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를 위한 지침서: 그로잉

 

대구광역시 남구 봉덕동의 작은 골목, 오래된 건물에 자리한 카페가 있습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해 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친환경 생활이라고 말하는 저탄소 노력형 카페, ‘그로잉(Growing)’을 소개합니다.

 

 

재생건축으로 태어난 카페 그로잉

 

그로잉 정희정 대표는 아토피와 천식이 있는 아이를 둔 어머니입니다. 아이의 건강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고, 이는 곧 친환경 생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아이의 건강을 위해 많은 공부를 하면서 결국은 ‘지구가 건강해야 우리도 건강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일매일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아요.”

 

 

‘쓰레기를 줄인다’는 생각은 그로잉 공간을 꾸미는 데에도 적용이 되었습니다. 정 대표는 그로잉을 만드는 데 재생건축 방식을 채택했는데요. 재생건축이란 노후 건물을 전부 철거하지 않고 원형을 살려 새로운 공간으로 만드는 방식을 뜻합니다. 그로잉도 지어진 지 50년이 된 노후 건물을 이곳저곳 수리해 공간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 탄생했습니다.

 

 

“새 건물을 지을 때 건축 과정에서부터 인테리어까지 발생하는 산업폐기물과 탄소를 줄이려는 생각을 공간 기획 단계에서부터 했습니다. 오랜 시간을 지나 온 옛 건물이 주는 빈티지한 느낌을 살려서 그로잉만의 분위기를 완성했죠.”

 

 

탄소중립을 위한 조심스러운 한 발짝

 

정희정 대표는 그로잉에 대해 ‘저탄소 노력형 카페’라고 설명합니다. 탄소 중립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히 노력한다는 의미를 담아 ‘저탄소 노력형 카페’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로잉의 궁극적인 목표는 완전한 제로웨이스트(Zero Waste)와 탄소중립이지만, 상업적 공간이라는 특성 상 현실적인 한계를 여럿 느꼈어요. 그래서 ‘조금 소심하지만 노력을 할 테야’라는 다짐을 담아 ‘저탄소 노력형 카페’라는 표현을 붙였습니다.”

 

그로잉의 비건 메뉴 ‘든든꼬숩라떼’

 

그렇게 정 대표는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그로잉 메뉴에 비건 음료를 추가하고, 카페 공간 한 부분에 리필스테이션을 포함한 제로웨이스트 상점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그로잉 제로웨이스트 상점에는 제로웨이스트 제품이 처음인 이들도 누구나 유용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주방용품이나 캠핑용품을 패키지로 구성해 선보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로잉에서는 사람들이 ‘친환경 생활’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요. 환경부에서 시작한 생활 속 플라스틱 줄이기 캠페인인 ‘고고챌린지’ 참여의 일환으로 시작한 다회용기·텀블러 할인과 친환경 교통수단 방문 할인, 우유팩·멸균팩 음료 교환 등 누구나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방법으로 친환경 생활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탄소 노력형 카페를 지향한다고 내세운 만큼 고객들도 친환경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많은 고객들이 친환경 실천에 대해 막연하게 느끼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친환경 이벤트를 고안했어요. 특히 우유팩과 멸균팩은 어차피 분리수거를 해야 하는데, 그로잉에서 아메리카노로 교환할 수 있으니 고객들이 더욱 좋아합니다. 가까운 주변 카페에는 직접 들러 우유팩을 수거하면서 자연스럽게 소통도 이어오고 있습니다.”

 

 

사람과 지구와 쉼을 위한 공간으로

 

그로잉에서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휴식을 취할 때 행복하다는 정희정 대표. 정 대표가 꿈꾸는 그로잉의 미래는 바로 ‘편안한 공간’입니다. ‘핫 플레이스’보다는 편안한 소통의 공간, 쉴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합니다.

 

“사람이 많은 ‘핫플’도 부럽지만, 누구나 편한 차림으로 슬리퍼 끌고, 빈 샴푸통을 들고 샴푸 리필을 하러 왔다가 마당에 앉아 음악도 듣고 직원들, 이웃들과 하루 이야기로 소통하는 그런 편안하고 사람냄새가 나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이제 그로잉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바로 누구나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새롭게 여는 것인데요. 이러한 도전은 정 대표가 그로잉을 운영하면서 겪은 주변의 변화가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로잉 초창기에 분리수거가 귀찮다는 이유로 제가 쓰레기통을 못 보게 박스로 덮어두던 직원들도 지금은 누구보다 분리수거와 쓰레기 줄이기에 앞장서고 있어요. 또 제가 비닐을 모아 전달하고, 빈 용기에 식재료를 담아오고 하는 모습을 처음에는 유별나다고 하셨던 주변 상인분들도 이제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 주시고, 함께해 주세요. 제 행동이 저를 변화시킨 게 아니라 저를 통해 주변을 변화시키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경험의 중요성을 느낀 정 대표는 누구나 제로웨이스트를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도록 ‘제로웨이스트 체험 숙소’ 오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로웨이스트 체험 숙소는 제로웨이스트 제품의 조리도구나 침구류 세제 등을 편견없이 사용해보고, 친환경 소재와 분리수거등을 자연스럽게 소개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려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밖에도 그로잉은 주변 카페나 상점들이 제로웨이스트샵이나 리필스테이션 자원순환거점 등에 동참할 수 있도록 작은 모임을 기획하는 등 고객들에게도, 또 주변 상가들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선사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로잉은 말합니다. 환경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건 거창한 것도, 어려운 것도 아닌 작은 실천이라고 말이죠. 사용하지 않는 스위치를 끄고,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보자고 말하는 그로잉과 함께 ‘저탄소 노력의 날’을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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