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 긍씨가 알려주는 건강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방법


깊고 단단하게 뿌리내린 나무는 비바람이 몰아쳐도 굳건히 서 있을 수 있습니다. 건강한 마음은 삶을 지탱해 주는 뿌리와도 같습니다. 불안과 걱정 대신, 자신에 대한 믿음과 긍정적인 생각으로 삶을 채워 나간다면 뜻하지 않은 어려운 상황을 맞닥뜨려도 꿋꿋이 견딜 수 있죠.

SNS에서 일상툰을 연재하고 있는 웹툰 작가 긍씨는 아버지의 루게릭 투병과 본인의 갑상선암 수술을 비롯해 인생의 크고 작은 풍파를 녹여낸 에피소드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데요.

인생에서 고비를 마주할 때마다 했던 사유들과 시행착오는 어느덧 켜켜이 쌓여, 비슷한 아픔을 겪는 이들의 멘토가 되어줄 만큼 긍씨를 건강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평범해서 특별한, 글림일기(글+그림)’를 그리는 웹툰 작가 긍씨를 Media SK가 만났습니다.



SNS에서 일상툰 연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고등학교 때부터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졸업 후에도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진로를 선회해 지금은 미술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죠. 서른 살이 되던 해에, 갑자기 슬럼프가 크게 찾아왔어요. 인생에 대한 이런저런 고민이 들었죠. 전공을 살려 ‘내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던 때, 마침 SNS에서 웹툰을 연재하는 게 하나의 장르로 떠오르더라고요. 저도 취미 삼아 시작하게 되었죠.

1년 안에 독자가 천 명 정도 되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석 달쯤 되었을 때 팔로워 만 명을달성했어요. 행복하면서도 덜컥 겁이 났죠. 아마 직업인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게 된 것은 이때부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웹툰은 아버지의 루게릭 투병기인 <평범해서 특별한, 나의 별씨>로 시작했는데요. 지금은 범주를 조금 넓혀 일상 에피소드를 제 나름대로 해석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평범해서 특별한, 긍씨의 글림일기(https://www.instagram.com/studio.bluemay)






많은 소재 중에 아버지의 루게릭병 투병기로 웹툰을 시작한 이유가 있을까요?


저희 아버지(별씨)는 루게릭병을 진단받고 꽤 오래 투병 생활을 해 오셨습니다. 연재를 시작할 당시에는 이미 아버지의 투병이 일상이 되었을 때였죠. 제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시간이 지나면 역경을 헤쳐 나가는 우리 가족의 시간, 감정들이 희미해질 것 같더라고요. 언제 꺼내 보아도 그때의 감정을 떠올릴 수 있도록 기억이 더 흐려지기 전에 기록하자, 그런 마음으로 웹툰을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께서도 제가 전공하고 좋아했던 일을 취미로라도 다시 시작한다는 것에 굉장히 기뻐하셨어요.

처음에는 개인적인 가정사를 올렸을 뿐인데 너무나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셔서 조금 많이 놀랐는데,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죠. 다들 수면 위로 꺼내지 않을 뿐이지 사실은 아픈 사람이 이렇게나 많았구나 싶었어요. 무탈한 삶을 당연한 것처럼 여겨왔던 제 생각이 얼마나 협소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아픈 게 아니어도 사랑하는 가족의 투병으로 고통받는 분들이 제 만화에 공감을 많이 해주셨어요. 다들 각자의 슬픔을 끌어안고 산다는 것이 제게도 새로운 발견이었던 것 같아요. 독자분들이 제 만화로 위로받았듯 저도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독자님들로 인해 정말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평범해서 특별한, 긍씨의 글림일기(https://www.instagram.com/studio.bluemay)


거창하게 ‘이런 역경을 이겨냈습니다.’라고 말하려던 것이 아니라, 비슷한 고통을 겪었던 저도 지금은 평범하게 일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살고 있다는 예시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암 수술이나 교내 따돌림과 같은 제 과거 이야기를 다루게 되었죠. 특별한 목적이 있었다기보다는 그냥 자연스럽게 저의 과거를 흘러가듯 이야기했는데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독자분들이 많이 연락을 주셨어요. 제 웹툰을 통해 많은 위로를 받으셨다는 연락은 제게 더 큰 위로와 응원으로 들리더라고요.

