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다른 시선을 가질 때 우리는 모두 예술가
전시해설가 김찬용

 

김찬용 님은 전시해설가를 작가와 관객을 이어주고, 대중이 예술 작품을 더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도록 곁에서 돕는 ‘중간자’라고 소개합니다. 그리고 중간자로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합니다. 낯선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일상도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김찬용 님이 이야기하는 전시해설가라는 직업과 예술, 그리고 행복에 대해 들어봅니다.
 
 
 

국내 1호 전업 도슨트가 되다

 

 
올해로 14년째 베테랑 전시해설가로 수많은 전시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김찬용 님이 도슨트라는 직업을 알게 된 것은 대학을 졸업하고 미술 관련 일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평생 예술가로 살기에는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한 김찬용 님은 큐레이터와 에듀케이터 등 미술 관련 일을 했습니다. 화가로서의 삶은 포기했지만 미술을 많이 좋아했기 때문에 미술을 가까이 두고자 했던 것인데요.
 

 

그러던 중 도슨트라는 일을 알게 되고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당시 전시해설가라는 직업은 관람객에게 전시와 작품을 전달한다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었음에도 자원 봉사 또는 재능 기부라는 인식이 강해 제대로 된 직업으로 인정 받지 못했습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것은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이것이 당연시 되어서 전시해설가로 활동하려는 모든 사람이 자원 봉사로 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제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미술계에 자리잡은 도슨트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바꿔보겠다는 마음으로 ‘전업 도슨트’를 선언하고 전시해설가로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결국 모든 사람은 예술가

 

전시해설가로서 김찬용 님은 항상 중간자 역할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미술이 낯선 관람객에게 알아 듣기 어려운 미술 용어나 미학 용어를 남발해서는 안되며, 반대로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관람객만 생각하고 작가의 의도나 작품 세계와는 상관없이 가십적인 이야기만 해도 안됩니다. 전시해설가는 기획자와 제작자, 그리고 감상하는 사람의 중심에서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을 때 비로소 직업적 소명을 다하게 됩니다.
 

 
그동안 수많은 전시와 작품을 경험한 김찬용 님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쿠바 출신의 미국 작가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의 ‘무제(완벽한 연인들)’라고 합니다. 똑같은 시계 2개에 새 건전지를 넣고 전시되는 도시의 시간에 맞춘 후 시계가 움직이게 하는 작품인데요. 이 작품 안에는 이주민이면서 성소수자였던 작가 토레스의 삶과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처음에는 같은 시간을 가리키던 2개의 시계가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기계의 오차 때문에 시간이 어긋나 버리지요. 결국 한 개의 시계가 멈추고 다른 하나의 시계가 따라 멈추게 됩니다. 이 모습은 사랑하는 연인, 가족, 지인과 평생 함께하고 싶어도 결국 서로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 먼저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는 우리 모두의 삶과 사랑, 이별의 모습과 닮아 있어요.”
 

 
김찬용 님은 독일 출신의 예술가 요셉 보이스가 남긴 “모든 사람은 예술가다”라는 말을 소개합니다. 다른 시선으로 일상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평범한 사람들도 자신이 하는 일에 신념을 갖고 가치를 부여한다면 이것이 곧 예술이 되고, 그 행위자인 우리 또한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김찬용 님은 이야기합니다.
 
 
 

작품과 관객, 관객과 작가를 이어주는 행복한 중간자

 
김찬용 님은 자신에게 주어진 전시해설가로서의 책임을 잘 수행했다고 느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작품을 감상하며 즐거워하는 관람객의 눈빛과 표정에서, 밤을 지새우며 기획한 전시를 잘 전달해서 감사하다는 큐레이터의 인사를 받을 때, 관람객이 작품을 상상하고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좋은 중간자 역할을 해줘서 고맙다는 작가의 피드백을 받을 때 김찬용 님은 행복합니다.
 

 
“제게 행복은 소중한 사람에게 좋은 감정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삶입니다. 그러기 위해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기면서 오래 이어갈 수 있는 일이 필요했죠. 다양한 일을 하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전시해설가란 직업을 찾을 수 있었고,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14년째 즐겁고 흥미로운 경험을 쌓아가며 살고 있습니다.”
 
전시해설가로서 김찬용 님은 ‘대중의 예술화’를 꿈꿉니다. 대중에게 예술을 이해시키겠다는 미명으로 예술을 낮추는 ‘예술의 대중화’가 아니라, 대중이 예술을 부담 없이 접하며 보다 깊이 있는 예술적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김찬용 님은 그 과정에서 중간자로서 책임을 다하고 싶습니다. 예술이 시대 정신과 그 깊이를 유지하며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그런 날을 꿈꾸며 오늘도 전시해설가 김찬용 님은 행복한 중간자로서 전시를 찾은 우리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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