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 도종환
희미한 벚꽃 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상상 속에 벚꽃 향기가 코끝을 스칩니다. 저는 자주 쓰는 ‘체리블러썸(cherry blossom)’이란 향수를 벚꽃 향기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들 마찬가지로 자신만이 생각하는 벚꽃 향기가 있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낭만을 파괴하는 사실이 있습니다. 실제 벚꽃에는 향기가 없다는 거죠. 아주 미세하게 있긴 하나 후각이 예민한 사람도 코앞에 갖다 대야 어렴풋하게 느낄 수 있을 정도라고 하니, 다른 꽃에 비하면 향기가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그럼 우리가 알고 있는 벚꽃 향은 뭘까? 대부분 제조사에서 벚꽃의 이미지를 가지고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향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거라고 합니다. 향을 조금만 뜯어봐도 체리 냄새와 갖가지 꽃, 과일 냄새가 혼합되어 있다는 걸 금방 눈치챌 수 있습니다.
있지도 않은 벚꽃 향을 굳이 만들어낸 이유, 떨어지는 벚꽃을 봄철 내내 가지에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이겠죠. 이제 서울의 벚꽃은 푸른 잎에 거의 자리를 내어주었습니다. 내년까지 우리는 벚꽃을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행복했던 봄날의 공기는 벚꽃 향기로 남아서 행복한 순간마다 코 끝을 스쳐 지나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