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채식(비건식)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오직 채소로만 밥상을 채우는 것은 처음 채식에 도전하는 분들에게는 어렵고 막막할 수 있습니다. 채식요리연구가 이도경 님은 채식은 어렵고 맛이 없다는 오해들 뒤에 새로운 진실이 선명하게 숨어있다고 말합니다. 긴 시간 동안 다채로운 채식 요리를 연구하며 건강과 환경에 대한 가치관을 전하는 채식요리연구가 이도경 님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나의 청춘을 관통한 채식의 매력
저는 20대부터 지금까지, 거의 30년의 세월을 채식과 함께 생활했어요. 본격적으로 채식에 몰입하게 된 계기는 명상을 시작하면서 였죠. 삶에 대해 깊게 탐구하면서 명상과 여러 종교 서적에 빠졌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채식을 접했습니다. 수많은 종교 서적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비폭력’에 대해 나의 삶 안에서 실천하려고 애쓰다 보니 채식에 닿게 되었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처음 제가 채식에 빠졌던 당시에는 국내에 ‘채식’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채식 요리사’를 직업으로 상상하기도 어려웠어요.
처음에는 신념과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시작한 채식이 결과적으로는 건강에도 매우 이로웠습니다. 각 채소와 식재료들이 먹는 사람의 마음과 성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단순히 식습관을 바꾸는 것으로 건강은 물론, 성격과 가치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국내 1호 채식 요리사를 시작하고 관련 연구와 교육을 이어갔습니다. 채식에 대해 깊이 알아가고 연구할수록 다른 매력들도 발견하게 되었고, 지금은 ‘채식 약선 아카데미’ 대표이자, ‘인생학당’을 운영하며 음식 철학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채식은 제 삶,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내가 먹는 것이 곧 나의 삶을 결정한다
오랜 시간 채식을 실천하고 연구하면서 음식이 우리 몸과 마음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은 성격까지 거칠게 만들죠. 반면, 지금 나의 상황과 컨디션에 잘 맞는 식재료와 맞지 않는 식재료를 알아두면 건강한 식습관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일상에서 매일 챙기는 한 끼 한 끼가 우리에게 주는 힘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되면 절대 아무거나 대충 먹을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단순히 채식 요리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에게 맞춘 요리를 연구했습니다. 한 사람의 현재 몸 상태와 증상에 맞춰 딱 맞는 음식, 치유의 요리를 제공하는 것이죠. 채소들이 가진 특징과 성질을 사람에게 잘 적용해서 요리하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지켜줄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채식, 이렇게 시작해 보세요
채식 요리연구가로 활동하며 가장 속상한 점이 있다면, 채식을 시작하기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만날 때인데요. 어렵기도 하고 맛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선뜻 시작하지 못하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하지만 채식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음식들 중에서도 채식 요리는 많으니까요. 간단하게 김밥이나 비빔밥 같은 메뉴로 채식을 시작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육개장이나 짬뽕, 떡볶이와 같은 매콤한 메뉴들도 몇 가지 재료만 제외하면 채식으로 먹을 수 있습니다. 고기 대신 버섯을 듬뿍 넣어서 요리를 완성하면 고기보다 더 깊은 맛을 느낄 수도 있죠. 채식 요리를 먹으면 맛있는 음식 혹은 매운 음식은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좋아하는 음식에서 고기의 식감을 대체할 수 있는 식재료인 버섯이나 콩 고기를 추가한다고 생각하면 더욱 쉽습니다. 고기를 제외하더라도 맛이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식감이 더 풍부해진답니다. 또 채식을 시작하면 꼭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 대신 일주일에 한 번, 하루에 한 끼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습니다.
많은 분께서 궁금해하시는 것 중 하나가 채식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신념입니다. 얼마나 크고 무거운 신념을 가져야 채식을 삶의 모토로 삼을 수 있는건지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시작은 가볍게 하되, 채식을 유지하는 신념은 조금 무겁게 가지길 추천합니다. 채식을 실천하는 것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에 방향을 잡는 하나의 대의명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가깝게는 나의 건강과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해, 더 나아가서는 미래의 후손과 아름다운 지구를 위해 아주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UN과 세계적인 환경 단체, 그리고 여러 국가에서도 탄소를 줄이기 위해 채식을 권장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매일 만나는 밥상에서 육류 한 가지를 빼는 것만으로 지킬 수 있는 지구와 건강, 채식으로 시작해보길 바랍니다.
채식을 실천하는 것을 단지 식습관의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삶의 가치와 철학으로 닿아 있는 태도로 바라보는 이도경 님은 앞으로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하는데요. 더 많은 이들과 함께 채식의 가치를 공유하며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그의 꿈이 실현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