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일에 집중하다 보면 갑자기 불이 꺼진 것처럼 에너지가 소진되어 버리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이 왔을 때인데요. 나도 모르는 새, 일상 생활에 의욕이 사라지고 무기력함을 느끼며 평소처럼 지내기 어려워지는 것이 일반적인 증상입니다. 특히 번아웃 증상이 시작되면 자연스러운 회복이 쉽지 않아 초기에 알아차리고 대처하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코칭 심리학(Coaching Psychology)* 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자신의 경험과 생각에 대해 ‘서밤(서늘한 여름밤)’이라는 필명으로 9년째 그림일기를 그리고 있는 이서현 님은 “누구나 번아웃에 대해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서현 님은 번아웃에서 회복한 경험과 코칭 심리학을 배우며 쌓은 노하우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이 건강한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코칭 상담도 이어가고 있는데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불청객, 번아웃을 건강하게 인지하고 극복하는 법에 대해 서늘한 여름밤, 이서현 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코칭 심리학(Coaching Psychology) : 개인의 삶과 일에서 행복과 수행을 고양하기 위한 것으로, 성인 및 아동 학습 또는 심리학적인 접근에 기반을 둔 잘 정비된 심리학적 접근
심리학을 중심으로 SNS에서 그림일기를 연재하고 계신데요. 이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저는 9년째 그림일기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그림일기를 그리게 된 이유는 제 유년시절 때문인데요, 사실 제 유년 시절의 가정은 굉장히 불안했어요. 부모님이 많이 싸우시는, 소위 ‘불화 가정’에 살고 있었죠.
이런 제 삶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나누고 싶어서 그림일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마음이 힘들면 나만 이렇게 힘든 것 같고 혼자만 이상하고 나약한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할 수 있어요. 제 그림일기를 세상에 꺼내게 된 이유도 이런 감정을 느낄 때 누군가는 조금 덜 외로우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 고통 속에 혼자만 남겨져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위가 아프면 위가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죠. 저도 마음이 아프니까 ‘아, 마음이라는 것이 여기 있구나.’하고 생각했어요. 그 마음을 잘 돌보고 치료하기 위해 심리학을 공부하게 되었고 그걸 자연스럽게 그림일기로 녹이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은 광운대학교에서 코칭 심리 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심리 코칭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번아웃 증후군은 어떤 것인가요?

번아웃 증후군은 한 가지 일에 과도하게 몰두하던 중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피로를 느끼고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쉽게 휴대폰으로 비유할 수 있는데요, 배터리가 거의 없을 때 절전 모드로 전환하면 속도도 느려지고 밝기도 어두워집니다. 일상에서도 에너지가 떨어지면 업무 처리 속도도 느려지고 감정적 반응도 느려질 수 있습니다. 이건 ‘피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다시 충전을 하면 배터리가 충전되는 것처럼 에너지도 다시 회복됩니다. 하지만 번아웃 증후군은 아예 배터리가 타버린 상태입니다. 충전기를 꽂아도 충전이 되지 않는 것이죠.

번아웃 증상의 가장 대표적인 세 가지는 감정 및 신체적 탈진, 냉소, 효능감 저하입니다. 신체적인 피로도도 높지만 감정적으로도 소진된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몰두하던 일에 대해서 냉소적인 반응을 느끼게 되는데요. ‘이렇게 일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지? 무슨 의미가 있어.’ 라는 생각이 들면서 효능감까지 떨어지는 악순환의 사이클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 증상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한번 시작되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죠.
번아웃 증후군의 초기 증상이 느껴질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도 번아웃을 자주 겪는 ‘프로 번아웃러’였어요. 번아웃 증후군이 무서운 이유는 한 번 빠지고 나면 계속 경험하게 된다는 것인데요, 어느 날부터 극도의 무기력함을 느낀 것을 시작으로 저도 번아웃의 사이클에 빠졌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싫어하는 일을 계속 해야 해서 번아웃 증상이 온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찾아오는 번아웃 증상이 더 무서워요. 하기 싫은 일은 억지로라도 쉬는 시간을 만들지만 좋아하는 일에는 더 큰 열정을 쏟기 마련이고 쉬는 시간 없이 일에 열중하게 되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면 간단한 일도 하기 싫어지고 무기력에 빠지게 됩니다. 저는 직장인 분들을 만나서 번아웃 증후군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출근길에 경미한 교통사고로 세 달 정도 입원해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를 번아웃 증후군을 의심해보라고 말해요.
