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는 기업이 있습니다. 2015년 문을 연 사회적기업 ‘동구밭’인데요. 발달장애인의 사회성을 키우기 위해 함께 텃밭을 가꾸던 이들은 지난해부터 발달장애인을 직접 채용하며 일자리까지 제공하고 있죠. 발달장애인의 좋은 친구, 좋은 일터가 되기를 꿈꾸는 동구밭의 노순호 대표를 만났습니다.
‘동구밭’은 서울, 경기 지역에 20군데 텃밭을 운영하며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농사를 짓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텃밭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성을 키운 발달장애인 12명을 직접 고용해 천연비누를 제작하는 일을 함께 하고 있죠.
텃밭의 짝꿍이 함께 일하는 동료로
지난 2014년, 노순호 대표는 발달장애인 3명 중 2명은 비장애인 친구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이들에게 친구가 되어주는 일을 구상했습니다. 실행으로 옮긴 것은 ‘텃밭 가꾸기 프로그램’인데요. 발달장애인과 또래 비장애인이 1:1로 매칭돼 매주 토요일마다 함께 텃밭을 가꾸며 지속적인 교류를 하는 것이죠.
“장애인 차별이 가장 적었던 때는 조선시대라고 해요. 농경사회에는 각자 맡은 역할이 있기 때문에 장애인도 공동체 구성원으로 인정받았죠. 그 이야기를 듣고 ‘발달장애인을 농부로 성장시키자’라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그들에게 필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사회성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텃밭을 가꾸다 보면 친구가 생기고 사회성도 키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실제 동구밭의 텃밭 가꾸기를 함께한 200여 명의 발달장애인에게는 평균 2.5명의 비장애인 친구가 생겼습니다.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생기며 이들의 사회성도 눈에 띄게 좋아졌는데요. 노순호 대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텃밭의 효과에 집중하길 바랐다고 합니다.
“발달장애인의 사회적 문제 중 하나는 어렵게 일자리를 찾아도 오래 일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근속 개월이 다른 장애인의 10%에도 못 미치죠. 하지만 사회성이 신장되면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할 수 있어요. 그래서 만든 것이 ‘가꿈’이라는 천연비누 브랜드인데요. 텃밭에서 직접 가꾼 허브, 채소 등으로 비누를 만들어 수익을 내고, 비누 공장에 발달장애인을 고용해 일자리도 제공하죠.”
채소로 만든 천연비누 ‘가꿈’, 1000시간의 숙성 거쳐 완성
지난해 9월, 동구밭은 텃밭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발달장애인을 직접 고용했습니다. 1명의 고용으로 시작했던 것이 지금은 12명으로 늘어났죠. 이들은 텃밭에서 생산된 건강한 재료를 활용해 천연비누 ‘가꿈’을 제작하고 있는데요.
“사무실에 출근하기 전, 매일 아침 공장에 들러요. 출근 시간이 9시인데, 모두들 8시 30분부터 나와 일할 준비를 하죠. 직원들이 굉장히 성실하고 열정적이에요. 동료들을 만나 함께 일한다는 것에서 즐거움과 감사함을 느끼더라고요. 그분들의 에너지를 느끼고 오면 열심히 일을 안 할 수가 없어요.”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만큼 가꿈 비누의 퀄리티는 입소문이 자자한데요. 동남아시아에서 비누베이스를 수입해 첨가제를 넣고 만드는 일반적인 비누 제조 방식 대신, 베이스부터 직접 만들어 저온 숙성하는 CP(Cold Process)공법을 사용하기 때문이죠. 가꿈의 비누는 무려 1000시간의 숙성을 거쳐 완성된다고 하는데요. 저온으로 오래 숙성하기 때문에 식물성 오일이 가지고 있는 좋은 성분이 비누에 그대로 남아있게 되고, 천연 글리세린이 생성돼 세정력과 보습력이 뛰어납니다.
“가꿈 비누의 개당 가격은 5~6000원 정도예요. 일반 비누에 비해 비싸다고 느끼실 수도 있지만 CP공법으로 만든 비누 중에서는 단연코 가장 저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상반기에는 월평균 6만 개 이상이 판매됐죠.”
SK행복나눔재단과의 만남, 동구밭 성장의 발판이 되다
가꿈 비누는 호텔 어메니티로도 납품되고 있는데요. 지난해 연말부터 경북 안동에 있는 한옥리조트 ‘구름에’에 비치되었고, 오는 8월부터는 워커힐 호텔에서 관리하는 아카디아 연수원에도 납품할 예정입니다. 특히 아카디아 연수원으로의 납품은 동구밭이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오고 있는 SK행복나눔재단의 도움으로 성사된 것인데요. 가꿈 브랜드의 취지에 공감하고, 제품성을 인정한 SK행복나눔재단에서 납품처를 추천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해준 것이죠.
동구밭은 2015년 SK행복나눔재단이 실시한 ‘세상 임팩트투자공모전’에 선발돼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이후에도 SK행복나눔재단과 지속적으로 교류를 하며 많은 힘을 얻고 있다는데요. 대표적으로 텃밭 프로그램의 비장애인 참여를 꼽을 수 있습니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4개의 텃밭에 SK 대학생 자원봉사단 써니(SUNNY)가 꾸준히 참여하며 발달장애인과의 교류를 이어가고 있죠.
동구밭은 SK행복나눔재단에서 사회 혁신가들의 활발한 교류와 소통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소셜 이노베이터 테이블(Social Innovators Table)’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본인의 일처럼 공감해주는 SK행복나눔재단의 도움에 동구밭이 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 덕분에 사회적기업을 만드는 힘든 시간도 잘 견뎌낼 수 있었고,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동구밭은 계속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으며 더 많은 발달장애인을 채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하는데요. 외국의 발달장애인도 동구밭이 부러워 이민 오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하는 것이 최종 목표죠. 즐거운 환경에서 발달장애인과 함께 웃으며 근무할 수 있는 좋은 일터, 동구밭에서 더 많이 만들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