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대한민국이지만, 우리나라의 에너지 독립을 꿈꾸며 자원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기업이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의 자원개발 자회사인 SK어스온*입니다.
(*)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은 자원 개발(E&P) 사업을 물적 분할해 ‘SK 어스온(SK earthon)’을 출범시켰다.
지난 9월, SK어스온은 남중국해 북동부 해상 17/03 광구에서 독자적으로 원유 생산을 시작해 업계에 놀라움을 안겼습니다. 석유 개발 관련된 사업 기반이 전무했던 시절부터, 해외 자원 개발 연구를 지속해온 SK이노베이션. 40년간의 다양한 시행착오와 성공 경험을 통해 사업 역량을 키워, 마침내 자원 개발 자회사인 SK어스온을 통해 그 결실을 이루어 냈습니다. 전 과정 자체 기술력으로 ‘무자원 산유국’ 타이틀을 만들어낸 SK가 석유 개발을 위해 달려온 길을 함께 따라가 보겠습니다.
SK이노베이션과 석유 개발(E&P) 사업

SK이노베이션은 민간 기업 최초로 ‘석유 개발(E&P)사업’을 적극 추진하며 국내 정유 업계를 이끌어 왔습니다. 석유 개발(E&P)이란 지하에 부존하고 있는 원유나 천연가스 등을 탐사(Exploration)한 후 원유를 생산(Production)하는 사업을 말하는데요. 석유산업 수직계열상 최상류 부문(Upstream)에 해당하는 영역입니다
석유 개발(E&P) 사업의 특성 중 첫째는 ‘하이리스크-하이리턴(High Risk- High Return)사업이라는 것입니다. 투입 비용을 상쇄할 만큼의 자원을 발견할 확률이 희박한데다, 사업 기간이 굉장히 길고 번복하기 어렵다는 부담이 있지만 성공적으로 개발하면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죠. 또, 탐사 권리를 확보하는 것부터 출발해 본격적인 탐사, 개발, 생산 과정까지 굉장히 정밀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기 때문에 지질, 지구 물리, 석유 공학, 재무, 회계, 법률 등에 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야 접근이 쉬운데요. 전문 지식과 현지 협조, 다양한 노하우를 얻기 위해 여러 기업 및 지역과의 협업으로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석유 개발과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바로 ‘LNG 사업’입니다. 천연가스를 -162℃의 상태에서 냉각해 액화시킨 LNG는 부피가 1/600로 획기적으로 줄어 수송이 쉽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페루와 예멘에서 각각의 다국적 기업과의 협업하며 LNG사업도 전개하고 있습니다.
석유 개발(E&P)사업은 기업의 이익 외에도 다양한 효과를 불러일으키는데요. SK이노베이션은 안정적 생산과 원가 절감을 통해 사업 전반의 역량을 제고할 뿐 아니라 현지 경제 활성화를 통해 상생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원유 생산국이 되기까지!
자원도 기술력도 빈약하던 시절, SK이노베이션은 어떻게 에너지 독립이라는 큰 포부를 가지게 되었을까요? 시작은 1970년대에 직면한 두 차례의 석유 파동이었습니다. 이는 석유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대한민국 경제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는데요. 석유 파동으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SK이노베이션(당시 유공)은 ‘무자원 산유국’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에너지 독립을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에너지 독립을 향한 길은 평탄치 않았습니다.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이 이미 깃발을 꽂은 석유 개발 시장에서 기술력과 전문 지식이 부족했던 SK이노베이션의 도전은 다소 무모해 보이기까지 했죠. 1983년 미국 코노코(Conoco)사와 함께 인도네시아 카리문 광구 개발에 막대한 투자비를 들이며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원유 한 방울도 캐지 못하고 광구 개발권을 반납하고 말았습니다. 이어 미국 옥스코(OXCO)사와 함께한 아프리카 모리타니아 광구 개발에서도 쓴 실패를 반복했죠.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불굴의 의지로 석유 개발 사업을 계속해 나갔습니다. 끝없는 노크 끝에 드디어 문이 열리기 시작했는데요. 바로 1984년 북예멘 마리브 광구에서 유징(원유 존재 징후)을 발견하고, 40개월이라는 역사상 최단기간 내에 원유를 생산해낸 것입니다.
첫 성공 이후에도 SK이노베이션의 석유 개발을 향한 도전은 계속되었습니다. 1989년부터 4년간 미얀마에 5,600만 달러 가량을 투자하며 원유 탐사에 나섰지만 다시 한번 뼈아픈 실패를 맛보아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석유 개발을 포기하지 않은 SK이노베이션은 사업을 계속해 나갔는데요. 1996년 페루 8광구에서 원유 상업 생산에 성공하게 되었고, 이어 베트남 15-1 광구에서 상업 생산까지 성공하며 본격적으로 에너지 독립을 향한 닻을 올렸습니다.
실패와 성공의 여정을 통해 점차 성장해 나간 SK이노베이션의 석유 개발(E&P) 사업은 나날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베트남부터 콜롬비아, 페루 LNG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국내 민간 자원 개발 계약 중 전무후무한 사례로 손꼽히는 2011년 브라질 광구 매각을 성공리에 마쳤죠. ‘무자원 산유국’을 향한 SK이노베이션의 집념은 마침내 석유 개발의 본토인 미국까지 가 닿았는데요. 2014년 텍사스와 오클라호마 지역의 생산광구 두 곳을 인수하며 아메리칸드림을 실현한 것이죠. 글로벌 석유 개발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기회의 땅 미국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석유 개발을 향한 SK이노베이션의 발자취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에너지 독립의 가능성을 열며, 대한민국에 ‘석유 생산국’이란 타이틀을 가져다준 SK이노베이션. 유전 개발에 성공한 국내 첫 민간 기업인 SK이노베이션은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시대적 변화를 거듭하며 ‘혁신’을 지속해 왔는데요.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 우뚝 서기까지 SK이노베이션의 역사를 시대순으로 알아보겠습니다.