겪고 싶지 않은 일을 겪어도 충분히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고, 그 자체로 모두의 삶이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잘 전달이 된 것 같습니다.



우리 인생에는 종종 뜻하지 않은 고통이 따릅니다. 어떻게 해야 그런 시기를 잘 넘길 수 있을까요?



아버지가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참 길고 괴로웠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부모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결국 일어난 일인데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거냐고요. 나쁜 감정이든 좋은 감정이든 닥쳐오는 일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때 성장한다는 이야기를 어릴 때부터 많이 들으며 자랐어요. 예전에는 이해되지 않았는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이제는 그런 말들이 등대처럼 든든하게 저를 비춰 주는 것 같아요.

내 인생에 나쁜 일이 왔을 때 그 일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더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그저 못난 사람에 머물 수도 있어요. 그 상황에서 최대한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욕심이 삶의 고비를 버티게 해 주죠.




불안, 두려움, 외로움과 같은 감정들은 살면서 항상 마주하게 되는 감정들인데요. 건강한 마음을 유지하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나요?


아버지의 투병이 시작되면서 저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두려움에 사로잡혔었습니다. ‘아빠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에서 극단적으로는 ‘나도 저런 병에 걸리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까지 가게 되었어요. 부정적인 생각이 너무 진하고 넓어지니 무탈히 현실을 살아가기가 힘들었습니다. 이제는 부정적인 감정이 오래 지속될 것 같으면 의식적으로 그 감정에 집중하거나 깊게 들여다보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지금의 감정을 소중히 여기되 그것과는 별개로 일상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추려고 애써보는 것이죠.

걱정을 굳이 미래에서 가불해 오지 말자는 것이 제 신조가 되었어요.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극복해 보자 다짐하면서 걱정이나 두려움을 떨쳐내려고 하는 편입니다. 또 주어진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인생의 사소한 행복도 더 잘 포착하게 되는 것 같아요.



웹툰을 시작하신 지 만 3년이 되었는데요. 3년 동안 작가님께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2020년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결심했을 때는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좁았고, 약간의 피해 의식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불치병이 있는 가족을 둔, 흔히 말하는 마이너에 속한다고 스스로 생각했고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쳐 있었죠. 그런데 오히려 만화를 그리는 동안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더 너그러운 시선을 갖게 되었습니다.

작업적으로는 아버지의 투병기를 담은 <평범해서 특별한, 나의 별씨>로 시작해 이제는 저라는 사람을 더 보여주는 <평범해서 특별한, 긍씨의 글림일기>로 콘텐츠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을 변화로 들 수 있겠네요. 앞으로도 저는 우리 모두가 대단히 화려하거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삶을 사는 건 아니지만 오히려 평범하기 때문에 아름답고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웹툰을 통해 계속 전하고 싶어요.





“역설적이게도 확신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더 최선을 다해 내게 주어진 나날을 꾸려가게 독려합니다.
미래는 예측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내가 살아내는 이 현재는
언젠가 나를 만드는 과거가 될 것이고 성실하게 아름답게 쌓아 올린 과거는
다시 다가오는 현재와 미래를 마주 볼 수 있는 유일한 힘이 되어주니까요.”

긍씨, <확신 없는 하루하루> 중 발췌



삶의 난도가 높은 구간을 지날 때조차 성숙의 시간으로 여기며 아름다운 흔적을 남기려 노력하는 웹툰 작가 긍씨의 선한 영향력이 어디까지 닿을지 자못 궁금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시련은 누구에게나 어떤 이유도 없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그 시련 앞에서 주저앉을 것인지 아니면 시련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것인지는 각자의 선택이겠지요. 우리 모두 인생의 오르막길 앞에서 주저앉기보다는 힘들더라도 뚜벅뚜벅 앞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비바람 속에서 근사하게 여문 열매처럼, 힘든 시간이 지나고 나면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있기를 Media SK가 묵묵히 응원하겠습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더보기
밴드 url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