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이 아닌 소중한 자원! 전기차 배터리를 다시 쓰는 방법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 저감 노력이 계속되면서 친환경적인 이동 수단으로 주목받는 전기차의 판매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 판매량이 증가한다는 것은 곧 전기차 폐차 이후 배출되는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이하 ‘사용후 배터리’)’도 함께 늘어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용후 배터리 배출은 오는 2030년까지 10만여 개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렇게 쏟아져 나오는 배터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흔히 ‘폐배터리’라고 부르기도 하는 사용후 배터리는 사실 배출된 뒤에도 높은 활용 가치를 지니는데요. 폐기물이 아니라 소중한 자원으로 다시 쓸 수 있는 사용후 배터리 시장에 대해 알아봅시다.

 

 


 

‘기회의 땅’이 될 사용후 배터리 시장

 

 

사용후 배터리에는 여전히 충전 성능이 남아있습니다. 아직 다른 용도의 배터리로 더 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사용후 배터리의 잔여 충전 성능이 낮더라도 리튬이나 니켈 등 희귀하고 부가가치 높은 소재가 포함돼 있어 활용 가치가 있는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꼽힙니다. 이에 세계 각국의 기업은 사용후 배터리를 활용하는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으며, 시장 성장에 대한 업계의 기대도 높습니다. 지난해 10월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전 세계의 사용후 배터리 시장은 2050년까지 600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며 전기차 시장과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의 사용후 배터리 시장은 자원의 재활용을 통한 원가 절감을 가능케하고, 배터리 분야 신사업 진출의 기회이자 탄소 중립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매력적인 분야입니다. 때문에 많은 자동차·배터리 기업들의 시선이 사용후 배터리 시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사용후 배터리 시장은 그간 큰 성과를 내기 어려웠습니다. 지난 2020까지 ‘사용후 배터리 반납 의무 조항’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이 때문에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받은 전기차 구매자들은 폐차 시 배터리를 각 지방자치단체에 반납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오로지 ‘보관’의 권한만 있었던 지방자치단체는 반납된 배터리를 기업에 판매하거나 활용할 수 없었고, 환경오염 우려로 폐기도, 매각도 불가능해 보관만 해온 사용후 배터리는 한동안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지난해 정부는 사용후 배터리 관련 사업 활성화를 위해 전국 4개 권역에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를 구축했습니다. 또한 올해부터 지방자치단체에 반납된 배터리를 민간과 거래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했습니다. 현재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는 배터리 매각 평가 기준을 수립하고 있으며, 추후 기준이 마련되면 기업은 지방자치단체에 보관된 사용후 배터리를 구입해 각종 산업에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배터리를 다시 쓰는 방법, ‘재사용’과 ‘재활용’

 

 

사용후 배터리를 다시 쓰기 위해서는 먼저 충전 성능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판별하는 평가 과정을 거쳐 잔존 성능을 확인하고, 배터리를 ‘재사용’할지, ‘재활용’할지 구분합니다. 재사용과 재활용은 닮은 듯 다른 방법입니다. 배터리를 다른 용도의 배터리로 다시 쓰는 방식은 재사용, 배터리에서 소재를 회수해 새 배터리 제작에 쓰는 방식은 재활용을 의미합니다. 사용후 배터리에 아직 충전 성능이 남아 있고 전기차 외 다른 곳에 이용할 수 있는 경우에는 재사용을 합니다. 배터리로 쓰지 못할 만큼 충전 성능이 낮아진 사용후 배터리는 분해 후 니켈, 망간, 리튬 등의 소재를 추출해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후 배터리를 재사용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식은 ESS(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 저장 시스템)에 쓰는 것입니다. 팩(Pack) 단위로 묶인 여러 개의 사용후 배터리를 연결해 ESS를 구축해 전력을 저장해두고 사용하는 이 방식은 새로 배터리를 만들 필요 없이 전력 저장고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BMW는 자사 전기차 i3의 중고 배터리를 가정용 및 산업용 ESS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해에는 밴드 ‘콜드플레이’의 월드투어 콘서트장 전력을 충당하기 위해 40개 이상의 i3 중고 배터리를 ESS로 제공하는 파트너십을 맺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2010년 세계 최초로 양산형 전기차 ‘리프(Leaf)’를 출시한 일본의 닛산도 빠르게 사용후 배터리 재사용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닛산은 지난 2018년부터 리프의 중고 배터리를 세계 각지의 배터리 기업이 ESS로 만들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 축구경기장에는 닛산 리프 배터리 148개로 만든 ESS가 설치됐습니다.

 

 

배터리의 소재를 채취해 새 배터리 제작에 쓰는 재활용 방식은 부가가치가 높은 소재의 자체 조달을 가능케 하고, 수입 의존도를 낮춰 수급 안정화에 도움을 줍니다. 또 소재 재활용을 통해 소재의 신규 채굴을 줄여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 기술은 난도가 높아 아직 초기 단계이나, 세계 각국의 기업이 기술 연구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독일 화학기업 ‘뒤젠펠트’는 분해 · 파쇄된 사용후 배터리로부터 흑연, 망간, 니켈, 코발트, 리튬 등을 얻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뒤젠펠트에 의하면 이 기술을 통해 배터리 구성 요소의 96%를 회수해 새로운 배터리에 재활용할 수 있으며, 채굴을 통해 배터리 소재를 얻는 방식에 비해 최대 40%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미국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분야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도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에 나섰습니다. 얼티엄셀즈는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업체 ‘리-사이클(Li-Cycle)’과 함께 지난해 말부터 사용후 배터리에서 코발트, 니켈, 리튬 등 원재료를 재활용하는 공정을 시작했습니다. 얼티엄셀즈와 리-사이클은 이 공정을 통해 배터리 원재료의 상당량을 공급망(배터리 생산)으로 되돌려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SK는 사용후 배터리를 어떻게 쓰고 있을까?

 

 

SK도 다양한 사용후 배터리 재사용·재활용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SK온은 기아자동차 ‘니로 EV’의 사용후 배터리 6개를 재사용한 300kWh급 ESS를 구축하고, 이를 경기도 안양의 SK에코플랜트 아파트 건설 현장에 활용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SK온과 SK에코플랜트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기반 ESS의 내구성과 안전성, 배터리 효율 및 전력 요금 절감 효과를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유관기관과 함께 증명할 예정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9년, 사용후 배터리에서 양극재 제조에 활용 가능한 수산화리튬(LiOH) 형태로 리튬을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기존에도 리튬이나 니켈, 코발트 등 핵심 물질을 추출해내는 기술은 상용화돼 있었지만, 리튬을 고순도의 수산화리튬 형태로 회수하는 기술은 SK이노베이션이 세계 최초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사용후 배터리에서 수산화리튬 형태의 리튬을 추출한 뒤 니켈과 코발트, 망간 등 금속을 추출하는 기술을 오는 2025년까지 상용화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사용후 배터리 시장. 때문에 시장 선점을 위해 많은 기업이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는데요. 하지만 기회가 무궁무진한 만큼 아직은 해결해야 할 기술적, 제도적 문제들도 많습니다. SK는 다양한 문제점에 대비해 평가·안전관리체계 구축 기관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단단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우수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사용후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고자 합니다. 버려지는 또 다른 폐기물에서 소중한 자원으로 다시 태어날 사용후 배터리들의 새로운 미래와 이를 실현할 SK의 발걸음에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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