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생활로 우리는 영화 관람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장애를 가진 분들은 비장애인과 동등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 영화가 있긴 하지만 여기에도 생각지 못한 문제가 숨어있었는데요. SK의 대학생 자원봉사단 SUNNY는 배리어프리 영화의 문제점을 짚어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SUNNY가 초대하는, 마음으로 보는 영화 ‘마음필름’입니다.
장애물이 되어버린 영화 관람
시청각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영화 ‘배리어프리(Barrier-free)’. 시각 장애인을 위해 영화 전반에 음성으로 화면해설을 넣고, 청각장애인을 위해 한글자막을 삽입한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배리어프리 영화가 상영 중인 모습을 본 사람은 드문데요. 우선 시장에서 배리어프리 영화의 공급 자체가 부족하고 상영환경 또한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는 1,627편입니다. 반면 배리어프리 영화는 단 29편이 개봉하는데 그쳤습니다. 상영환경도 만만치 않은데요. 전국적으로 배리어프리 영화관은 59개, 하지만 실 상영관은 12곳에 불과합니다. 상영은 일반영화가 개봉하고 한 달이 지나서야 배리어프리 영화로 만나볼 수 있죠.
마음이 통하는 영화관 ‘마음필름’
인천지역 SUNNY팀은 올해 신설된 사회혁신 분야의 일환으로 배리어프리 영화의 문제점을 찾아 이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직접 상영관을 만들어 공급 및 상영 횟수를 늘리고, 궁극적으로는 배리어프리 영화가 많이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뜻을 모았습니다. 그렇게 5명의 SUNNY가 기획한 ‘읽고 듣는 영화관 마음필름’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마음필름’이라는 명칭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통하는 영화’의 줄임말인데요. 눈으로 보지 않아도, 귀로 듣지 않아도 누구나 마음으로 통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SUNNY의 바람이 담겨있습니다.
맨몸으로 부딪친 영화 제작기
배리어프리 영화를 한 번도 제작해 본 적 없는 대학생들이 주체적으로 프로젝트를 끌어가는 데는 많은 장애물이 있었습니다. 먼저 영화의 배리어프리 버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배급사나 감독과 컨택을 통해 프로젝트의 취지와 방향을 설명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한데요. 저작권이나 상영비 등 민감한 부분이 많아서 계약에 애를 먹었다고 합니다.
가장 힘든 점으로는 영화의 화면해설과 한글자막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배리어프리 영화의 화면해설을 예로 들면, 인물의 나이나 성별, 배경 등 장면마다 필수로 들어가야 하는 요소들이 있는데요. SUNNY의 ‘마음필름’ 팀원들은 약 6개월에 걸쳐 이러한 필수 요소나 주의사항 등을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관련 서적이 2개 밖에 없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SUNNY 친구들은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대표님을 수시로 찾아가 피드백을 받고 작업을 하면서 최종본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11월 30일 ‘마음필름’ 상영회
꼬박 일 년을 준비한 끝에 지난 11월 30일, 연세대학교 인근 ‘필름포럼’에서 ‘마음필름’이 문을 열었습니다. 이날 ‘마음필름’은 이충현 감독의 에로 스릴러 영화 ‘몸값’과 장요한 감독의 공포 스릴러 ‘유명산장’ 2편의 독립영화를 상영했습니다. 이 또한 기존 배리어프리 영화들이 주로 서정적인 소재들만 다루는 것에 문제 의식을 느끼고 선정한 장르였습니다. 장애를 이유로 영화의 장르나 소재가 제한되어서는 안 되고 누구나 똑같이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었죠.
상영관 내부에는 청각장애인을 위해 좌석 수와 열 번호 등 상영관을 안내하는 음성을 틀어놓았습니다. 그리고 시각장애인을 위해 손수 점자로 만든 영화 티켓과 팜플렛도 준비했죠. 이뿐만 아니라 지하철역에서 거리가 있는 상영관까지 시각장애인분들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택시를 섭외해서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세심한 배려를 선보였습니다. 상영이 끝난 후에는 관객들의 반응을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도 이어졌습니다. 당일까지도 연락을 주신 분들이 계실 정도로 큰 호응을 얻은 ‘마음필름’ 프로젝트는 이렇게 무사히 끝을 맺었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만든 ‘마음필름’ 소감
영화 관람을 마치고 나온 관객들의 반응도 좋았습니다. ‘마음필름’을 보기 위해 천안에서부터 혼자 올라온 여성 관객은 영화를 보는 내내 크게 웃어주셨는데요. 특히 영화 ‘몸값’이 좋았다는 감상평을 남겼다고 합니다. 배우자와 함께 극장을 찾은 남성 관객도 이런 장르의 영화가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하고 상영회도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다만 영화가 짧아서 아쉬웠다는 의견을 덧붙이셨습니다.
그동안 비전문가가 배리어프리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뛰어든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대학생들이 주체적으로 문제의식을 갖고 해결방안을 찾는다는 점에서 ‘마음필름’은 더욱 값진 프로젝트였습니다. 단순 자원봉사를 넘어 사회를 혁신하는 인재가 되기 위해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SK SUNNY. 다음에는 또 어떤 아이디어로 함께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지, SUNNY의 거침없는 활약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