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쁜 일상에서 잠시 멈춰 진정 원했던 삶의 의미와 행복을 찾는 것은 어쩌면 평생의 숙제 일지도 모릅니다. 중년을 위한 교육원인 ‘다시배움’의 박승숙 대표는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중장년을 거쳐 노년에 함께 할 취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데요.
역사상 가장 긴 중장년을 살아야 하는 세대들이 마주할 인생의 긴 시간들을, 행복하고 풍요롭고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중년 교육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는 박승숙 님을 미디어SK가 만나보았습니다.
자발적인 공백기로 찾은 깨달음

박승숙 님은 오랜 기간 미술치료사로 활동했는데요. 일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 덕분에 20년 가까이 휴식기 없이 직장 생활을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바쁘고 정신없이 일에 몰두하던 박승숙 님은 어느 날 심상치 않은 몸의 변화를 자각했습니다. 바로 갱년기가 찾아온 것인데요. 자연스러운 노화였지만, 이 변화들을 제대로 마주하고 준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쉼 없이 달려온 시간들을 잠깐 멈추어 되돌아볼 필요를 절실히 느꼈습니다.
“일을 시작하고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 일을 하고 있는 이상 평생 바쁘게만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스로 멈추어야 할 때라고 느꼈습니다. 앞으로는 돈이 아닌 ‘시간’을 벌어 보자고 마음먹었어요. 시간을 벌어서 지친 나를 조금 돌보고 다시 인생관을 재정비하고 싶었죠. 그러려면 한가해야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시간을 벌어보자고 생각했어요”

자발적으로 멈췄던 5년 간의 공백기 동안, 박승숙님은 원래 하고 싶었던 일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퇴직이 곧바로 답이 될 순 없었죠. 자발적으로 멈췄던 5년 간의 공백기 동안, 박승숙님은 최대한 낯선 상황에 자기를 던져 모든 걸 다시 배워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세계 여행도 하고, 단편 영화도 만들고, 연기도 배우고, 극작 공부도 하면서 잘 알고 있던 자기를 벗어나 새로운 자신을 계속 경험할 기회를 만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새롭게 찾은 가치를 세상 속에 어떻게 연결해서 다 같이 더 행복해질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나만 재미있는 삶에 대한 미안함이 우울함으로 번질 즈음 박승숙 님은, ‘내 길은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고, 내가 그동안 쌓아온 것을 바탕으로 스스로 구축해 나가야 하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박승숙 님은 ‘다시배움’을 설립할 생각을 시작합니다.
“갑자기 주어진 정말 많은 시간들이 감당이 안 될 정도였습니다. 얼마 전에 제가 리드하는 독서모임에서 <가짜 노동>이라는 책을 읽었어요. 그 책에서는 1930년대에 각계 각층의 저명한 엘리트들이 미래에는 주 15시간 정도의 노동만 하면 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예언하면서 그 때에는 ‘갑자기 많아진 여유 시간을 어떻게 쓰면서 살아갈 것인지를 현명하게 찾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어질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는데요. 지금 우리의 노동 시간은 그들의 예언처럼 줄어 있지는 않지만, 엄청나게 늘어난 수명으로 인해 노동 시간과 상관없이 어느 시점부터는 자의든 타의든 여가 시간이 많아질 것인데, 그에 대한 준비가 너무 되어 있지 않은 거죠. 저는 솔직히 60살 이후의 삶에 대해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젊어서는 그쯤이면 제가 죽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 텅 빈 채로 상상도 안 해봤던 삶이 4~5년 뒤면 저에게도 펼쳐집니다. 그 때부터 노년까지 남은 삶을 무료하고 무의미하게 살지 않으려면 자연스럽게 기다려봐야 찾아올 것이 없기 때문에, 능동적으로 제 삶을 다시 구축하고 찾아 나서야 한다는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다시배움 교육원을 개원한 것입니다.
100세 시대, 앞으로의 삶은 취미가 좌우한다

