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있는 ‘시작’들이 만든 ‘최초’의 길 진승희 화재조사관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 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눈 앞에 두 개의 길이 있습니다. 한 길에는 무수히 많은 발자국이 있고 다른 길에는 그렇지 않을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익숙함과 낯섦, 두 가지 선택지 앞에서 도전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머뭇거리지 않고 시작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진승희 화재조사관입니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도전’을 시작하다

 

 
 

진승희 화재조사관이 1세대 여성 화재진압 소방관으로 임관한 것은 2003년이었습니다.

 

“타인을 돕는 일이 좋아서 소방관에 지원했어요. 행정직이나 구급 대원이 아니라, 현장으로 출동하는 소방관직으로요.”

 

꾸준히 여성 소방관을 선발하고 있지만 아직도 행정직과 구급대원을 합쳐 16%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때는 지금보다 여성 소방관이 적을 때이기에 진승희 화재조사관에 대한 편견이 더 심했다고 하는데요.

 
 

화재피해복구사진

 
 

“그 당시 제가 언제 그만두는지 내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반드시 버텨내리라’ 각오를 다졌어요. 제 실력으로 조직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도 컸고요.”

 

그 이후 서에서 근무하며 화재 진압과 구급, 홍보계획, 위험물 안전계획, 예방계획, 소방특별조사, 시설 지도, 화재 감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실력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런 진승희 화재조사관이 여성 후배들 앞에 열어젖힌 또 다른 문이 있습니다. ‘화재조사관’이라는 직책입니다. 이제는 현재 업무에 익숙해졌을 10년 차, 다시 한번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입니다.

 
 
 

화재 현장의 명탐정이 되다

 

 
 
“화재 현장에서 시민들을 무사히 구조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어요.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데도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시고, 응원 해주실 때마다 이 일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며 행복을 느꼈죠.”

 

진승희 화재조사관은 소방관으로 근무했을 당시에도 일에 대한 보람과 행복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녀를 움직이게 만든 건 더 큰 사명감이었습니다. 또한 화재 현장에 나갈 때마다 ‘이런 비극이 왜 생겼을까’하는 안타까움과 궁금증이 생기곤 했다는데요. 이를 통해 자신만의 전문성을 더 발전시키고자 화재조사관에 도전했다고 합니다.

 
 

 
 

‘화재조사관’이라는 직업은 다소 낯설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무척 중요한 일을 담당합니다. 바로 화재 현장에서 발화부 및 발화원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고, 왜 초기에 진화하지 못하였고, 불이 어떻게 확산되었는가를 파악하는 업무인데요. 더불어 피해 규모 및 피해액을 산정, 119 최초 신고자의 진술을 분석하는 등 감시 및 조사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이런 화재조사는 전기와 화학, 건축, 역학, 물리 등 다양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또 오랫동안 분석하며 화재의 원인을 밝혀내야 하기에 고도의 집중력과 인내력도 필요한, 결코 쉽지 않은 분야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들어선 새로운 문 너머는 ‘업에서 오는 행복’으로 가득하다고 합니다.

 
 

 
 

“화재조사관은 소방관이었을 때와 또 다른 행복을 주는 일이에요. 생명을 구하고 사람들을 도울 수 있으면서 화재 예방은 물론 사건도 해결하니까요.”

 

진승희 화재조사관은 화재 현장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시민을 설득하기도 했고, 화재 원인을 분석하여 누명을 쓴 사람의 억울함을 풀어주기도 했습니다. 새롭게 도전하지 않았다면 찾지 못했을 행복입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새로운 도전에 어려움도 있지만, 그것을 다 딛고 이뤄냈을 때의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두려움을 넘으면 그 분야에서 인정받을 수 있어요. 모두가 저에게 ‘너는 소방관을 할 수 없을 것이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이토록 자랑스러운 업이 된 것처럼요.”

 

매번 새로운 도전을 끝까지 이어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진승희 조사관은 ‘나에 대한 믿음’을 언급했습니다. 본인이 원하는 것과 목표를 확실히 하고, 그것이 옳다는 확신이 있다면 주변에 흔들리지 말고 나아가라고 말합니다.

 
 

 
 

“현재 미국여성소방대원협회에서 최초의 아시아국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국제적인 화재 조사 사례 및 지식을 공유하고 있지요. 4월,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 포럼에 참석해 한국에서 실험한 연구 과제를 발표하고 교류할 생각이에요. 해외의 선진 지식을 국내에 더 많이 소개하고자 합니다.”

 
 

진승희 화재조사관의 목표는 뚜렷합니다. 그러하기에 잿더미의 화재 현장 속에서도, 자칫 머뭇거리기 쉬운 인생 속에서도 묵묵하게 제 갈 길을 걸었습니다. 그 걸음들이 모여 도전이 되고, 처음이 되었으며, 누군가에게는 목표가 됐습니다. 앞으로도 그 발걸음은 계속될 것이고, 지치지 않은 도전도, 그로 인한 행복도 계속될 것입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더보기
밴드 url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