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소환하는 마법 같은 목소리, 노래하는 성우 이용신


“다신 울지 않을래~ 모진 시련 속에도~♪”

2004년에 방영된 애니메이션 <달빛천사>의 주제곡으로 방영 당시 어린이 친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이 노래는 15년 후, 한 대학 축제 무대로 다시 소환되었습니다. MZ 세대의 어린 시절 향수를 자극하며 레전드로 남은 무대의 영상은 조회수 100만을 넘기며 온라인 상에서 큰 화제가 되었죠.

이 놀랄 만한 레트로 열풍의 주인공은 바로 ‘노래하는 성우’로 널리 알려진 이용신 성우인데요. 대한민국 최초 성우 출신 가수로도 잘 알려진 이용신 성우는 <달빛천사>, <명탐정 코난>, <캐릭캐릭 체인지>등 다수의 애니메이션에 출연해 수많은 어른이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선물했는데요. 행복한 추억 여행으로 떠나는 시간, Media SK 행복인터뷰에서 이용신 성우를 만났습니다.



성우가 되기까지 버릴 것 하나 없는 시간


애니메이션 <달빛천사>로 오랫동안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용신 성우. 어릴 적 녹음기에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에 매력을 느끼고, ‘목소리로 일하는 직업’을 막연히 꿈꾸었다고 하는데요. 이후 다양한 직업을 거치며 자신의 목소리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도전한 그녀는 지난한 탐색의 과정 끝에 만난 ‘성우’라는 천직을 만났습니다.



“성우가 되기 전 가수 오디션, 뮤지컬 오디션을 봤지만 줄줄이 떨어졌어요. 개성이 없다거나 뮤지컬 발성이 아니라는 피드백을 받고 좌절하기도 했죠. 그래도 꿋꿋이 제 목소리의 가능성을 가늠하며 CM송 가수, 리포터, 쇼호스트 등 많은 직업을 거쳤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투니버스 성우 공채 시험을 보게 되었고, 운 좋게 합격했죠. 당시 투니버스가 노래에 능한 성우를 찾고 있었는데 CM송 가창 경력과 전국 보이스 탤런트 선발대회 수상 이력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처음부터 성우를 준비한 건 아니었지만, 돌아보니 이 모든 것들이 자기 객관화의 과정이었다고 이용신 성우는 말합니다. 녹음실에서 노래하고, 멘트를 읽고, 생방송을 진행하던 경험들이 성우 시험 과정 중 하나인 현장 녹음을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죠. 성우 이전에 보냈던 시간들은 하나도 버릴 것 없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목소리와 노래로 방송국에 입사했지만 연기에 기본기가 없었던 이용신 성우는 좌절의 시간을 겪고, 몇 년씩 성우 훈련을 해온 동료와 선배들에 비해 부족한 부분을 메꾸기 위하여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더빙에 들어가기 전에 시사*라는 것을 하는데, 그걸 틀리지 않으려고 엄청나게 연습했어요. 일본 성우의 음성을 이어폰으로 들으면서 거기에 맞춰 대사를 달달 외울 정도였죠. 당시 대중교통을 타고 다녔는데 출퇴근길에 혼자 중얼중얼하는 제 모습이 지금 생각하면 꽤 이상하게 보였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제가 연기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그렇게 연습하면서 자신감을 채워갔습니다.”

(*) 시사: 캐릭터의 입 모양과 대사를 맞추는 작업



추억을 먹고 자란 캐릭터의 힘


이용신 성우가 치열한 노력으로 쌓아온 신뢰는 성우 2년 차였던 2004년에 마주한 기회에서 빛을 발합니다. 당시 90년 대생 어린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애니메이션 <달빛천사>의 주인공 역을 제안받은 것이죠.  

<달빛천사>는 가수의 꿈을 가졌지만 성대 종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12살 소녀 ‘루나’가 마법의 힘으로 16살의 건강한 몸으로 변신해 가수 ‘풀문’으로 데뷔하는 이야기인데요. 노래를 주제로 한 스토리인만큼 그간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노래하는 성우’로 자리 잡은 이용신 님에게 기회가 주어진 것입니다. 짧은 경력에 장편 애니메이션 주연을 맡는 것은 당시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는데요. <달빛천사>의 주인공을 맡은 이용신 님은 ‘루나’와 ‘풀문’을 통해 명연기를 펼친 것은 물론 주제곡 6곡을 모두 노래하며 성우로서 새로운 궤도에 올랐습니다.




“2004년에 시청 광장에서 진행된 ‘투니버스 데이’에서 주제곡을 부르게 되었어요. 전주가 시작되고 무대에 섰는데 광장에 모인 수많은 분들이 큰 소리로 제 노래를 따라 부르고 계신 거예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어린이 친구들이 가사를 외워서 부르는 모습에 전율이 일기도 하고 너무 감동적인 순간이었죠. 시청률이 높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지금처럼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어렵던 시절이라 그제야 인기를 체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 그 어린이 친구들은 15년 후 이용신 성우를 다시 한번 전율의 무대로 초대했습니다. 2019년 이화여대 축제 초대 가수 투표에서 <달빛천사>의 이용신 성우가 1위를 차지하며 무대에 오르게 된 것인데요. 무대 위 이용신 성우를 촬영한 직캠은 MZ 세대 사이에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풀문’의 노래를 들으며 울고 웃던 아이들이 어느새 대학생이 되고 직장인이 되어 어린 시절의 추억을 서로 공유한 것이죠.