‘다시배움’은 중년들을 위한 교육기관이지만, 학문을 탐구하는 곳은 아닙니다. 오히려 취미 양성소에 가까운데요. 박승숙 님은 100세 시대, 앞으로의 삶의 질은 ‘취미’가 결정한다고 말합니다. 5년 간의 공백기 동안 극심한 무료함을 겪어본 탓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시간’이 얼마나 괴로운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승숙 님은 목적 없이 그냥 살아지는 삶은 죽지 않기 위해 허기만 채우는 것과 같고, 좋아하는 취미로 가득찬 삶은 풍미가 느껴지는 질 좋은 식사를 하는 것과 같다며 중년들에게 취미를 가져보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취미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예요. 무조건 필요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퇴직을 하면 앞으로 남은 삶은 다 취미일 거거든요. 그래서 무료한 일상이 닥치기 전에, 나만의 취미를 찾아 두는 게 중요해요. 저 같은 경우는 80대까지 지속할 수 있는 취미를 찾고 있어요. 남편과 함께할 수 있는 취미, 나 혼자 할 수 있는 취미 등 여러 가지의 취미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두는 셈이죠. 그렇게 취향이 담긴 취미가 제 노년까지의 삶의 질을 바꿀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다시배움도 이런 취미를 함께 하기 위한 동료를 만나기 위해서 만들었어요.”
예술이 주는 새로운 즐거움과 ‘제 3의 시선’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하고 싶은 중장년을 위한 교육원 ‘다시배움’에서는 다채로운 예술 관련 활동들을 배울 수 있습니다. 평생을 함께 할 취미를 찾는 과정이기도 한데요. 미술부터 음악, 연기까지. 예술 창작에 몰두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어 있죠. 박승숙님은 ‘예술 창작의 쓸모없음’에 집중했다고 합니다. 먹고 사는 일과 상관이 없고, 생산성이 없어도 예술 창작으로 얻는 새로운 에너지와 영감이 분명하고 그것이 지루한 일상에 색채를 불어넣을 중요한 요소라고 합니다.
또한, 박승숙 님은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이 되기 위해서 ‘기존에 하지 않았던 생각’을 하는 것을 매우 강조했습니다. 연륜이 풍부한 중장년층은 자신의 살아온 경험대로 기존의 방식대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는데요, 박승숙 님은 기존의 방식만 고집한다면 세월의 지혜가 빛을 발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존과 다른 것’을 선택하면서 스스로의 잠재력을 꽃피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새로운 일을 마주하면서 자신의 경험과 연륜을 적용하는 것이 지혜를 빛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뜻입니다.

“먹고 사는 일에 치이다 보면 가장 하기 어려운 일이 예술과 창작일 것입니다. 그런데 예술과 창작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여태까지 해보지 않은 방법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하면서 제3의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는 과정에서 나도 몰랐던 나를 깨닫고, 객관적으로 내 삶을 돌아볼 수 있게 해주거든요. 그리고 쓸모없기 때문에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죠. 남들과 비교하며 자기를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즐기고 몰두하는 것이니까요. 새로운 예술 활동을 참여하다 보면 지금까지 내가 ‘즐거움’을 너무 놓치고 살았던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예술 창작은 여러 사람과 함께 하게 되니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교류의 기회도 얻을 수 있습니다.”
박승숙 님은 인터뷰를 마치며 원하는 삶이 있다면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그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원하는 것이나 상황이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에, 나중을 생각하며 자꾸 미루다 보면 정말 내가 원했던 것이 결국은 더 멀리 도망가는 셈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또한, 앞으로는 다양한 곳을 다니며 더 많은 이들을 만나 같은 고민을 나누고 싶다고 했습니다. 중장년의 배움을 새롭게 정의하면서 모두가 함께 상생하고 어우러질 건강한 미래를 꿈꾸는 다시배움. 그가 이끌어 가는 ‘다시배움’의 깊이 있는 철학이 더 많은 이들에게 닿을 수 있기를 미디어SK가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