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많은 분들이 건강을 위해 채식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지만, 채소만으로 식탁을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에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채식요리연구가 이도경 님은 채식을 시작하는 방법이 사람들의 걱정만큼 무겁거나 어렵지 않다고 말합니다. 부담없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채식 팁을 함께 알아볼까요?
우리의 식탁 위에서 누구나 쉽게 시도할 수 있는 채식
‘동물성 식재료를 뺀 채식 식단’이라는 말은 언뜻 듣기에 우리의 일상과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의외로 우리에게 익숙한 채식 메뉴가 많습니다. 그 중 하나가 김밥과 비빔밥인데요, 햄이나 고기 대신 평소 좋아하는 채소를 취향에 맞게 듬뿍 넣으면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채식 메뉴로 한끼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현대인들이 좋아하는 매콤한 메뉴들도 고기 없이 채소만으로 만들 수 있는데요. 매콤한 떡볶이도 채식 메뉴 중 하나이고 육개장이나 짬뽕은 고기 대신 표고버섯을 잔뜩 넣어 끓인다면 충분히 채식 메뉴로 바뀔 수 있습니다. 채식은 간이 없고 밍밍한 음식만 먹어야 한다는 편견과 달리, 친숙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채식을 실천할 수 있답니다.
특히 저는 콩국수나 녹두전, 두부와 같은 콩류 음식을 채식 메뉴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채소 위주의 식단을 지속할 경우 부족해지기 쉬운 단백질이 콩류에는 풍부하게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팥죽이나 팥 칼국수도 우리가 미처 몰랐던 채식 메뉴 중 하나랍니다. 우리의 식탁 위에는 고기가 들어있는 메뉴도 많지만 그만큼 채소로 만든 메뉴와 채소로 대체할 수 있는 메뉴도 많습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채식에 입문하기 어려웠던 분들도 채식을 쉽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채식에 입문하는 마음가짐은 어떻게 가져야 할까
저는 채식 생활을 시작한지 30년이 넘은 만큼, 그 마음가짐에 대해 질문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때 저는 “‘미래의 후손들이 지구에서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채식을 시작하니, 쉽게 흔들리지 않고 단단히 가치관을 실현할 수 있었다”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저처럼 큰 명분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의 건강에 대해 생각하며,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채식을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식물성 위주의 건강한 식단은 우리 몸의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당량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건강을 위해 체중을 관리하고 싶다면 채식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죠.
채식을 시작할 때도 일주일에 하루만, 또는 하루에 한 끼만 실천해보는 마음으로 작은 목표를 정한다면 더욱 쉽게 채식과 친해질 수 있습니다. 매일 모든 음식에 육류를 제외하는 것은 어렵지만 하루에 한 끼를 소고기 미역국 대신 들깨 미역국으로, 일주일에 하루만 김치찌개에 버섯과 두부를 넣어본다면 ‘채식이 이렇게 쉽고 편안하구나.’ 하는 마음이 들 것입니다. 채식을 시작할 때는 가벼운 마음부터 단단한 마음까지, 자신이 허용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한 발자국씩 걸음을 떼면 됩니다. 복잡하고 어렵게 생각하기 보다 친근하고 쉽게 생각하면 어느새 채식 생활에 익숙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 사회에는 치열한 경쟁과 불안 속에서 마음에 스트레스를 쌓아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 몸의 건강도 중요하지만 마음도 중요한 만큼 마음을 비우고 정리하는 시간과 그 시간을 한층 더 따뜻하고 건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음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개발한 ‘마인드 푸드’는 몸과 마음이 모두 행복하고 편안할 수 있는 요리로, 현대인들이 채식으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길 바라면서 만든 것입니다.
마인드 푸드는 모든 사람들이 채식을 건강하고 맛있게 실천했으면 좋겠다는 일념으로 여러 번 연구하고 수많은 구상을 거쳐 완성했습니다. 뚝배기에 따듯하게 먹는 ‘배추양생탕’은 채수에 배추와 구기자, 황기를 넣어 부드럽게 먹는 요리입니다. 채식 약선요리로 위장에 부담이 가지 않고 보약처럼 먹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감기나 기관지에 좋은 ‘배약선찜’은 자연의 달콤한 맛을 가득 담았는데요, 배에 조청과 호두 등을 넣어 겨울철 간식으로 맛있게 먹으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고기 특유의 식감을 버섯으로 살린 ‘표고홍합’은 기름에 표고를 튀겨 바삭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는 요리입니다. 고추장을 넣은 매콤한 소스와 함께 표고 튀김을 야채와 먹으면 채식 메뉴도 이렇게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매운 음식과 쓴 음식은 우리의 마음이 찾는 메뉴일지도 모릅니다. 화가 날 때 캡사이신이 들어간 매운 음식으로 땀을 흘리며 분노를 표출하고, 아메리카노처럼 쓴 음료를 즐겨 마시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것이죠. 하지만 매운 음식과 쓴 음식을 마인드 푸드로 바꿔서 섭취하면 몸과 마음이 조금 더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채식을 실천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채식 메뉴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완전한 채식을 실천하지 않더라도 식물성 음식을 주로 섭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죠. 채식요리연구가 이도경 님은 지구와 환경을 위해 누구나 채식을 향한 발걸음을 옮겨 보길 권장합니다. 특히 이렇게 채식을 실천하다 보면 우리 주위의 사람과 지구에 대해 좀 더 큰 사랑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는데요, 몸도 마음도 편하게 만드는 채식을 일주일에 하루, 하루에 한 끼씩 먼저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