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율의 베스트셀러 <가슴이 시키는 일>은, 자우림의 노래 가사처럼 ‘매일 똑같이 흘러가는 하루’가 아닌, ‘하면 할수록 행복해지는 일’을 찾아 나선 사람들을 그린 책입니다. 물론, 일에서 찾는 행복의 기준이라는 게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요. 돈을 많이 벌어야 행복하다는 사람들도 있고,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해야 행복하다는 사람도 있어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에이컴퍼니’ 대표 정지연 씨
오늘의 ‘행복피플’ 주인공 정지연 씨는 ‘가슴이 시키는 일’에서 행복을 찾은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녀는 어떻게 자신의 가슴 속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까요?
IT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했던 정지연 씨. 2007년 미술 시장이 커지자 ‘미술계에서 괜찮은 사업 아이템을 찾아보라’는 숙제가 그녀에게 떨어졌습니다. 미술과 큰 관련이 없던 그녀지만, 주어진 일을 어떻게든 소화해 내기 위해 매일 갤러리와 경매장을 들락거리고, 미술가들을 만나러 다녔습니다. 그곳에서 정지연 씨가 난생 처음 만난 미술가들의 이미지는 생각과 많이 달랐어요.
보통 ‘예술가’라고 하면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당당한 이미지를 풍기잖아요? 그런데 막상 만나본 예술가들은 젊은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주눅이 팍 들어 있었어요. ‘내 작품이 팔릴까?’라고 조마조마해하는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였으니까요.
1년 정도 미술 시장을 다니며 안타까운 모습을 계속 지켜봐 온 정지연씨는 결국 ‘축 처진 미술가들의 어깨를 팍! 세워줘야겠다!’라고 굳게 마음을 먹게 됩니다. 하지만 미술 후원 사업이 돈이 한두 푼 드는 것도 아니고… 궁리 끝에 생각해 낸 것이 ‘커뮤니티’였어요. 정지연 씨는 네이버에 예술가를 응원하는 카페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젊은 예술가들을 만나고, 그들의 작품을 카페에 전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온라인 카페 ‘아티스트팬클럽’의 시작입니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어요. 작가를 응원하는 댓글도 꽤 많이 달렸고요. 작가들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과 함께 재미도 찾아오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시들해진 미술 시장 상황 때문인지 회사에서는 정지연 씨가 하던 일을 정리하도록 했어요. 처음에는 별다른 관심도 지식도 없이 시작한 일이어서 회사 업무 자체에는 미련이 없었지만 ‘아티스트팬클럽’은 달랐습니다. 이제는 회사에서 대놓고 아티스트팬클럽 일을 할 수는 없었지만, 퇴근 후에는 계속 아티스트팬클럽을 운영하며 살림을 꾸려나갔어요. 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했나 봅니다. 급기야 정지연씨는 아예 회사를 때려치우고 본격적으로 아티스트팬클럽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카페를 시작한 이후 반년만의 일이었어요.
젊은 아티스트와 일반인의 네트워킹 전시 & 파티, 반짝쑈
꾸준히 카페를 운영해 나가던 정지연 씨는 ‘아티스트팬클럽’을 사회적기업으로 키우기로 마음먹고 ‘에이컴퍼니(A-company)’라는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올해 5월에는 SK행복나눔재단(www.happynanum.org)에서 개최한 ‘세상 사회적기업 콘테스트’(www.se-sang.com)에서 3등 상과 함께 상금 1천만 원을 받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SK행복나눔재단은 상을 탄 기업들에게 재단 직원들을 한 명씩 연결시켜 줘요. 그분들이 수시로 연락을 해 사업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SK에서 도와줄 건 없는지 계속 신경을 써주니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더라고요. 에이컴퍼니에서 아트상품을 출시하면 몇 박스씩 사가는 등 매출에도 신경 써 주고요.
직장 생활 시절에는 ‘넌 꿈이 뭐니?’라고 누가 물으면 아예 입을 열 수가 없었어요. ‘꿈’이라는 단어 자체가 굉장히 멀게 느껴졌거든요. ‘이 일 아니면 안 돼!’하는 고집도 없었던 것 같고… 출근하면 퇴근하고 싶고, 무조건 쉬고만 싶었어요.
하지만 에이컴퍼니를 시작하고서는 밥 먹듯 야근을 해도 힘들다는 생각조차 안 나요. 아직 수익을 내진 못해도 ‘월급쟁이’ 시절보다 만족스러운 걸 보면, 자신이 진짜 좋아서 하는 일을 해야 행복해지는 것 같아요.
에이컴퍼니에서 판매 중인 아트상품
자신의 가슴 속 소리를 듣고, 그녀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정지연 씨…온화한 눈빛은 단호하게 빛나고 차분한 목소리에서는 은은한 열정이 들려옵니다.
우리나라는 워낙 예술가에 대한 지원이 없다시피 하다 보니, 미대 졸업생들은 일찌감치 자신들의 꿈을 접고 다른 길로 가버리죠. 저는 앞으로 그들이 작가의 길을 걷겠다는 용기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그녀가 말하는 꿈 이야기의 행간에 언뜻언뜻 내비치는 ‘행복’과 ‘열정’이라는 단어가 혹시 저한테만 보이는 건 아니겠죠? 하나만 물어볼게요. ‘여러분은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고 있나요?’ 혹시 ‘뜨끔’ 하시거나 마땅히 할 말이 없다면요, 지금부터 가슴이 하는 말에 귀 기울여 보세요. 언제 가슴이 진짜 행복하기 위한 일을 여러분에게 선사할지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