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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스토리] 미끄러지는 서로의 손을 잡아주는 것
겨울이라고 따듯한 아랫목에 앉아 TV만 보는 것 같아서 지난 주말 모처럼 시내로 바깥출입을 했습니다. 너무 웅크리고만 있었는지 몸이 뻐근해진 느낌에 운동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시내를 걷다가 시청광장에 펼쳐진 스케이트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리듬을 타듯 능숙하게 스케이트를 즐기는 사람도 있었지만 엉거주춤한 자세로 미끄러지고 손잡아주는 연인 한 쌍도 눈에 띄었습니다. 스케이트 실력은 서툴지만 그러거나 […]
2019/01/21 -
[행복스토리] 함께 사는 법
이맘때가 되면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가 바로 빨간 자선냄비입니다. 어제도 퇴근길에 낯익은 종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자선냄비 종소리였습니다. 잠시 후 한 꼬마아이가 자선냄비쪽으로 뒤뚱거리며 다가옵니다. 이내 고사리 같은 손으로 고이 접은 천원 한 장을 냄비로 집어넣더군요.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은 아이에게 뭐라 다정하게 이야기하며 아이가 수월하게 돈을 집어넣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 풍경을 […]
2018/12/24 -
[행복스토리] 첫 눈이 지나간 거리의 가로수
출근길 늘 만나는 슈퍼마켓 아저씨가 낙엽을 부지런히 쓸고 있습니다. 노란 잎으로 풍성하던 가을 은행나무도 가지만 남았습니다. 어쩌면 내일부터 사장님이 낙엽 쓰는 수고를 하지 않겠구나 싶어 다행스럽지만, 색색으로 예쁜 은행잎을 못 보게 되는 건 아쉽기도 합니다. 가까이 있고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무시당하기 일쑤지만 저는 은행나무를 좋아합니다. 들여다보면 은행나무는 한시도 예쁘지 않은 적이 […]
2018/11/26 -
[행복스토리] 천 원의 행복
가을이라 부르기엔 바람에 겨울이 묻어나는 계절입니다. 일기예보에서는 마치 관용어구처럼 ‘일교차가 크다’는 말만 반복됩니다. 사람 마음이 간사해서 다가올 계절을 어떻게 견디나 걱정이 되다가도, 노점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길거리 음식을 보면 이 계절이 반가워지기도 합니다. 어제도 붕어빵이며 어묵꼬치를 사먹었습니다. 단지 허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삼삼오오 모여 어묵 국물을 마시고 붕어빵을 먹고 계산하는 소박한 […]
2018/10/29 -
[행복스토리] 금방 지나가버리기 전에, 가을 느껴보기
왔다 하면 요지부동인 여름에 비해, 오나 보다 하면 가고 없는 게 가을인지라 이 선선함을 조금이라도 더 즐기려고 모처럼 한강으로 향했습니다. 과연 파란 장판 위에 흰 수국 같은 가을 구름과 생수처럼 맑고 시원해진 가을 공기를 즐기며 강 바라기를 하는 사람이 많더군요. 하늘하늘 갈대에 바람을 일으키며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람들도 원 없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
2018/10/01 -
[행복스토리] 우리를 위로하는 공간, 문방구
스트레스와 무더위로 무력감이 덮치던 어느 날, 나도 모르게 퇴근길 동네 문방구에 들른 적이 있습니다. 딱히 필요한 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지친 마음에 그저 어린 시절 문방구가 주는 친근함과 즐거움이 그리웠던 것 같습니다. 문방구에 얽힌 추억 하나 없는 어른이 있을까 싶을 만큼 문방구는 우리에게 무척 흔하고 익숙한 공간입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찾은 […]
2018/08/27 -
[행복스토리] 특별한 일상보다 일상의 특별함을
버스정류장을 관통하는 뙤약볕 아래 뜨거운 숨을 뱉어내는 버스를 몇 대 보내고 나면 슬슬 짜증이 솟구칩니다. 맥이 탁 풀리면서 삶이 비루하게 느껴지기도 하죠. 하지만 버스에 올라타는 순간, 시원하게 몸을 휘감는 공기와 주인을 기다리며 비어있는 한 자리를 상상해 보세요. 그럴 리는 없겠지만 세상이 날 위해 존재하는 건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듭니다. 행복은 평범한 일상에서 […]
2018/07/30 -
[행복스토리] 잘 모른다는 것의 설렘
언젠가 사람들에게 몇 장의 여행사진 중 가장 설레는 사진을 고르랬더니, 근사한 풍경이나 맛있어 보이는 음식 대신 비행기 탑승 직전의 공항 풍경을 꼽더라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심지어 그 설렘을 느끼려 공항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도 많다죠. 왜 아니겠어요. 사람, 도시, 길, 숙소 모두 내가 아는 것이라면 모처럼의 여행이 얼마나 심심할지 걱정부터 드는 걸요. 우리는 […]
2018/07/02 -
[행복스토리] 길에서 만나는 이 계절의 낭만
오가는 사람들의 귀밑머리에 송글하게 맺힌 땀방울을 보니 아연 여름입니다. 매번 겪는 계절이지만 무더위를 앞세운 여름은 늘 감당할 자신이 없고 두렵기만 합니다. 하지만 시원한 맥주를 마시기 위해 을지로 골목길에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을 보면 어떤 계절이든 그 계절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어린 시절 보물찾기처럼 생의 즐거움은 가장 힘든 계절에 […]
2018/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