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화장품, 예술로 되살아나다 김미승 작가

 
 
나에게 맞는 화장품을 다양하게 사용하다 보면, 분명 잘 쓰지 않는 화장품이나 유통기한이 지나 못 쓰게 되어버리는 제품들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화장품은 플라스틱과 화학물질로 이루어져 있어 환경오염에도 영향을 주는데요. 여기, 그런 폐화장품을 활용해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있습니다. 폐화장품이 일반 미술재료보다 매력적이라고 말하는 김미승 작가를 만나봅니다.

 
 
 

하늘 아래 같은 색조는 없다

 

학창시절부터 화장품과 그림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던 김미승 작가는 어느 날 유통기한이 지난 파운데이션을 어떻게 활용해볼까 고민하다 좋아하는 그림을 그려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요. 그냥 버리기 아깝고 속상한 마음에 시작하게 된 화장품 그림은 SNS를 타고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초반에는 제가 가지고 있는 폐화장품이 워낙 소량이다 보니 재료 선택에 한계가 있었는데 SNS를 통해서 오롯이 제 그림만 보고 본인의 폐화장품을 기부해주고 싶다고 하신 분이 계셨어요. 아무래도 지인과 가족이 아닌 타인에게 처음으로 공감과 도움을 받은 것이라 그때의 감동은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여담이지만 그분께서 나중에 열린 제 전시회도 방문해주시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저와 비슷한 점이 많아 친구가 되기도 했습니다.”

 

청담동 <갤러리 앤 아트> 선물전에 전시된 김미승 작가의 작품

 

화장품 그림은 일반 물감을 사용한 그림과는 다른 색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펄의 입체감이 그림을 좀 더 생동감 있게 표현해주기도 하고, 화장품 입자의 굵기, 색감과 질감의 차이 덕에 재료의 선택지가 굉장히 풍부해진다는 건데요. 물감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화장품 그림만의 세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가끔 화장품을 두고 ‘하늘 아래 같은 색조는 없다’고 하잖아요. 물감 부럽지 않게 다양한 색이 있어 활용하기 좋고, 아이섀도우는 파스텔, 매니큐어는 아크릴, 틴트는 수채화, 립스틱은 유화 이런 식으로 일반적인 미술재료와 비슷한 느낌이 나는 것도 재밌더라고요.”

 
 
 

좋아하는 화장품으로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는 일

 

화장품이 얼굴에 사용하는 재료인 만큼 첫 시작은 인물화였습니다. 좋아하는 재료로 좋아하는 것을 그려보자는 생각에 좋아하는 아티스트, 인상깊게 본 영화 장면을 주로 그림의 주제로 삼았는데요. 모두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것들이다 보니 더욱 작품에 애착을 가지게 된다고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으니 몰입도 더 잘되고 온전히 제 시간이 되더라구요. 요즘은 인물 외에 꽃과 같은 자연물에 눈이 많이 가요. 버려질 뻔 한 화장품이 그림 재료로 다시 사용되는 모습이 새로 피어나는 꽃과 식물의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작업을 할 땐 제품의 원래 용도보다는 색에 맞추어 사용하고 있어요. 화장품의 특징을 살려서 펄이나 글리터를 많이 활용하면 화장품의 반짝거리는 매력이 좀 더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인물 같은 경우는 초벌을 정말 메이크업 하는 것과 같이 하면 좀 더 생동감 있게 표현이 됩니다. 예를 들어 베이스로 파운데이션 피부 표현 한 뒤 쉐딩이나 어두운 파운데이션으로 얼굴의 윤곽을 잡아가는 식으로요.”

 

 

김미승 작가의 독특한 기법과 재료 활용 덕분에 ‘화장품 재활용’이라는 키워드와 ‘나만의 초상화 그리기’라는 주제가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는데요. 이후 다양한 곳에서 폐화장품 드로잉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림 재료로는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다 보니 처음에는 어려워하시지만 금새 적응해서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며 그리곤 하시죠. 실제로 그려보면 지우개로도 지워지고 얼룩이 생겼을 땐 컨실러 같은 더 진한 화장품으로 덮으면 되기 때문에 수정이 크게 어렵지 않거든요. 참여자분들이 즐겁게 작업하시고 나면 저도 깜짝 놀랄 정도로 다양하고 예쁜 결과물들이 탄생해요. 만족도도 높아 대부분 강의했던 곳에서 재요청이 왔습니다.”

 

 
“저를 표현하는 방법 중 그림이 가장 재밌고 확실하다고 생각해요. 그림을 그릴 때 어떤 방향으로 그려갈지 고민하면서 작업하고, 제 생각과 비슷하게 완성되는 과정이 신기하고 재밌어요. 백지에서 완성까지 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보람이 매우 크고, 누군가 한 명이라도 그 결과물에 진심으로 공감해줄 때 행복을 느껴요.”

 

향후 좋아하는 재료로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색과 취향이 뚜렷한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는 김미승 작가. 그림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을 얻을 수 있을 때 행복을 느낀다는데요. 김미승 작가의 새로운 도전이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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