은 자사의 온라인 플랫폼과 물류 인프라를 적절하게 결합해 약이 소비자에게 바로 전달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으며, 미국의 온라인 약국 체인 ‘필팩’을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합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아마존과 버크셔 해서웨이, J.P 모건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들은 종업원 120만 명이 일시에 이 보험회사를 이용하도록 하고, 협력업체와 그들의 투자회사에도 도움을 요청해서 빠르게 규모를 늘려가는 중입니다. 이른 시일 내에 많은 사람들을 가입시켜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협상력을 높여야 미국의 의료비도 빠르게 내려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비즈니스 모델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유니레버’
‘유니레버(Unilever)’의 CEO 폴 폴먼은 기업이 단순히 사회에 해를 덜 끼치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사회를 위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철학을 지녔습니다. 그래서 2009년 CEO에 취임하면서 이러한 철학을 담은 경영전략 ‘지속가능한 리빙 플랜(Sustainable Living Plan)’을 수립합니다. 여기에는 구체적인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데요. ‘전 세계 10억 명의 인구에게 건강한 삶을 제공하자’, ‘온실가스나 폐기물 등 환경에 해가 되는 배출물을 반으로 줄이자’, ‘새로운 일자리를 백만 개 이상 창출하자’입니다. 그리고 유니레버는 모든 조직과 직원들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경제적 가치까지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유니레버의 사례를 보겠습니다.
인도는 수질오염이 심해서 깨끗한 물을 구하기 힘든 곳입니다. 더군다나 국민 소득도 낮고 인프라도 잘 구축되어 있지 않아 정수기를 쓰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유니레버는 전기가 필요 없는 아주 저렴한 정수기 ‘퓨어릿(PureIt)’을 개발하고 취약한 유통 인프라를 고려해 ‘로컬 방문판매 조직’을 만들었는데요. 지역에 있는 사람들을 고용한 덕분에 소득이 낮은 인도 사람들은 일자리를 얻고 돈도 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퓨어릿으로 인도 전역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데 크게 기여한 유니레버는 인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 되었으며, 현재 시가총액 540억 달러의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위생환경이 좋지 않은 인도네시아는 높은 유아 사망률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유니레버는 ‘위생교육 캠페인’을 시작하고 노래와 율동을 만들어서 유행가처럼 따라 하도록 만들었는데요. 이 캠페인 덕분에 ‘건강하기 위해서는 먼저 청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히면서 유아 사망률이 개선되었고, 덩달아 유니레버의 치약, 비누, 세제 같은 주력 상품이 잘 팔리게 되었습니다. 유니레버는 인도네시아에서 시가총액 280억 달러의 기업으로 성장했고 국민이 뽑은 최고의 브랜드에도 선정되었죠. 이 사례를 통해 우리는 기업이 사회문제를 발견하고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모두 추구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습니다.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글로벌 흐름에 맞춰 SK도 비즈니스 모델 혁신 방안 논의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SK의 주요 관계사 경영진들이 모인 CEO 세미나에서도 New SK를 위한 딥 체인지 실행력 강화를 주제로 경제적 가치와 더불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최태원 회장은 “사회적 가치는 사회와 고객으로부터 무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기반일 뿐 아니라 이제는 경제적 가치 이상으로 기업의 전체 밸류를 높일 수 있는 핵심 요소”라면서 “사회적 가치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하루빨리 나서달라”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SK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영을 내재화하고 실행력을 키워서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