“사실, 처음 섭외 연락을 받았을 땐 거절하려고 했습니다. 세월이 많이 흐르기도 했고, 과연 잘 부를 수 있을까 싶은 걱정도 많았죠. 그런데 막상 무대에 올라가니 관객들이 울음바다인 거예요. 울면서도 다 같이 따라 부르고, 저도 울고. 그때 깨달았습니다. <달빛천사>가 어마어마한 작품이었구나.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가진 힘, 목소리가 가진 힘, 거기에 더해 그 캐릭터가 노래를 불렀을 때 가지는 파급력. 그런 것들을 몸소 느낄 수 있었던 너무나 귀중한 순간이었어요.”


하고 싶은 것을 지속할 때 열리는 새로운 기회들


대학 축제 무대에 올랐던 2019년, 이용신 성우는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단독 성우 콘서트를 개최했습니다. 이에 멈추지 않고 프로 성우를 위한 온라인 보이스 플랫폼 론칭부터 온라인 클래스 개설, 유튜브 운영까지 지금은 ‘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수식어와 함께 끊임없는 도전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사실, 처음 섭외 연락을 받았을 땐 거절하려고 했습니다. 세월이 많이 흐르기도 했고, 과연 잘 부를 수 있을까 싶은 걱정도 많았죠. 그런데 막상 무대에 올라가니 관객들이 울음바다인 거예요. 울면서도 다 같이 따라 부르고, 저도 울고. 그때 깨달았습니다. <달빛천사>가 어마어마한 작품이었구나.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가진 힘, 목소리가 가진 힘, 거기에 더해 그 캐릭터가 노래를 불렀을 때 가지는 파급력. 그런 것들을 몸소 느낄 수 있었던 너무나 귀중한 순간이었어요.”




“성우는 누군가가 불러줘야 하는 직업이에요. 그렇다고 일이 없는 동안 계속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잖아요. ‘내가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야겠다’하는 마음으로 팟캐스트와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유튜브를 하다 보니 클래스 오픈이나 강연 섭외, 프로젝트 섭외 등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졌죠. 남이 시키는 것 말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직접 하자는 생각으로 출발했던 것이 많은 기회를 열어주었답니다.”

성우라는 직업의 가장 큰 한계라고 여겼던 수동성을 벗어나 마침내 하고 싶은 일을 향하여 내디딘 발걸음은 또 다른 세계를 열어주었습니다. 도전 의식이 특별히 많았다기보다는 그때그때 용기를 잘 낸 것 같다고 말하는 이용신 성우의 말에서 우연을 운명으로 만든 영민함이 엿보였습니다. 내년이면 성우 20년 차를 맞이하는 이용신 님은 그간의 성우 생활을 돌아보며 ‘전반전 끝, 후반전 시작’이라고 말합니다. 성우라는 직업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돌아보며 삶의 방향을 바꿔 나가고 있는 것이죠.


용신TVㅣVoice Be Ambitious 유튜브 채널 영상(https://www.youtube.com/@yongshintv)


“예전에는 목소리라는 재능으로 뭔가를 이뤄야겠다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살았다면, 이제는 이 재능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습니다. 그래서 어린이 도서관이나 멀리 있는 곳에서 열리는 북토크에도 종종 참여해요. 어린 친구들과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너무 좋더라고요. <달빛천사>를 만난 것도, 저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목표가 되어 있다는 것도 너무 감사한 일이죠.”

몸이 나이 들어가듯 목소리도 시간과 함께 조금씩 변하기 때문에 그러한 변화를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자식처럼 소중한 캐릭터를 추억 속에 잘 넣어두는 것도 성우의 몫이라고 하는데요. 이용신 님은 그간 사랑 받아 온 <달빛천사>에 대해 인생을 빛내준 고마운 캐릭터로 추억하면서도 앞으로의 성우 생활에 대해서는 또 다른 설렘과 기대로 눈을 빛냈습니다.



“<달빛천사>덕분에 성우 단독 콘서트도 열고 녹음실 밖에서 진짜 가수가 될 수 있었어요. 공연 마지막에 앵콜을 받을 때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메들리로 엮어 다 같이 불렀는데 관객도 울고 저도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의 목소리가 누군가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는 감동. 제 성우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인 것 같아요. 그동안 상상도 못한 멋진 일들을 만났던 것처럼 또 어떤 길이 제 앞에 펼쳐질지 기대가 되기도 하고요. 성우로서 제 앞날을 생각하면 너무 설레요. 기회는 우연을 가장해서 누구에게나 온다고 하는데요.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뭐라도 도전해 봐야 기회를 만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어요.”




그때 그 시절의 맛과 향기, 노래… 이렇게 추억은 아주 작은 것들로부터 되살아나곤 합니다. 특히 유년 시절의 감수성을 채워주었던 애니메이션과 그 주제곡은 한순간에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놀라운 능력이 있죠. <달빛천사> 속 이용신 성우의 목소리는 추억을 소환하는 마법 지팡이가 되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게 만들어 주는데요.

끝없는 도전을 펼치며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용신 성우의 목소리가 더 많은 곳에서 들려오기를 바라며 Media SK도 응원의 마음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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