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터이자 웹툰 작가로 일하고 있는 엄유진 작가는 소소한 행복을 잊지 않기 위해 틈틈이 일상을 기록합니다. 이 기록은SNS를 통해 공유되면서 ‘일상툰’이라는 장르로 재탄생하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데요. 원활한 소통, 그리고 좋은 관계가 삶의 원동력이자 행복이라고 말하는 엄유진 작가를 만나 보았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엄유진 작가는 부모님의 다정한 격려를 계기로 그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말하는 것은 또래들보다 어눌했지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어린 시절, 아버지는 특별하지 않은 어린이의 그림에 디테일한 포인트를 짚어내고 상상력을 더해 칭찬해 주었는데요. 아버지의 칭찬은 ‘나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라는 막연한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듯이 아버지의 크고 작은 격려들이 현재 어엿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는데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절로 웃음 짓게 되는 ‘평범한 일상 이야기’
엄유진 작가의 취미는 일기 쓰기입니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일기를 써오고 있는데요. SNS에서 ‘펀자이씨툰’을 연재하여 사람들과 일상을 나누면서부터 그의 일기는 조금 더 특별해졌다고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관심이 많은 만큼, 그의 그림에는 사람 냄새가 물씬 묻어나는데요. 연재되었던 거의 모든 이야기는 엄유진 작가와 가족들의 잊지 못할 추억들을 기록한 그림 일기입니다.
본인의 어린시절부터 영국 생활, 국제결혼, 육아, 부모님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했는데요. 수많은 작품 중 ‘순간을 달리는 할머니’는 독자들의 반응도 좋았던 작품이지만, 엄유진 작가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어 가장 애착이 가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순간을 달리는 할머니’는 4년 전부터 기억을 잃기 시작한 어머니와의 순간들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알츠하이머를 다루는 작품들의 내용이 일반적으로 어둡고 아프기도 하지만, 제 그림 속에서 이야기로 다루어질 어머니의 입장도 난처하지 않을까 해서 고민했어요. 하지만 예상과 달리 어머니께서는 마주한 현실을 낙천적으로 받아들이셨고, 제가 있는 그대로의 일상을 그릴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셨어요. 기록된 에피소드를 보며 즐겁게 웃으시던 모습, 독자와의 문답 이벤트에 흔쾌히 응하시는 모습을 보며 연재를 이어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순간을 달리는 할머니’는 사람들의 질문을 받아 어머니가 답변해 주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다양한 질문들에 대한 거침없는 의견과 신선하고 재미있는 답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좌절하기보다 밝고 즐겁게 생활하는 어머니의 모습 등에서 엄유진 작가는 영감을 얻는다고 합니다.
밝고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는 엄유진 작가에게도 일러스트레이터로서 고충이 있었는데요. 그것은 오랜 기간 전문적인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림의 정체성이 부족했던 것이라고 합니다.
“광고, 출판물 등 의뢰를 받아 작업을 진행할 때에는 주어진 시간 안에 상대방이 원하는 이미지를 빠르게 만들어내야 합니다. 하지만 저만의 스타일이 뚜렷하지 않았던 학생 시절에 일을 시작하다 보니 의뢰인의 요구에 맞춰 스타일 전체를 바꿔가며 작업하는 일이 빈번했죠.”
경력이 쌓이면서 의뢰인의 목적에 부합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지만 엄유진 작가 본인만의 스타일로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합니다.
엄유진 작가는 지금 연재하고 있는 ‘펀자이씨툰’ 덕분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게 되었는데요,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롭게, 그리고 가볍게 원하는 이야기를 그리면서 작업의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고 점점 개성과 정체성을 찾아나가게 되었다고 해요. 원하는 가족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릴 수 있고, 일과 가족 모두를 챙길 수 있으면서도 자신만의 그림 스타일이 생기고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행복의 순간을 전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엄유진 작가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아주 작은 행복의 순간을 발견하고, 그 온도를 누군가와 함께 느낄 때, 그리고 본인의 그림이 작은 미소나 큰 웃음으로 돌아올 때 가장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그림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잘 전달되고,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순간이 그를 행복하게 만듭니다.
“제 이야기를 통해 일상의 소중함과 소소한 행복을 전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힘들었던 이야기에 대해 독자들로부터 큰 힘과 위로를 받을 때도 많아요. 그래서 항상 댓글을 확인하는데요.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위로가 되었다’ 등 긍정적인 반응도 인상적이지만 재미있어서 웃는 반응(ㅋㅋㅋ)을 가장 좋아합니다.”
행복의 순간이 꼭 멀리 있거나, 거창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엄유진 작가는 행복을 바라보기 위한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 행복과 불행을 정하기보다 조금 더 나 자신에게 집중해야 하는데요. 당연시 되었던 일상의 일부분이 사실은 행복이었고, 사소한 모든 일상이 행복의 순간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제대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서로가 바라는 ‘행복’
평범하지만 재미있는 일상을 통해 행복을 전하는 ‘펀자이씨툰’, ‘행복’이 무엇인지 사람마다 살아온 인생과 생각이 각자 다른 만큼 다양한 의견이 나올 텐데요. ‘펀자이씨툰’의 주인공들은 ‘행복’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엄유진 작가는 앞으로도 일상 이야기를 그리며 많은 감정과 관계에 대한 내용을 다루어 보고 싶다고 합니다. 또한 한 사람의 가족 이야기를 넘어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과 상황들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하는데요.
이야기에 담겨있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행복의 순간을 찾고, 그 순간을 그림으로 표현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엄유진 작가의 앞으로의 나날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