1962년 10월, SK이노베이션은 ‘대한석유공사’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습니다. 한국전쟁 직후 아무런 기반이 없던 대한민국이 산업화를 시작하던 당시, 최초의 정유 시설인 ‘제1상압 증류 시설’을 가동하며 처음으로 석유제품을 자체 생산하였고 석유 화학 공업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죠.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던 1970년대에는 석유화학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에틸렌을 생산하는 나프타분해센터를 국내 최초로 가동했는데요. 이는 현대 산업의 꽃으로 여겨지는 석유화학공업을 향한 첫 발돋움이었습니다.

1980년대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따라 대한석유공사 경영권을 인수한 SK이노베이션(당시 선경)은 상호를 ‘유공’으로 변경하고 ‘무자원 산유국’을 향한 행보를 시작해 나갔습니다. 국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이 필요했기 때문인데요. 계속해서 석유 개발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간 SK이노베이션은 결국 북예멘 마리브 광구에서 유전개발 성공이라는 쾌거를 이루게 되었죠.

1990년대 울산 Complex에 폴리에틸렌(PE) 공장, 파라자일렌(PX) 공장 등 새 공장 9개가 들어서며 ‘석유개발-원유정제-화학제품 생산’으로 이어지는,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가 완성되었습니다.
2000년대는 본격적인 해외 진출로 기업가치를 고도화 시켰습니다. 에너지와 화학 사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진출을 감행한 것인데요. 인도네시아 윤활기유 공장과 페루 LNG 공장, 석유 찌꺼기로 휘발유를 만들 수 있는 울산 제2차 중질유 분해시설(RFCC) 등에 과감히 투자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세계 각국의 광구 개발과 LNG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진행했고, 특히 2014년 미국 석유의 본진 텍사스와 오클라호마 지역에 생산 광구를 인수하면서 아메리칸드림을 실현했죠. 2018년 남중국해 원유 탐사부터 2019년 베트남 탐사 광구 탐사, 2020년 베트남 16-2 해상광구 운영권 인수, 작년 말레이시아 광구 낙찰까지 영역을 넓히며 자원 개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SK어스온, 남중국해 해상 광구에서 독자적 원유 생산 스타트
이러한 흐름 속에서 SK이노베이션은 국내 민간 기업으로는 자원 개발에 처음 뛰어든 후 40년 만에 그 결실을 거뒀는데요. SK이노베이션의 자원 개발 자회사 SK어스온이 지난 9월부터 남중국해 해상 광구에서 원유 생산을 시작하며 해외 자원 개발의 새 지평을 연 것입니다.

남중국해 북동부 해상에 위치한 17/03 광구의 규모는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해당하는데요. 일일 생산량은 석유 생산 정점(Peak Production) 기준 최대 약 2만 9,500배럴로, 국내 일일 석유 소비량의 1%를 넘어서는 수치입니다.
SK어스온은 2015년 중국 국영 석유회사인 CNOOC(중국해양석유집단유한공사)와 계약을 체결한 후, 국내 민간 기업 최초로 남중국해 해상 광구의 독자적인 광구 운영권을 확보했는데요. 지질조사, 물리탐사 등 3년간의 기초탐사 단계를 거쳐 원유를 발견해냈고, 본격적인 생산을 위한 유전평가, 생산시설 설립 등의 개발 작업을 거쳐 8년 만에 원유를 뽑아내게 되었습니다. 이번 남중국해 광구 원유 생산은 독자 탐사 사업으로 원유 발견부터 개발, 생산까지 해낸 최초 사례라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죠.

이번 원유 생산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SK어스온의 노력인데요. 설계 시점부터 생산시설에 발전기 배기가스 폐열 재활용, 설비 전동화 등을 활용하고, LNG 연료 추진 선박과 신재생에너지의 도입을 검토하며 탄소 저감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SK어스온은 석유개발사업과 그린(Green) 사업을 두 축으로 성장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그린 사업 분야에서는 오랜 석유 개발 사업으로 체득한 탐사 기술을 통해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arbon Capture and Storage, CCS) 사업을 적극 펼치고 있으며, 저장소 발굴에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이번 17/03 광구를 포함해 8개 국가에서 10개 광구와 4개 LNG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SK어스온. 10개 광구에서 생산되는 원유만 해도 하루 5만 2,000배럴에 달하는데요. 원유 개발이라는 원대한 꿈을 이루면서도 동시에 환경적 책임에도 소홀하지 않은 SK어스온의 도전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반세기 전에는 그 누구도 대한민국을 석유 생산국으로 떠올릴 수 없었듯, 오늘의 발걸음이 또 10년, 20년 후에 어떤 놀라운 미래를 보여줄지 궁금해지는데요. SK는 지금껏 그래왔듯 에너지 경쟁력과 상생의 가치를 향해 멈추지 않고 달려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