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눈의 전통주 소믈리에, 전통주 한 잔에 행복을 담는 더스틴 웨사

 

이태원의 작은 술집 ‘남산술클럽’에서는 누룩과 사랑에 빠진 전통주 소믈리에, 더스틴 웨사 님이 다양한 종류의 전통주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더스틴 웨사 님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는 유학생으로 한국에 방문했는데요, 한국에서는 쌀과 누룩, 물만으로 술을 빚을 수 있다는 사실을 듣고 직접 막걸리를 빚다가 이후 16년간 한국에서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물을 술로 바꾸는 한국 누룩의 마법을 사랑하게 된 더스틴 웨사 님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미국인 유학생이 전통주 소믈리에가 된 이유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제가 직접 마시기 위해서 친구에게 술 빚는 노하우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다른 술에 비해 간단한 재료로 쉽게 담글 수 있는 술이라고 생각해서 담았던 막걸리가 점차 맛있게 느껴지고, 다양한 재료로 특별한 나만의 레시피를 개발하면서 점점 전통주에 빠지게 된 것 같아요.

 

제가 처음 전통주 소믈리에를 시작하던 8년 전에는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도 적었지만 전통주 자체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적었습니다. 하지만 8년 사이에 한국은 빠르게 변했고 전통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엄청난 속도로 증가했습니다. 이제는 전통주에 관심있는 젊은 층도 많고 전통주 소믈리에에 도전하는 사람도 많아져서 한국에서 전통주를 소개하고 추천하는 이 일이 더욱 즐겁게 느껴집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통주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전통주는 ‘바닥이 없는 술’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한국인들에게 전통주 중 어떤 술을 가장 좋아하는지 물어보면 대답이 나올 때까지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 대답도 굉장히 다양합니다. 그만큼 전통주는 청주부터 탁주, 약주 등 술을 빚은 목적에 따라, 그 방법과 재료에 따라 종류가 아주 넓죠. 각각의 캐릭터를 가진 전통주의 종류만큼 전통주의 매력도 더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 매력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남산술클럽’을 시작했습니다.

 

‘남산술클럽’을 시작할 때 어떻게 운영할지 깊게 고민했었습니다. 전통주를 판매하는 술집이지만 어떤 컨셉으로 어떤 공간을 만들지 여러 갈림길에 서게 되었는데요, 전통주의 매력에 빠져서 시작하는 가게인 만큼 이 매력을 사람들이 경험하고 전통주에게서 위로를 받을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습니다. 그래서 남산술클럽에서는 전통주의 맛을 최대한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술을 한 잔 단위로 판매하고 독특한 술의 맛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안주류도 간소하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남산술클럽에 방문하는 손님들 중 대부분이 자신의 전통주 취향을 모르고 오시는 경우가 많아요. 자신이 좋아하는 전통주가 있는 손님은 열명 중 한명 정도 되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가게에 있는 80가지 정도의 전통주를 입맛에 맞춰 추천하고 있습니다. 많은 손님들이 전통주에 담긴 다양한 색채, 산뜻한 과실향이나 상쾌한 풀향, 묵직한 흙내음을 느끼고 자신의 취향을 찾아갈 때 보람을 느낍니다.

 

 

 

전통주를 함께 경험하는 ‘힙한’ 공간, 남산술클럽

 

 

남산술클럽은 경리단길에 위치해 있어서 다양한 손님들이 찾아주고 있습니다. 전통주에 관심있는 외국인도 많이 오고 최근에는 젊은 손님들이 자주 오는데요, 미각이 좋은 젊은 층 손님들이 재료에 대해서 꼼꼼히 묻는 경우가 많아서 색다른 경험이 되기도 합니다. 요즘 젊은 층은 맛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고 쉽고 간단한 밀키트를 선호한다고 말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저는 그런 생각이 편견이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나를 위해서, 색다른 경험을 위해서, 또 나의 취향을 찾기 위해서 전통주에 도전하는 일에 거침이 없죠. 전통주의 종류가 더 많아지게 된 데에도 젊은 층이 전통주를 ‘힙한 것’으로 인식한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사람만큼의 열정으로 남산술클럽을 찾아주시는 60대 손님도 기억에 남습니다. 대전에서 기차를 타고 한달에 두번씩은 가게를 찾아 주시는데 매번 새로운 술을 경험하기 위해 오시는 만큼 특별하게 기억하는 손님입니다. 저는 전통주를 단순히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이 공간 안에서 새로운 경험과 나만의 취향이 더해진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도와드리고 있어서 저희 직원들도 손님과 함께 새로운 술을 맛보고 즐기면서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원 중에서도 전통주 소믈리에를 꿈꾸는 사람이 많고 모두 전통주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남산술클럽에서는 누구나 전통주를 즐기고 경험하길 바랍니다.

 

 

 

전통주와 조화를 이루는 페어링에 대해

 

 

전통주는 앞서 말한 것처럼 종류가 많은 만큼 그 향과 특성도 다양합니다. 만드는 방법에 따라, 재료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술을 만들 수 있죠. 저도 다양한 재료로 집에서 누룩을 만들어 보고 있는데요, 그만큼 다양한 술이 있으니까 각 전통주에 맞는 음식을 맞추는 ‘페어링’에 대해서도 많은 분들이 궁금해합니다.

 

하지만 전통주 소믈리에로서 페어링 음식을 추천하는 건 가벼운 일이 아닙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막걸리에 파전, 치킨에 맥주처럼 잘 어울리는 술과 음식을 페어링이라고 생각하지만, 엄격하게는 이를 페어링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페어링은 술의 맛과 음식의 맛을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함께 먹을 때 서로의 매력을 더해줄 수 있는 조합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페어링할 술과 음식을 오랜 시간 깊이 고민하면서 먹어야 하기 때문에 간단하게 잘 어울리는 음식으로 추천하기는 어렵습니다. 전통주를 처음 만난다면 전통주와 조화를 이루는 페어링 음식보다는 날씨나 상황처럼 전통주의 맛을 더욱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조건들에 초점을 맞춰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직접 만드는 전통주들은 같은 술이더라도 여름과 겨울에 나온 술이 각각 다른 향을 품기도 하고 같은 종류의 술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특이한 캐릭터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 매력을 더 깊게 알아가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전통주 소믈리에 더스틴 웨사 님은 누구보다 한국의 전통주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전통주에 대해 더 많은 공부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때로는 전통주에 관련된 한자어 등 언어의 장벽 때문에 전통주를 공부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점차 한국의 문화와 언어, 역사 등에 적응해가며 다양한 전통주를 접하고 새로운 전통주를 발견해 나가고 있죠. 또 그 특별한 경험들을 많은 사람과 나누기 위해 특별한 공간도 운영하면서 더스틴 웨사 님은 전통주를 추천하는 소믈리에에서 전통주 문화를 선도하는 소믈리에가 되었습니다.

 

삶이 힘들 때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술들이 우리를 위로해주곤 합니다. 소주의 쓴 맛이나 맥주의 청량함에서 스트레스를 털어내곤 하는데요, 전통주에도 신 맛, 감칠맛, 단 맛과 같은 여러 맛부터 풀향, 과일향 등 향긋한 향기, 탄산으로 청량감을 더하거나 여운을 길게 주는 특성까지, 우리의 삶을 위로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들이 숨어있습니다. 음식에 대한 입맛이 다양한 만큼 미각을 즐겁게 하는 술의 선택지도 전통주를 통해 더 넓혀보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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