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사람의 손으로 만드는 작품, 도자기. 도자기 하나를 빚는 데는 상상 이상의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 점 한 점에 정성과 노력이 깃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미학적 상상력이 더해진다면, 흙에서 감각적인 작품으로의 변신이 성공하게 되죠. 느리지만 아름다운 ‘정성의 미학’을 추구하는 도자기 공방 ‘포터림’의 임지환 도예가를 만나봤습니다.
흙을 가지고 노는 게 즐거운 도예가
디자인 플랜터 브랜드 ‘POT!POT!POT!’을 운영하고 있는 임지환 도예가는 도예 공방 ‘포터림’의 대표입니다. 도예가를 의미하는 ‘potter’와 자신의 성인 ‘Im’을 붙여 이름 지어진 ‘포터림’은 도자기에 대한 여러 가지 방식을 시도하는 것을 좋아하는 임지환 도예가의 작업실이자 일반인도 취미로 도자기를 배울 수 있는 공방입니다. 이곳에서는 임지환 도예가의 작품도 함께 판매되고 있는데요. 종이컵 위에 흙을 발라 푸른 곰팡이와 먼지검댕이로 무늬를 내거나, 물레성형으로 정성껏 만들어 모든 제품의 무늬가 다른 감각적인 토분*입니다.
*토분: 흙으로 만들어 통기성이 높은 화분
임지환 도예가의 독특한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그 영감을 어디에서 얻었을까 궁금해지는데요. 임지환 도예가는 작품을 제작할 때, 호기심에서 출발한다고 말합니다. 일단 흙을 만지다 보면 장난을 치고 싶어지고, 장난을 치다 만들어진 것들을 계속 구워 보면서 실패를 반복하며 발전시켜 나간다고 하죠. 순간에 오는 영감보다는 흙과 놀면서 나온 모든 것들이 그의 작품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뒤늦게 타오른 도자기 사랑
타고난 예술가처럼 보이지만, 사실 임지환 도예가는 공대 출신인데요. 수학과 과학을 좋아해 공대에 진학했으나 적성에 맞지 않아 다시 수능을 준비하여 미대에 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전공이 생각보다 잘 안 맞아 고민을 하다가,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초가 가장 중요하다 생각해 군대 전역 후 늦깎이로 미대 입시에 도전했습니다. 늦게 입시 공부를 시작한 터라 고생이 많았지만 열심히 준비하여 세라믹디자인학과에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도자기 공예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닌데, 너무 재밌어서 지금까지 멈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계를 생각하여 중간에 다른 일도 해봤지만, 결국 흙을 다시 만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머릿속에 도자기 생각이 가득해 다른 일이 손에 잡힐 리 없었습니다.
“도자기가 너무 좋고, 또 어려워서 평생 질리진 않을 것 같으니 인생 끝까지 흙을 만지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습니다. 꾸준함을 목표로 오랫동안 재밌게 흙을 만질 생각입니다.”
실패가 반복되어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가짐
이렇게 도자기 사랑에 푹 빠져 있지만, 그동안 도자기로 인해 좌절도 많이 겪었습니다. 작년에는 한 전시회 참여를 위해 제작하던 작품이 가루가 되어 버린 일도 있었습니다. 규모도 크고 꽤나 정성을 들여 준비했던 작품인데, 전시회 날짜가 다가오자 마음이 급해져 충분히 말리지 않고 가마에 넣은 것이 그만 화근이 되었습니다. 설마 했는데 가마에서는 곧 ‘펑펑!’ 하는 소리가 났고, 작품은 산산조각이 나버렸습니다. 결국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했죠.
“도자기는 마음처럼 잘 되지 않습니다. 자연의 일부인 흙과 물로 만들고 불 안에서 생명을 불어 넣어야 하는데, 쉽게 완성되지 않는 것은 당연합니다. 가마에서 터지거나 갈라지는 등의 실패를 여러 번 반복해야 비로소 성공적인 도자기 작품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도자기를 만드는 것은 인생을 공부하는 것과 같이 느껴집니다. 오래 걸리더라도 계속해서 하다 보면 결국 만족할 만한 것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하나를 망쳤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노력도 좋은 재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꿈이 있어 나아갈 수 있는 오늘
돌리고 굽고 부수고, 다시 돌리고 굽고 부수고. 임지환 도예가는 이제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수많은 고충이 익숙해진 것 같다고 말합니다. 다만,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작업하다 보니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어려울 때도 있다고 하는데요.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며 강단과 자신감이 생기면서 조금씩 극복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칭찬 받는 일은 그에게 행복을 주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가마에 구워져 나온 도자기가 너무 예쁘고 완벽할 때만큼이나, 누군가 내가 만든 도자기를 좋아해 줬을 때, 멋지다고 인정해 줬을 때 큰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고 하죠. 그로 인해 꿈이 계속해서 생긴다는 것 또한 그에겐 행복이 됩니다.
“꿈이 없던 시절이 있었기에 꿈이 있다는 것, 꿈이 계속 생긴다는 것이 도자기를 시작하고 제가 얻은 소중한 행복입니다. 꿈이 있다는 것만으로 오늘 하루도 보람 있게 보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임지환 도예가는 앞으로 도자기를 통해 세계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꿈도 함께 전했는데요. 지금의 열정과 노력이라면 그 꿈을 이루고 또 하나의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흙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작업에 도전하며 행복을 추구하는 도예가 임지환 작가의 멋진 내일을 미디어SK가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