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창한 초록으로 뒤덮였던 나무는 어느덧 울긋불긋한 색으로 물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억새의 금빛 물결과 무르익어가는 열매까지 눈이 행복한 가을이 다가온 요즘입니다.
선선한 바람 한 줄기에 그리운 사람들이 떠오르는 이 오묘한 계절은 우리에게 그윽한 낭만을 선사해 주기도 하죠. 단풍색과 하늘빛이 우리 마음을 두드리는 지금, 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혼자만의 사색에 잠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황금빛 햇살 아래 수북한 낙엽 카펫을 거닐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촉촉한 감성에 젖어 들지도 모릅니다.
“모든 잎이 꽃이 되는 가을은 두 번째 봄이다.”
알베르 카뮈 (Albert Camus)

꼬물꼬물 땅속에서 생명이 태동하는 봄은 찬란하고 희망적인 계절입니다. 겨울잠 자던 모든 것이 기지개를 켜며 한 해의 삶을 시작하죠. 반면 점점 차가워지는 바람 속에서 잎을 떨구는 가을은 어쩐지 아쉽고 쓸쓸한 느낌이 드는데요. 그런 마음을 아는지 가을은 눈 닿는 곳마다 아름다운 색들을 걸어 놓습니다.
소설 <이방인>의 작가 알베르 카뮈는 가을을 ‘두 번째 봄’이라고 표현했는데요. 꽃 피는 봄과 뜨거운 여름을 지나 마주한 이 계절은 꽃만큼 아름다운 잎으로 우리의 헛헛한 마음을 채워준다는 의미를 담았죠.
짧아서 아쉬운 시절, 두 번째 봄을 찾아 가까운 곳으로 훌쩍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울긋불긋 고운 빛깔의 단풍을 바라보며 행복과 감사로 마음을 물들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가을은 자연의 계절이기보다는 영혼의 계절임을 나는 알았다.”
프리드리히 니체 (Friedrich Wilhelm Nietzsche)

하늘과 나무, 바람이 변하는 가을은 우리를 절로 사유하게 합니다. 연둣빛 새순으로 시작한 한 해가 갈색 낙엽으로 저물어 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련해지기도 하고, 삶의 의미를 생각하며 고독해지기도 하는데요.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이러한 모습을 보며 “가을은 영혼의 계절”이라고 말했던 것 같습니다. 짙고 청명한 가을이야말로 내면을 깊숙이 파고들기 좋은 계절이자 지친 영혼을 휴식과 사색으로 돌보기에 적절한 시간이기 때문이지요.
이 가을, 고요히 내면의 목소리를 들으며 감성을 채워보세요. 그리운 이에게 편지 쓰기, 가슴을 울리는 시 한 편 읽기, 지난 계절들을 떠올리며 호젓하게 산책하기. 익어가는 가을처럼 진하고 향기로운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넘길 달력이 몇 장 남지 않은 요즘입니다. 속절없이 지나가는 시간이 아쉽고 쓸쓸하다면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짙어진 가을 정취를 마음껏 느껴보세요. 고개를 들면 저만치 높아진 하늘이, 문밖을 나서면 시선을 빼앗는 색색의 나무들이 진정한 아름다움을 일러줄 것입니다. 단풍잎 한 장에는 지난 봄과 여름의 시간이, 잘 여문 열매 속에는 세찬 비와 뜨거운 햇빛이 들어 있습니다. 아름다운 찰나의 계절, 가을이 곳곳에 놓아둔 삶의 의미를 음미하며 충만하고 행복한 시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