번아웃 증후군이 의심된다면 ‘휴식’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 것을 추천합니다. 쉬는 것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쉬는 시간을 제대로 확보해야 해요. 전환시켜서 삶에서 쉬고, 노는 와중에 잠깐 일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바꾸는 것도 좋습니다. 휴식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스스로 한번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파악해서 집중하고, 일을 멈추는 퇴근의 마지노선을 만들어 그 시간이 되면 일어서는 것도 중요합니다. 해야 하는 일에 맞춰서 11시, 12시까지 무작정 일하는 대신 정해진 시간까지만 업무에 집중하고 그 이후에는 휴식에 초점을 맞춰 일상을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번아웃이 찾아오기 쉬운 경우가 완벽주의를 가진 분들이 많아요. 자기 기준이 높고, 비난도 많이 하시는 편이라면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번아웃 증후군을 치료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번아웃 증후군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심될 때 치료받는 것’이에요. 이가 아파서 밤에 잠도 못 들 때 치과에 가면 치과 의사가 ‘왜 이제서야 오셨어요?’ 라고 하잖아요. 번아웃 자가진단을 검색해서 스스로 자가진단을 해봤을 때 의심된다면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번아웃 증후군을 벗어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개인의 역량을 증진시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심리학적으로 도움을 주는 심리학의 한 분야인 심리 코칭도 번아웃 증후군에서 벗어나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번아웃 증후군의 여부를 판단하고 치료를 위한 개선점을 제안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리 상담과 심리 코칭은 비유하자면, 물리 치료와 PT라고 할 수 있어요. 당장 아픈 곳이 있어서 급히 치료가 필요한 정도라면 심리 상담을 받아야 하는 것이고 스스로 약한 부분들을 잘 관리하고 키워 가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심리 코칭이 필요하죠. 만약 번아웃 증후군 때문에 일상을 수행하는 기능이 많이 손상되었다면 심리상담을, 아직 일상에 무리가 없다면 심리 코칭을 추천 드립니다.
우선 나에게 상담이나 코칭 중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해 보시고, 집 근처에 검증된 전문가를 찾는 것을 가장 추천해요. 너무 먼 곳을 다니려면 더 에너지를 뺏길 수 있으니까요. 이 때 센터에 신뢰할 만한 자격증들이 있는지, 수련 기간이 어느정도 인지 등을 확인해 보시고 선택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알아차림’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어떤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지 순간순간 잘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행복에 대해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부분은 ‘행복은 변하지 않는 어떤 것에서 온다.’고 생각하시는 것입니다. 어떤 것에 행복을 느꼈다면 쭉 거기서 행복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계속 바뀝니다. 어떤 날에는 커피를 마셔서 행복한데 어떤 날에는 레모네이드를 마셔서 행복할 수 있습니다. 또 어떤 날에는 따뜻한 커피 잔을 잡고만 있어도 행복할 수 있고 어떨 때에는 얼음이 가득한 커피로 행복해질 수도 있죠.
내 마음 속에 계속 바뀌는 상황들을 바로 알아차리고 그때마다 적절하게 충족시켜주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물어봐 주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 같아요. “오늘은 무얼 하고 싶어?” “오늘은 어떤 것을 해야 즐거울까?” 하고 다정하게 물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서늘한 여름밤으로 9년 간 세상과 만나 온 이서현 님은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대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힘듦을 경험하면서도, 이정도 힘든 것에 아프다고 말해도 되는지, 나 혼자 유난 떠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며 자신의 아픔을 말하는 것을 주저합니다. 하지만 내 손에 박힌 가시 하나가 내 마음을 다치게 할 수 있으니 소중히 자신을 돌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서현님은 자신을 소중하게 대하는 하나의 팁으로 자기 자신의 고민을 친구의 고민처럼 조언하라고 덧붙였습니다. 친구가 힘들다고 말할 때 “나약하다, 한심하다.”고 비난하지 않듯이, 자신에게도 좀 더 너그럽게 다정히 조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오늘은 내 마음의 소리에 집중해서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일을 하나 해보면 어떨까요? 여러분의 에너지가 은은하게 오래도록 일상을 밝힐 수 있기를, Media SK도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